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째서 어머니가 매년 일기장을 한 권 한 권 사 놓고 아무것도 적지 않은 채 물려주었는지 알지 못한다.
앞으로도 알 길이 없으리라.
백지 일기장이 안긴 충격은 두 번째 죽음이 되었다.
어머니의 일기장은 종이 묘석이다.
나는 54살,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의 나이이다. 20대 여성이던 시절에는 지금 내가 품고 있는 질문들을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어머니가 얼마나 젊은지 깨닫지 못했지만, 그게 어머니들의 자부심 아닌가? 자신의 젊음을 숨기고 아이들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 말이다. 자기 자신의 문제로 괴로워하지 않는 것은 어머니들의 전문 분야다. 자신의 문제에 면역이 된 어머니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의 위기만을 짊어진다. 그들은 그들 자신의 욕구를 다른 사람의 욕구로 덮는다. 그늘이 없는 이야기라는 게 있다면 아마 이런 식일것이다. 여성으로서 우리는 직사광 안에서만 존재한다는.
여자들이 새였을 때, 우리가 아는 것은 달랐다. - P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