어머니에게는 어머니만의 강렬한 에너지가 있었지만 그것은 억눌려 있었다. 특히 우리하고만 있을 때는. 어머니는 솔트레이크시티 무어몬트드라이브에서 살던 시절에 남동생 스티브와 나에게 프로코피예프의 <피터와 늑대>를 알려 주었다. 우리는 오후 내내 이 음악동화에 귀를 기울이며 바닥에 책상다리를 하고는 앉아 있었다. 레코드판이 끝까지 가면 우리는 바늘을 처음으로 돌려 다시 듣곤 했다.
우리가 프로코피예프의 마법에 걸려 있던 그 시간 동안 어머니가 무엇을 했는지는 전혀 기억이 없지만 나는 그게 핵심이었다고 확신한다. 우리가 피터와 함께하는 시간은 어머니가 어머니 자신과 함께하는 시간이었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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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10-14 1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근 읽은 그림책 ‘한나 아렌트의 작은 극장‘에 늑대가 나와서 뭔가 늑대 관련 더 읽거나 보고 싶었는데 맞아요 피터와 늑대가 있었어요 ㅎㅎㅎ 감사합니다!!!

유수 2023-10-14 11:54   좋아요 1 | URL
저도 서곡님 터프 이너프 글 잘 보고 있어요. 늑대책을 찾아보신다니 궁금하고욯ㅎ 오늘 도서관 가는데 <한나 아렌트의 작은 극장> 비치 확인하고 갑니다!! 토요일 오후 여유롭게 보내세요 ㅎㅎ
 

대상화를 향한 길 위에 고통 자체를 올려놓음으로써 고통의 탈-대상화 작용을 뒤집고자 하는 인간의 노력은 실질적이고 윤리적인 중요성으로 가득 찬 기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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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째서 어머니가 매년 일기장을 한 권 한 권 사 놓고 아무것도 적지 않은 채 물려주었는지 알지 못한다.
앞으로도 알 길이 없으리라.
백지 일기장이 안긴 충격은 두 번째 죽음이 되었다.

어머니의 일기장은 종이 묘석이다.

나는 54살,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의 나이이다. 20대 여성이던 시절에는 지금 내가 품고 있는 질문들을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어머니가 얼마나 젊은지 깨닫지 못했지만, 그게 어머니들의 자부심 아닌가? 자신의 젊음을 숨기고 아이들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 말이다. 자기 자신의 문제로 괴로워하지 않는 것은 어머니들의 전문 분야다. 자신의 문제에 면역이 된 어머니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의 위기만을 짊어진다. 그들은 그들 자신의 욕구를 다른 사람의 욕구로 덮는다. 그늘이 없는 이야기라는 게 있다면 아마 이런 식일것이다. 여성으로서 우리는 직사광 안에서만 존재한다는.
여자들이 새였을 때, 우리가 아는 것은 달랐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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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속에서 이룰 수 없는 일은 얼마나 많았던가 - 허수경 시선집
허수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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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하시죠. 2023년에도 읽습니다. 그러고 있다고 적으려니 기분이 묘한데 책을 보니까 저만 그런 건 아니네요. 잘 읽겠습니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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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구제할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나를 설득하는 얘기가 대부분이었어요."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이것이 충격적이다. 일말의 자기애가 나를 이끌어 그를 만나러 갔다고 믿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코올은, 그리고 알코올로 인한 피로와 자포자기는 나를 탈진시켜 더 이상 싸울 의지가 남아 있지 않았다.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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