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내일 - 기후변화의 흔적을 따라간 한 가족의 이야기
야나 슈타인게써.옌스 슈타인게써 지음, 김희상 옮김 / 리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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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란 무엇일까? 교육이란 지식과 기술 따위를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주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살면서 목적전치현상을 많이 겪는다. 가령, 행복하게 살기 위해 돈을 벌다보니, 돈을 벌려고 행복을 미루는 행위처럼 말이다. 교육의 사전적 의미처럼 교육의 목적은 결국 '인격 수양'에 달려 있다. 인격 수양을 위해,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는 행위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교육기관으로 학교, 학원, 과외, 공부방 등이 있다. 이런 기관들의 하는 역할의 최종 목표가 과연 얼마나 '인격 수양'과 연관되어 있는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얼핏 여행 서적 처럼 보이는 이 책을 읽고 왜 교육에 관해 생각이 많이 들까? 지은이인 야냐 슈타인게써와 옌스 슈타인게써는 언론인이자 작가이다. 그는 독일에서 민족학과 사회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글을 쓰는 직업을 가졌고, 그 글을 타인들에게 알리는 직업을 가졌다. 그들이 갖고 있는 가치관은 참 배울 부분이 많다.

두 부부는 네 아이와 함께 세계 여러나라를 여행하면서 기후변화와 세계의 내일에 대해 책을 작성했다. 작년에, 3살이 조금 넘은 아이들을 데라고 여행을 갔었다. 여행코스는 아이들을 위주로 아이에게 재밌고 좋은 걸 보여주자는 취지였다. 에버랜드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아울렛. 풍경 좋고 실내 수영장이 딸려 있는 팬션까지.

나는 최대한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구성을 여행에 잔뜩 넣어 놓았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은 차에서 울기도 하고, 때를 쓰기도 했다. 운전을 하다보면 예민해지는 성격탓에 소리가 커지기도 하고, 올라오는 화를 참기 위해 여러 차례, 눈을 감고 화를 삭혀 보기도 했다.

'여기에 온 목적이 무엇이지?'

아이들은 차에서 내려 진짜 목적이 왔을때는 기진맥진해 있거나 잠에 들기 마련이다. 그야말로 목적이 전도되었다. 아이를 위해 여행을 간 것이 아니라, 여행을 위해 아이들이 희생하고 있던 것이다. 책을 읽고서는 부끄러운 부분이 많았다. 아이에게 나는 무엇을 가르치고 있던가. 부모의 확실한 철학은 아이의 성장 배경을 다르게 만든다. 나는 기껏 해봐야, 에버랜드에 인간들에 의해 갇혀있는 동물을 보여 주거나, 기껏 타고왔던 자동차와 별반 다르지 않은 전동 레일차를 태워 주고 있었다. 이게 과연 교육이었까?

이 부부는 아이들과 세계여행을 떠난다. 북유럽부터 시작하여,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호주 그리고 유럽까지의 여행지를 돌면서, 고급스러운 호텔이나 관광지를 돌지 않았다. 거의 노숙에 가까운 잠을 자기도 하고, 걷기도 힘든 돌무더기의 길을 수레를 끌고 다니기도 하며, 온갖 고생을 했다. 게다가, 이 가족의 여행 테마가 가장 확실했다. 지구 온난화와 사막화 처럼 세계의 환경과 기후의 변화에 대해 아이들과 체험하는 것이 그들의 테마였다.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고생하고 느끼고 체험했다. 부모가 고생하는 것도 함께 겪으며, 서로 의지하고 공부했다.

에버랜드와 아울렛. 나의 계획이 씁쓸했다. 나의 아이들은 무엇을 배웠을까? 아이에게 좋은 것을 체험시킨다는 나의 교육철학이 형편 없음을 지각했다. 아이는 아마, 화내는 아버지와 편하게 쉬고 싶어 하는 부모를 보았을 것이다. 책의 마지막까지 반성하고 반성했다.

우리나라의 여름이 너무 덥다. 예전에도 이렇게 더웠나? 싶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에어콘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식당에서는 밥도 먹으러 가지 않는다. 마치, 우주 공간 속 산소 마스크 처럼, 에어콘이 우리에게 필수 생활 용품이 되어버렸다. 매년이 그렇게 더워지고 있는데, 우리는 아이들에게 우리가 만들어 준 환경에 대해 이렇다 설명해 줄 이야기 조차 준비하지 않았다. 우리 아이들은 아마 우리가 겪었던 기후를 죽을 때 까지 겪어보지 못할 것이다.

'예전에도 이렇게 더웠나?'가 아니라 '원래 이렇게 더운거다'라고 인식한 아이들은 아마 우리와 비슷한 과오를 저지르며 다음 세대들에게 더 안좋은 환경을 물려줄 지도 모른다.

책은 글보다 사진이 많다. 하지만 글을 읽는 시간보다 사진이 나온 페이지를 읽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사진은 글보다 더 많은 걸 담기도한다. 뉴질랜드에서 마지막날을 보내던 날, 회사에서는 회식을 해 주었다. 오늘이 남반구에서 보내는 마지막날이 될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들자, 건물 밖으로 나와 하늘을 보게 됐다. 그때 올려다 본 밤 하늘이 잊혀지지 않는다.

정말 티끌 하나 없는 하늘이 우주공간을 유영할 수 있을 듯 깨끗하고 아름다웠다. '공간이 보인다.'라고 표현하면 맞을까? 알딸딸한 기분을 술기운이 만들어준다. 이 아름다운 하늘을 사진에 담고 싶었다. 들고 있는 최신식 핸드폰으로 하늘을 찍었다. 분명, 가슴을 뻥하게 뚫어주던 시원 시원한 하늘이 사진에 담겨져 있을 때는, 검은 하늘에 하얀 점이 몇 개 찍힌 멋대가리 없는 평면 밖에 아니었다. 몇 장의 사진을 더 찍고서, 사진 찍는 일을 그만두었다.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대자연의 경의로움은 실제 눈으로 보고, 몸으로 겪어보지 못한다면, 아무리 기술 좋은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이라고 하더라도 0.01%도 담아내지 못한다. 그런 확신이 있다. 책은 옆으로 넓은 정사각형이다. 왜 책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처음에는 고개가 갸우뚱 해졌으나, 그때의 감성을 생각하면, 아마 작가는 책이 담고자 했던, 경의로운 자연을 1cm라도 더 효과적으로 보이게 하려고 하지 않았을가 싶다. 물론, 아마 책은 작가가 보고 겪은 자연을 극 일부도 표현하지 못했을 것이다.

자연에 대한 경고를 반성하는 이 책은, 의외로 아름다운 사진이 참 많다. 그 모순을 통해 아마도 더 자연을 지켜야한다는 경각심을 깨워주려고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인간은 자연을 참 여러가지 방식으로 괴롭혔다. 벌목을 통해, 지역을 사막화 시키기도 하고, 아시아에 살고 있는 동물을 오세아니아로 옮겨와 생태계를 파괴하기도 하며, 온갖 불순한 화학물질을 태워 이산화탄소를 배출시키고, 물을 오염 시킨다. 그렇게 환경 파괴에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당연히 우리의 환경은 고통 받기 마련이다.

자연은 자연 치유의 기능이 있다. 너무 더운 날은 비를 내려 기온을 내리게 하고, 너무 추운 날은 눈을 내려 기온을 올리게 한다. 그 뿐만 아니라, 공기의 이동에 따라 저기압 고기압의 오름과 내림으로 태풍의 진로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자연적으로 불필요한 것은 없애고, 새로운 생명과 무생물에게 기회를 주기도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우리 인간에게 치명적인 질병으로 부르지만, 자연 생태계에서 보자면 필연적으로 생길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기도한다.

부부의 아이인 미오는 부모에게 억만장자게 되고 싶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아무리 교육을 하더라도, 아이들를 키우는게 그렇게 낭만적인 이른 아니지.'

그렇게 내심 그 부부의 노력을 비웃었다.

하지만 바로 다음 페이지, 아이가 억만장자게 되고 싶은 이유를 설명한다.

"돈으로 나는 숲을 살 거야. 그리고 밭도 사서 독이 없는 채소를 키울 꺼야."

다시 또 한방 먹었구나. 나의 옹졸했던 편견을 스스로 비웃었다. 우리는 실제 Explore를 잃었다. 이젠 누구도 여행이나 관광을 하지 explore를 하지 않는다. 대신, 내리 쫴는 햇볕을 밑으로 에어콘을 킨 방바닥에 엎드려 이불을 덮고, Internet explorer를 접속한다. 어제 우리 아이들 또한, 편안한 방바닥에 에어콘을 키고, 누워서 유튜브를 보여주었다.

나는 무슨 교육을 하고 있는가?

책의 마지막에 이런 부록이 있다.

'아이들과 여행할 때 필요한 준비물'

거기에는 망원경, 신발, 모기장과 같은 필수품들이 적혀 있다. 하지만 거기에 눈에 뛰는 준비물이 있다. 다른 준비물은 지금이라도 전부 마트에서 사서 준비 가능한 준비물들이었다. 하지만 내가 눈에 뛰던 그들이 제시한 준비물은 나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충분한 시간과 임기응변의 여유'

나는 얼마나 바쁘게 살고 있기에, 이토록 아이들을 망치고 있는가? 반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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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싫어, 떠난 세계여행
홍균 지음 / 하움출판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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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평가 할 수 없다. 아이들과 키즈 카페를 갔다. 키즈 카페를 와서야 겨우 책을 읽을 수 있겠다 싶었다.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마음 깊을 곳으로 가라앉히는데 수 분을 사용한다. 창 밖을 바라보면서, 차분해지길 기다렸다. 차분해진 마음으로 파란 표지의 책을 들어 집었다.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옆에 끼고 책을 폈다. 말레이시아에서 부터 베트남으로 여행의 공간을 이동할 때 쯤...

'이런 책이구나...'

책을 읽어보다가, 그냥 무심코 책의 뒤를 책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출판 수익금의 50%는 초록우산 어린이 재단에 기부됩니다.' 내가 감히 평가 할 수 있는 책일까? 책을 한 권 쓰는 일은 참으로 고생스럽다. 작가는 자신의 노력과 경험을 팔고, 그 수익을 '기부'한다. 그것으로 모든 선행이 마무리 되는 것도 아니다. 무려 이 책을 구매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선행을 시켜준다.' 본의아니게 사람을 도운 사람은 반드시 그 찜찜함을 가슴에 두고 언젠가 그 선행을 본의로 실천한다.

이 책은 빳빳하고 반들거리는 재질 위에 적혀있다. 여행에서 찍은 사진과 매일 일기 형식처럼 작성된 듯한 글...

꾸밈이 없다. 상호나 이름, 상표도 거침 없이 언급한다. 누가봐도 사촌 동생이나, 친구 녀석의 여행 중 쓴 일기장을 들쳐 본 느낌이다.

그가 다녔던 여행지 중 일부는 내가 방문했던 적이 있는 곳이기도 했다. 나 또한 여행지를 방문할 일기와 메모 그리고 사진을 꼭 남겨 놓는다. 하지만, 그렇게 남겨놓은 외장하드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모든 자료가 사라졌다. 그런 이유로 여행지를 다녀온 사진이나 글은 반드시 온라인으로 남겨놓고나, 출판을 통해 책으로 남기는 것이 나로서도 좋고, 읽는 독자들로서도 좋다고 생각한다.

다낭의 핑크 성당은 실제로도 매우 아름다웠다. 다만, 나는 날씨가 좋지 않은 날 갔던 터라 날씨가 좋은날 방문했던 작의 사진을 보고 다시 감탄하게 되었다. 핑크 성당을 나와서의 시장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 또한 매우 낮이 익다. 그 뒤로도 계속 따라 나오는 사진들 또한 이미 내가 겪었던 사진이라 매우 반갑다. 작가와 내가 여행한 시기도 비슷하기도 했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 여행 중 마주쳤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가벼운 상상을 해본다.

그의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지역은 베트남이다. 그의 책 또한 세계를 돌다, 결국은 베트남의 이야기로 마무리한다.

'베트남'

요즘은 베트남이라는 나라를 두고, 여러가지 시선이 있는 듯하다. 박항서 감독과 삼성전자로 대한민국과 베트남이 어느때 보다 가까워지던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로 베트남 측의 입국금지 조치에 따라 많은 대한민국 사람들이 베트남이라는 나라에 배신감을 갖는 듯하다. 베트남의 역사는 참으로 기구하다. 기원전 111년 중국 한나라의 침입으로 중국에 병합된 뒤, 자그마치 939년 간 중국의 지배를 받는다.

근 1000년의 지배를 받던 베트남은 939년 중국의 지배에서 겨우 벗어났으나 다시 1406년 중국의 속국이 된다. 그러다 1883년에는 베트남의 전 국토가 프랑스의 식민지가 되고, 2차세계대전 때 프랑스가 독일의 침공을 받으면서 세력이 약화되자, 다시 베트남은 일본의 보호국으로 전락된다. 그 뒤로 1945년에는 남북전쟁이 발발하고, 미국과 전쟁을 하며 겨우 독립국의 지위를 얻어냈다.

베트남인들의 자존심은 상당하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얼마나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가?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대한민국의 GDP는 지금의 베트남 GDP와 같다. 그 뒤로 30년이 흘렀다. 대한민국은 그 후로 국가 전체가 9배의 성장을 이루었다. 30년만의 기적이다. 베트남의 인구는 우리나라의 대략 2배에 가까운 나라이다. 만약 1인당 GDP가 대한민국과 같은 규모를 갖게 된다면, 베트남의 전체 GDP는 독일, 영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을 정도이다.

어찌됐건, 우리와 참 공통점이 많은 나라이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여기가 경기도인가 싶다는 작가의 그 마음이 너무 공감되었다. 너무나도 닮은 우리의 어느 곳과 같은 베트남을 이토록 잘 표현할 수 있나 싶다. 사실 여행이라는 것은 '산업'형이 된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다. 여행(旅行)은 나그네(여)에 길(행)을 사용한다. 나그네의 길을 이야기한다. 나그네는 자기가 살던 고장을 떠나 방랑하는 이를 말한다. 이는 고단한 여정이다. 우리가 오늘날 하고 있는 관광코스를 돌며 휴식을 취한다기 보다, 목적지로 가는 길 수 일, 수 달을 이 마을 저 마을에 들리며 쉬는 일이다.

예전 유학길이나, 여행길은 '고난'과 '고생'의 길이었다. 그 먼 길을 떠나느라 병을 얻는 이들도 있었다. 이런 여행이 '산업'의 모습을 갖춘다. 지금의 여행객들은 목적지로 가는 길에 머무는 사람들이 아니다. 가는 그 길 자체가 목적이 되곤 한다. 불과 100년 전 만 하더라도, 목적을 위한 그저 고단한 과정일 뿐이던 여행이, 이제는 돈을 들여서라도 행하고 싶은 여가 생활이 되어버린 일은 참 아이러니다.

목적지없는 여행, 여행 자체가 목적인 여행. 아마 수 백 년 전, 누군가가 우리의 삶을 본다면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까? 이제는 세계여행이라는 말이 있다. 세계를 돈다. 예전 여행객들의 최종 목적지는 도착지였다. 여행 후 도착지에 자리를 잡고 수 개월, 수 년을 정착하고 살았다. 하지만 우리는 여행의 계획을 짤 때, 가장 마지막 날은 '집'이다. 우리 여행의 목적은 결국 '집'이자 '제자리'이다.

그렇게 힘든 여정을 통해 다시 도도리표처럼 제자리로 돌아오는 현대인들...

우리는 이토록 제자리를 제대로 찾아오기 위해, 세계를 돌다 오기도 하고, 유럽이나, 아시아, 아프리카 등을 돌기도 한다. 결국은 그 자리가 내가 있을 곳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결국, 우리 인류는 깨닳은 것이다. 어디를 가도 거기서 거기라는 말을 말이다.

나는 뉴질랜드에서 살고 있었다. 어쩌면 한국에 돌아올 생각을 안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처럼 한국.. 그리고 고향인 제주로 돌아왔다. 지옥과 천국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있는 곳에서 이쪽 면을 바라보면 지옥문이 보이고, 저쪽 문을 바라보면 천국의 문이 보인다. 내가 자리를 옮겨도 항상 내 눈에 볼 수 있는 코 끝처럼, 지옥과 천국은 나에게 매달려 떨어져 있지 않다.

세계를 돌아도, 결국은 어디나 같다. 나도 지금 생각해보니 꽤나 많은 나라를 다녔던 것 같다. '뉴질랜드, 호주,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일본 등 등' 그렇게 싸돌아다니더니 결국은 나고 자란 제주다. 360도를 돌면 제자리라고 한다. 하지만, 분 침이 12라는 숫자에서 시작해서 12라는 숫자로 마무리 지었을 때, 누군가는 허탈함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분침이 제자리에서 멀리 움직이더라도,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으면, 시침은 움직이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지만, 우리는 분명 진보하고 있다.

앞으로 나아가는 듯 하면서, 항상 제자리에 머무는 듯한 것이 인생이다. 어쩌면 잘 될듯 하면서, 도돌이표이고 앞으로 나아가는것 같지만 다시 그자리인게 인생이다. 하지만, 우리가 인생의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 우리는 다른 분침이 움직이지 못하는 시간을 움직이는 존재들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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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들에게 주는 선물 - 억만장자 아버지가 들려주는 인생과 투자에 대한 조언
짐 로저스 지음, 이은주 옮김 / 이레미디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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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나보다 조금 더 낫은 사람의 편지나 일기를 들쳐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 사람은 어떤 삶을 살고 있고 어떤 편지를 쓰고 살며, 어떤 고민과 걱정을 할까? 그 조금 낫은 사람의 편지나 일기를 들춰 보는 일은 어쩌면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만약 보게 된다면, 그것은 내가 성장하는데 아주 커다란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다.

이 책은 자그마치 '짐 로저스'의 편지이다. 그가 자신의 딸에게 쓴 편지 형식의 글이다. 억만장자인 그가 인세나 몇 푼 받기 위해 이런 책을 썼을까 생각하지 않는다. 이 책을 쓰고서 자신의 아이들에게 읽지마라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나 또한, 언젠가는 내 아이들에게 그처럼 이런 책을 쓰고 읽어보라고 하고 싶은 로망 조차 있다.

이 책은 전문 작가의 글이 아니기 때문에, 투박하고 수수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진정성이 담겨져 있다. 억만장자가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주제별로 나눠 편지 형식으로 썼다. 편지 중간 중간에는 사진이 있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투자의 귀재 답지 않게 소소한 그의 삶에서 그의 철학과 인성을 배울 수가 있다.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다. 유연하게 읽다보니, 그의 최근 책만 여러권 일게 되는 것 같다. '짐로저스의 일본에 보내는 경고', '짐로저스 앞으로 5녀간 한반도 투자 시나리오', '세상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라' 등 나의 도서리스트를 보거나 독후감을 자주 읽는다면, 짐로저스는 어쩌면 반가운 인물일 수도 있다.

나는 짐 로저스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관심이 가기 때문에 책을 골라서 읽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와 내가 바라보는 미래에 대한 시선은 조금 비슷한 것 같다.

1. 일본의 경제 몰락

2. 한반도의 긍정적인 미래

3. 앞으로 역대급 경제 위기가 올 거라는 미래

4. 지금은 주식 보다는 금을 매수해야된다는 관점

5. 앞으로 미래가 중국과 아시아에 있을 것 같다는 관점

대략 미래에 대한 이런 비슷한 시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뉴질랜드에서 유학을 했지만, 한자를 꾸준히 공부하고 있다. 그 이유로는 앞으로 중국의 영향력 확대가 불가피 하다는 확신 때문이고, 나보다 나의 아이들에게 한자와 중국어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공부해야한다고 생각 하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부르길 세계 3대 투자자로 부른다. 그런 그가 미국에서 싱가포르로 이민을 하여 아이들과 살고 있다. 그런 행동력은 일반인에게서는 결코 나오지 않는다.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처럼, 어머니가 비범하다면, 아이는 당연하게 비범하게 자라난다. 머릿속으로 이렇게 저렇게 키워야지 생각만 하면서, 현실과의 괴리에 고민하며 아이를 키우고, 환경을 바꿔주지 못하면서, 아이에게 더욱 최선을 다하라고 압박만 하는 것은 결코 좋은 양육법이 아니라고 본다.

월 30~40만원 짜리 학원 강의를 하나 보내놓고, 다른 친구들 보다 더 낫지 않냐고 타박하는 부모들이 우리나라에 많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자녀의 교육과 미래의 확신을 갖고 이민을 갈 수 있을까? 그것도 최고 선진국에서 아시아의 변방 국가로 말이다. 그가 이민을 갔던 싱가포르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사는 곳이다.

내가 싱가포르를 갔을 때, 나는 매우 좋은 느낌을 받았다. 중국어와 영어를 모두 배울 수 있고,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배울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었다. 어디서나 활기차고, 어디서나 깨끗했다. 지도에서 보는 것 만큼, 생활하기 답답할 정도로 작은 나라도 아니었다. 그가 그런 싱가포르를 선택한 것은 자녀에게 최고의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나는 '대한민국'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 나라에서 태어났고 자랐고 지금 여기에 있기 때문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앞으로의 우리 자녀에게 매우 좋은 곳일 거라고 확신한다. 촘촘한 인터넷망과 플랫폼 산업이 전국 어느 곳에서나 이용 가능하고, 단일 언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문맹률이 최저인 국가. 또한, 엄청난 시장이자 생산국인 중국과 인접해 있고, 강력한 경제 대국인 일본이 옆나라이다. 괌과 같은 미국의 군사 시설이 있는 도시가 아래로, 블라디보스톡 같은 러시아 군사 도시가 위로 있다.

쉽게 말하자면, 동쪽으로 일본, 서쪽으로 중국, 북쪽으로 러시아, 남쪽으로 미국이 있다.

아시아와 유럽, 아메리카의 초강대국 4개와 국경을 맞대어 있는 이런 엄청난 지리적 이점은 마치 서쪽으로 프랑스, 북쪽으로 독일, 동쪽으로 오스트리아, 남쪽으로 이탈리아로 둘러쌓인 스위스와 지리적 공통점이 있다. 스위스는 2차 세계 대전과 냉전 시기 동유럽과 서유럽의 경계에 위치하여 있어 중립국이라는 굉장히 외교적으로 유리한 이점을 갖고 있는 나라이다.

동유럽과 북유럽 사이에서 냉전의 줄다리기를 균형잡던 조그마한 강소국인 스위스는 이제 냉전의 붕계와 함께 역할을 다했다. 중국과 미국과의 제2의 냉전 시기, 이제 그 역할을 어디서 맡을 거라고 생각하나. 나는 대한민국 밖에 없다고 확신한다.

우리나라의 미래는 외교와 경제, 기술을 선도하는 미래 국가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기 위해서, 영어와 한자는 필수이다. 앞서 말한 4개 강국 중에서 러시아를 제외하고는 영어와 한자를 안다면 의사소통이 어느정도는 모두 가능하다.

이 책이 그가 그의 자녀들에게 쓴 편지이지만, 결국은 내가 내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기도 하다. 어쩌면 그가 엄청난 부호이던 그렇지 않던 , 아버지가 딸에게 주는 진정성 있는 편지라는 점에서, 나 또한 많은 부분에 공감하고 아이를 키울때 도움을 받게 됐다.

책을 읽고, 나또한 그가 나누어놓은 주제와 비슷한 주제별로 나의 딸들에게 편지를 써 모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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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대학 코번트리, 도시를 바꾸다 - 사회혁신 영국기행
송주민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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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얇은 책이다. 얇은 책은 보통 두 종류로 나뉜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명확하거나 성의가 업거나. 이 책은 전자이다. 군더더기 붙여가면서 활자 수만 늘린 원고는 어쩌면 지저분한 쓰레기 더미일지도 모른다. 작가가 돈을 버는 방법 중에는 단순하게 활자의 수로 원고료를 받는 경우도 있다. 그런 책은 아무리 두꺼운 책을 읽어도 제법 남는게 없다. 따라서, 얇은 책은 기대감과 호기심 그리고 일정부분 경계심을 갖고 시작한다.

이 책은 제목이나 표지와는 다르게 밝은 컬러 사진들이 있는 기행문에 가깝다. 하고 싶은 말도 명확하다. 대학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코번트리는 영국 런던 유스턴역에서 기차로 약 한시간 떨어진 잉글랜드 웨스트미들랜드 주에 있다. 이는 도시 인구 36만명이고, 사회적 기업 도시 지위를 2016년에 획득 했다고 한다.

작년 수능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재미있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2019년 기준 원서료 수익이 가장 높은 대학교가 당해에만 64억 1071만원의 수익을 얻었다는 기사이다. 지하철을 타면 00대학으로 오세요 라는 광고를 많이 볼 수 있다. 영국 또한 2008 금융위기로 긴축재정이 들어가면서 대학도 어느정도의 수익을 창출해야할 위기를 느껴 우리와 같아졌다고 한다.

사실, 고등교육법 제28조에 따르면 대학의 목적은 인격을 도야하고, 국가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대한 심오한 학술 이론과 그 응용방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국가와 인류사회에 이바지해야한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 날의 대학이 그런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혹은 대학생들은 그런 목적을 행하고 있는지 의심스럽기는 하다. 따라서 좋은 대학이라 함은 싶은 학술의 응용방법과 이론을 연구하며 공동체에 이바지 해야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말하는 '좋은 대학 나오셨네요.'란, 단순히 '고등학부 시절 성적이 우수함을 공식적으로 인정 받으셨네요.' 일 뿐이다. 대학교 졸업장은 단순하게 고등학교 성적에 대한 공증일 뿐인 샘이다. 그런 공증이 필요한 기업은 '대학이름'을 보고 사람을 평가한다. 단순 '고등학부 성적 우수자'들은 주어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얼마나 모범적으로 찾아내는가에 우수한 학생들이다.

하지만 앞서 읽었던 책인, '야마구치 슈'의 뉴타입의 시대는 앞으로의 시대는 문제를 해결할 사람보다, 문제를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을 더 필요로 한다고 했다. 누군가가 주어준 문제에 정해진 정답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알아내야 하는 인재를 찾는 것이다. 물론 성적 우수자들에게서 보장받을 수 있는 '성실함' 또한 기업에서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쨌건, 많은 대학은 그 '성실함'을 키워주기 보다, 이미 '성실'하거나 '우수'한 학생들을 뽑아놓고 4년의 시간을 보내게 한 뒤, '00대학 출신'이라는 배경을 만들어주는 역할만 할 뿐이다.

하지만, 이 책에 나와있는 코번트리는 스스로 사회적기업으로 문화를 선도하며, 도시를 바꾸어 나간다. 최초의 대학이 출발한 국가답게, 조금 더 성숙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대학을 바라본다. 외국에서는 사실 도시 중 '대학'을 거점으로 도시가 커나가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도시 하나가 온전히 대학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 하지만 우리는 거점 속으로 대학이 들어가있다. 이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갑'과 '을'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대학으로 인해 상권이 발달하고 기숙사와 주택가가 발달하는 도시 환경은 대학에 깊은 존경과 감사를 갖고 있으며 그 도시를 대표하는 명물로 여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단일 '서울'이라는 도시에만 수 없이 많은 대학이 몰려 있다. 또한 다른 대학들도 이미 도시화된 지역으로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 과연 그들이 도시인들로 부터 얼마나 존경을 받을 수 있을까?

대학이 이윤을 추구하기 시작한다면, 대학은 열등한 기관으로 돌변할 수 밖에 없다. 이윤추구, 즉 비지니스는 마진률이 높아야한다. 마진을 높이기 위해선 투입대비 수지가 높아야 한다. 즉, 높은 수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당연히, 낮은 투입과 높은 수익이라는 공식을 따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일반 기업들에 비해 구조적으로 열등한 존재일 수 밖에 없다.

때문에 대학은 기업과 경쟁할 수 없도록, 또 다른 경기장을 가져야한다. 기초과학 분야에서 노벨상 하나 없는 대한민국의 대학들에서 '명문대' 꼬리를 달고 어깨를 피고 다니는 일은 어쩌면 우리 스스로에게 부끄러워 해야 하는 일일 지도 모른다. 명문대학을 나오고, 사회를 위해 어떠한 사회적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자신과 같은 아류를 생산하기 위한 입시과외만 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대학생일 수 없다.

책은 코번트리 대학을 기점으로 그 도시를 돌며 보고 느낀 점을 쓴 기행문이다. 한편의 짧은 다큐멘터리를 본 듯하다. 책을 읽는데는 한 시간 정도 걸리는 듯 하다. 이런 기행문을 보면, 현재 해외로 나가지 못하는 아쉬움이 달래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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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도 낭만이 필요합니다 - 일상예술가의 북카페&서점 이야기
정슬 지음 / SISO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아이보리색에 깔끔한 디자인만 아니라, 제목이 매우 감성적이다. '정슬' 작가 님의 책이다. 그녀는 수원시 팔달구에서 북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사장 님이다. 그녀가 북카페를 운영하면서 겪었던 소소한 일상과 손님들과의 에피소드 그리고 생각들을 적어 둔 책이다. 책에는 큼지막한 사진들이 들어가 있어 읽은 재미가 있다. 더욱이 대부분의 사진이 카페의 내부를 비치고 있어, 이미 북카페에서 책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낭만의 직업일 수 있는 '북카페 사장' 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그녀는 어쩌면 현실적인 고민도 많이 하고 있는 듯 하다. 당신의 취미가 더 이상 즐길 수 없는 '비지니스'가 되는 것 만큼, 괴로운 일도 없다. 내가 사는 마을 또한 매우 작은 마을이다. 나의 동네에도 조그마한 북카페가 있다. '봉 봉'이라는 곳이다. 나는 그 카페를 딱 한 차례 방문했었다.

추적 추적 비가 오는 날, 여동생의 소개로 첫 방문을 했었다. 카페와 커피, 비 그리고 책은 3박자가 참 잘 어울렸다. 처벅 처벅 내리는 비를 피해 카페를 들어가니 고소한 커피 냄새가 난다. 커피를 주문하고는 자리에 바로 앉는 사람은 흔치 않는 것 같다. 사람들은 커피를 주문하자마자 벽면을 따라 정리된 책의 목록을 살펴본다. 그제서야 커피향에 숨겨져 있던, 책 향이 올라온다.

사실 나는 북카페를 당시 한 차례 이용한 이 후로, 단 한번도 가 본 적이 없다. 책을 읽는 시간을 '확보'하는 게 사실상 힘들기 때문에, 자기 전이나 이동 시 혹은 아이와 놀면서 등 짜투리 시간에 독서를 한다. 자세는 엎그려 일었다가 쌍둥이 녀석들의 엉덩이에 발을 올리기도 하고,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서 읽기도 한다. 빈둥 빈둥 누구의 신경도 쓰지 않고, 책을 읽다가 잠들기도 한다. 나에게 책은 그런 소품인 것 같다.

워낙 집에서는 에너지를 추전하고 밖에서는 소모되는 타입이다 보니, 카페에 정식으로 나가서 책을 읽는 것에 피로도를 느끼기는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다시 북카페를 들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내가 왜 그런 여유가 없었을까? 생각해봤다. 지난 주만 하더라도, 내가 의미없이 보냈던 시간들은 모아도 충분히 두 시간 이상은 됐을 것이다. 시간적 여유가 없다기보다, 그럴 낭만을 즐길 마음의 여유가 없었는지 반성하게 된다.

읽다보니 소소한 재미가 있다. 특히나 '키즈존'과 관련된 이야기 또한 많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 쌍둥이 녀석은 이제 4살이다. 다른 건 어느정도 통제가 가능한 나이가 됐는지, 잘 타이르고 말을 하면 어느 정도 납득하며 수긍하는 듯한 것 같다. 하지만 녀석들이 절때로 통제 불능 상태가 되는 대상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풍선'이다.

예전에 아이들과 롯데월드를 갔을 때 기억이 난다. (코로나 바이러스 이전) 아이들과 롯데월드에 도착하고 애드벌룬을 타려고 2시간을 기다리다보니, 아이들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드디어 심심한 기구 하나를 타고 나니, 모두가 기진맥진해 있었다. 특히나 천진난만하게 아버지를 쫒아다니는 아이들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아이들에게 재밌는 놀이기구를 마음 것 태워주지는 못하지만, 좋은 선물을 하나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빨리 헬륨 풍선 두 개를 집어 들었다.

"얼마에요?"

점원은 얼마라고 이야기를 했다. 도저히 내가 선뜻 사기 아까운 비싼 가격이었다. 그래도 아이들을 위해서, 사줘야겠지 싶었다. 그때 다율이가 비싼 헬륨 풍선이 아닌, 플라스틱 막대기로 고정된 평범한 고무 풍선이 이쁘다고 졸라댔다.

'그래.. 너도 좋고 나도 좋다.'

나는 고무 풍선 2개를 사주었다. 쌍둥이 녀석들을 옆으로 비싼 뽀로로 풍선과 캐릭터 풍선을 든 아이들이 지나갔다. 내심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너무 행복해 하는 표정으로 그 풍선을 며칠 동안 들고 다녔다.

그런 소소한 행복을 알고 있는 아이들이 고맙기도 하고, 때론 부럽기도 했다.

그 뒤로 부터 아이들의 풍선 사랑은 계속되었다. 어느 날은 이마트를 구경갔었다. 이마트 입구를 들어가자. 아이들은 화장품 코너에 꽂혀 있는 홍보용 풍선을 보고 자제력을 잃었다. 그 풍선을 빼달라고 얼마나 때를 쓰는지, 원래는 아빠가 잘 타이르면 금새 수긍하는 녀석들이 었는데 풍선을 사달라고 너무 조른다.

'풍선'도 발음에 어려워 '풍셔~', '풍셔~' 이런다. 어찌나 점포에서 보기 안타까웠는지 점원이 풍선 두 개를 꺼내 준다.

아이들과 지내다보면,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상태가 오기도 하고, 주변에 피해를 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 때는 그래도 최대한 매너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아이들은 흰색 백지장이다. 아버지가 하는 모든 행동을 자신의 백색 종이의 무의식 위에 복사해둔다. 언젠가 부모의 무의식적인 습관이나 말투가 아이에게 베어나올 것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신뢰하는 편이다. 책은 다른 이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는 일이다. 중간에 아무리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작가의 말을 끊고 내 이야기를 계속할 수는 없다. 물론, 정말 형편없는 책은 중간에 덮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왠만해서는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끝까지 듣는 경우가 많다. 이런 훈련 덕분인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경향이 있다. 타인의 시선에서 이타적인 감정을 가져 주기도 한다.

북카페란 참 매력적인 공간인 건, 사실이다. 내 주변에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다. 때문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신선하고 즐겁고 반가운 일이다. 해외 여행에서 반가운 한국인을 만나는 것 만큼 반갑다. 같은 종족을 찾은 동족감이 든다고나 할까. 그런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간은 참으로 매력적일 거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영상매체가 대세라고 한다.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이용하여, 사람들은 더 많은 정보를 찾고, 더 많은 지식을 습득하며 더 많은 소통을 한다. 이런 영향력 때문에, 이제는 영상문화가 활자 문화를 대체 할 것이라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영상을 보는 것은 빠르고 직접적이다. 이는 마치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는 것과도 같은 것 같다. 인스턴트 스틱커피를 종이컵에 '스르륵' 비우고, 정수기에서 따뜻한 물을 넣는다. 그리고 비워진 플라스틱 스틱으로 종이컵을 휘~ 휘~ 젓으면 3초면 달달한 커피가 완성이 된다.

외국에서는 인스턴트 커피가 없다. 한인가게나가야, 이런 인스턴트 커피를 살 수 있다. 처음에는 왜 저들이 이렇게 편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는데, 이런 문화를 받아들이지 않을까? 바보같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커피는 단순히 '섭취한다.'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커피를 내리는 시간과 향을 함께 즐기는 것이다. 배추김치가 발효되거나 와인이 숙성하는데는 값비싼 재료가 많이필요하겠지만, 그 많은 재료들 중 최종적으로 이 맛과 품질을 결정하는 재료는 바로 '시간'이다. 만드는 시간 뿐만 아니라, 먹는 시간 또한 매우 중요하다.

누구도 오랜 시간 숙성한 와인을 소주 잔에 담에 '꼴깍' 원샷하지 않는다. 충분히 시간을 두고 음미한다. 책과 커피의 공통점은 그렇다. 즉석적이지도 않고 편리하지도 않지만, 천천히 시간을 들여 숙성되고 먹을때는 음미가 가능하다.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 담겨진 작가의 글인 만큼 '이 책.. 참.. 책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고요하고 평온해지는 느낌이 드는게 어쩐지 동네 북카페를 바로 가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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