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미 읽는 오후.



수미는 수업 테이블 한쪽에 앉아 방향제 같은 걸 만들다 가기도 했고 많이 피곤한 날에는 은채 침대에 잠깐씩 누워 새우잠을 자기도 했다. 알람을 오분 단 위로 연이어 맞춰놓고서.
시간에 맞춰 학원 차가 도착하지 않으면 차를 기다리던 아이들은 각자 엄마한테 전화를 했고, 그러면 그 엄마들은 일을 하다 말고 불안해하며 다시 수미한테 전화를 했다. 수미는 정확한 차량 시간과 아이들 승하차 안전 둘 다에 신경을 쓰느라 늘 곤두서 있었다.
나리야, 나 좀 깨워줘.
알람을 맞춰놓고도 수미는 말했다.
나리야, 이십분 있다 나 좀 꼭깨워줘.
나좀 꼭.
수미가 잘 하는 말이었다.
나리야.
나 좀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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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3-09-03 15: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은미 좋아했는데 이상하게 이번 장편은 읽고 싶은 마음 안 읽고 싶은 마음 반반

유수 2023-09-03 22:20   좋아요 1 | URL
why?

반유행열반인 2023-09-03 23:34   좋아요 1 | URL
요즘 읽는 책 마다 번번히 반찬 투정이라 이거 읽고도 또 지랄할까 봐? ㅋㅋㅋㅋㅋ 최은미 몇번째 파도인지 거기에 약사 많이 나오는데 아무래도 그 책 읽고 세뇌되서 약대간다고 깝친 거 같습니다... ㅋㅋㅋㅋ

유수 2023-09-03 23:38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반찬 투정!
아홉번째 파도죠. 호평 남기신 거 봤던 거 같아요.(아닌가? 아무튼 맞는 반찬을 대령하라!)저는 반님과 거기서도 갈리더라구요. 책은 좋았지만요.

반유행열반인 2023-09-03 23:45   좋아요 1 | URL
그게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속편도 뭔 파도여서 둘이 그렇게 헷갈리더라구요 ㅋㅋㅋ 거기 소설에 나오는 마냥 맑은 약대생 공익 청년 너무 좋았습니다 ㅋㅋㅋㅋ제가 소설 속 남자 등장인물 대부분 혐오하는데 걔는 완전 유니콘 ㅋㅋㅋㅋ유니콘이라 일찍 죽니...흑흑 ㅋㅋㅋ

유수 2023-09-03 23:49   좋아요 1 | URL
우와 나는 그 청년 나오는 부분 읽을 때마다 고역이었고 걔랑 진짜 안맞았는데!! (유니콘을 시러하는 개인 취향) 약사가 또 누구 있었더라.. 구병모 소설에도 있었던 거 같고..

반유행열반인 2023-09-03 23:54   좋아요 1 | URL
구병모 나 거의 다 봤는데도 기억 안 나요 ㅋㅋㅋ그냥 나는 끝없이 현재에서 도망만 치는 인간이었던 것이다... 최은미 눈으로 만든 사람 소설집은 너무너무 맴찟이어서 좋은데도 아파서 아마도 이 책도 비슷할 거 같아서 슬슬 피하고 있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읽고 좋으면 야 반새끼 너도 읽어라 읽어 하는 글 써주세요 ㅎㅎ

유수 2023-09-03 23:59   좋아요 1 | URL
눈으로 만든 사람 나도 많이 찢어졌어요. 그런 글 못 써요!하려다가 제가 읽은 리뷰들 생각하면 배은망덕하기 짝이 없어지니.. 일단 알겠습니다요.
구병모는 아마 네 이웃의 식탁인 거 같은데 아니면 어쩌지? 어쩔 수 없죠,, 그것도 또 갈릴 거 같다 그리고 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3-09-04 00:02   좋아요 0 | URL
네 이웃의 식탁은 구병모 소설 중 징벌적 판매에 당첨된 두 권 중 하나입니다 ㅋㅋㅋ또 하나는 버드 스트라이크 ㅋㅋㅋㅋ

유수 2023-09-04 00:04   좋아요 1 | URL
버드 스트라이크는 못봤어요 ㅋㅋㅋㅋ 현재까지로는 눈으로 만든 사람이 유일한 것인가..

서곡 2023-09-04 10: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은미 소설집 눈으로 만든 사람만 읽었는데 매우 힘들었습니다 ㄷㄷㄷ 맴찢 일인 추가요 ......유수님 월요일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유수 2023-09-04 12:58   좋아요 1 | URL
최은미한테 찢기는 거 왜케 좋은지 모르겠어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