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내일 - 기후변화의 흔적을 따라간 한 가족의 이야기
야나 슈타인게써.옌스 슈타인게써 지음, 김희상 옮김 / 리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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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란 무엇일까? 교육이란 지식과 기술 따위를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주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살면서 목적전치현상을 많이 겪는다. 가령, 행복하게 살기 위해 돈을 벌다보니, 돈을 벌려고 행복을 미루는 행위처럼 말이다. 교육의 사전적 의미처럼 교육의 목적은 결국 '인격 수양'에 달려 있다. 인격 수양을 위해,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는 행위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교육기관으로 학교, 학원, 과외, 공부방 등이 있다. 이런 기관들의 하는 역할의 최종 목표가 과연 얼마나 '인격 수양'과 연관되어 있는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얼핏 여행 서적 처럼 보이는 이 책을 읽고 왜 교육에 관해 생각이 많이 들까? 지은이인 야냐 슈타인게써와 옌스 슈타인게써는 언론인이자 작가이다. 그는 독일에서 민족학과 사회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글을 쓰는 직업을 가졌고, 그 글을 타인들에게 알리는 직업을 가졌다. 그들이 갖고 있는 가치관은 참 배울 부분이 많다.

두 부부는 네 아이와 함께 세계 여러나라를 여행하면서 기후변화와 세계의 내일에 대해 책을 작성했다. 작년에, 3살이 조금 넘은 아이들을 데라고 여행을 갔었다. 여행코스는 아이들을 위주로 아이에게 재밌고 좋은 걸 보여주자는 취지였다. 에버랜드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아울렛. 풍경 좋고 실내 수영장이 딸려 있는 팬션까지.

나는 최대한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구성을 여행에 잔뜩 넣어 놓았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은 차에서 울기도 하고, 때를 쓰기도 했다. 운전을 하다보면 예민해지는 성격탓에 소리가 커지기도 하고, 올라오는 화를 참기 위해 여러 차례, 눈을 감고 화를 삭혀 보기도 했다.

'여기에 온 목적이 무엇이지?'

아이들은 차에서 내려 진짜 목적이 왔을때는 기진맥진해 있거나 잠에 들기 마련이다. 그야말로 목적이 전도되었다. 아이를 위해 여행을 간 것이 아니라, 여행을 위해 아이들이 희생하고 있던 것이다. 책을 읽고서는 부끄러운 부분이 많았다. 아이에게 나는 무엇을 가르치고 있던가. 부모의 확실한 철학은 아이의 성장 배경을 다르게 만든다. 나는 기껏 해봐야, 에버랜드에 인간들에 의해 갇혀있는 동물을 보여 주거나, 기껏 타고왔던 자동차와 별반 다르지 않은 전동 레일차를 태워 주고 있었다. 이게 과연 교육이었까?

이 부부는 아이들과 세계여행을 떠난다. 북유럽부터 시작하여,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호주 그리고 유럽까지의 여행지를 돌면서, 고급스러운 호텔이나 관광지를 돌지 않았다. 거의 노숙에 가까운 잠을 자기도 하고, 걷기도 힘든 돌무더기의 길을 수레를 끌고 다니기도 하며, 온갖 고생을 했다. 게다가, 이 가족의 여행 테마가 가장 확실했다. 지구 온난화와 사막화 처럼 세계의 환경과 기후의 변화에 대해 아이들과 체험하는 것이 그들의 테마였다.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고생하고 느끼고 체험했다. 부모가 고생하는 것도 함께 겪으며, 서로 의지하고 공부했다.

에버랜드와 아울렛. 나의 계획이 씁쓸했다. 나의 아이들은 무엇을 배웠을까? 아이에게 좋은 것을 체험시킨다는 나의 교육철학이 형편 없음을 지각했다. 아이는 아마, 화내는 아버지와 편하게 쉬고 싶어 하는 부모를 보았을 것이다. 책의 마지막까지 반성하고 반성했다.

우리나라의 여름이 너무 덥다. 예전에도 이렇게 더웠나? 싶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에어콘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식당에서는 밥도 먹으러 가지 않는다. 마치, 우주 공간 속 산소 마스크 처럼, 에어콘이 우리에게 필수 생활 용품이 되어버렸다. 매년이 그렇게 더워지고 있는데, 우리는 아이들에게 우리가 만들어 준 환경에 대해 이렇다 설명해 줄 이야기 조차 준비하지 않았다. 우리 아이들은 아마 우리가 겪었던 기후를 죽을 때 까지 겪어보지 못할 것이다.

'예전에도 이렇게 더웠나?'가 아니라 '원래 이렇게 더운거다'라고 인식한 아이들은 아마 우리와 비슷한 과오를 저지르며 다음 세대들에게 더 안좋은 환경을 물려줄 지도 모른다.

책은 글보다 사진이 많다. 하지만 글을 읽는 시간보다 사진이 나온 페이지를 읽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사진은 글보다 더 많은 걸 담기도한다. 뉴질랜드에서 마지막날을 보내던 날, 회사에서는 회식을 해 주었다. 오늘이 남반구에서 보내는 마지막날이 될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들자, 건물 밖으로 나와 하늘을 보게 됐다. 그때 올려다 본 밤 하늘이 잊혀지지 않는다.

정말 티끌 하나 없는 하늘이 우주공간을 유영할 수 있을 듯 깨끗하고 아름다웠다. '공간이 보인다.'라고 표현하면 맞을까? 알딸딸한 기분을 술기운이 만들어준다. 이 아름다운 하늘을 사진에 담고 싶었다. 들고 있는 최신식 핸드폰으로 하늘을 찍었다. 분명, 가슴을 뻥하게 뚫어주던 시원 시원한 하늘이 사진에 담겨져 있을 때는, 검은 하늘에 하얀 점이 몇 개 찍힌 멋대가리 없는 평면 밖에 아니었다. 몇 장의 사진을 더 찍고서, 사진 찍는 일을 그만두었다.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대자연의 경의로움은 실제 눈으로 보고, 몸으로 겪어보지 못한다면, 아무리 기술 좋은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이라고 하더라도 0.01%도 담아내지 못한다. 그런 확신이 있다. 책은 옆으로 넓은 정사각형이다. 왜 책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처음에는 고개가 갸우뚱 해졌으나, 그때의 감성을 생각하면, 아마 작가는 책이 담고자 했던, 경의로운 자연을 1cm라도 더 효과적으로 보이게 하려고 하지 않았을가 싶다. 물론, 아마 책은 작가가 보고 겪은 자연을 극 일부도 표현하지 못했을 것이다.

자연에 대한 경고를 반성하는 이 책은, 의외로 아름다운 사진이 참 많다. 그 모순을 통해 아마도 더 자연을 지켜야한다는 경각심을 깨워주려고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인간은 자연을 참 여러가지 방식으로 괴롭혔다. 벌목을 통해, 지역을 사막화 시키기도 하고, 아시아에 살고 있는 동물을 오세아니아로 옮겨와 생태계를 파괴하기도 하며, 온갖 불순한 화학물질을 태워 이산화탄소를 배출시키고, 물을 오염 시킨다. 그렇게 환경 파괴에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당연히 우리의 환경은 고통 받기 마련이다.

자연은 자연 치유의 기능이 있다. 너무 더운 날은 비를 내려 기온을 내리게 하고, 너무 추운 날은 눈을 내려 기온을 올리게 한다. 그 뿐만 아니라, 공기의 이동에 따라 저기압 고기압의 오름과 내림으로 태풍의 진로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자연적으로 불필요한 것은 없애고, 새로운 생명과 무생물에게 기회를 주기도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우리 인간에게 치명적인 질병으로 부르지만, 자연 생태계에서 보자면 필연적으로 생길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기도한다.

부부의 아이인 미오는 부모에게 억만장자게 되고 싶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아무리 교육을 하더라도, 아이들를 키우는게 그렇게 낭만적인 이른 아니지.'

그렇게 내심 그 부부의 노력을 비웃었다.

하지만 바로 다음 페이지, 아이가 억만장자게 되고 싶은 이유를 설명한다.

"돈으로 나는 숲을 살 거야. 그리고 밭도 사서 독이 없는 채소를 키울 꺼야."

다시 또 한방 먹었구나. 나의 옹졸했던 편견을 스스로 비웃었다. 우리는 실제 Explore를 잃었다. 이젠 누구도 여행이나 관광을 하지 explore를 하지 않는다. 대신, 내리 쫴는 햇볕을 밑으로 에어콘을 킨 방바닥에 엎드려 이불을 덮고, Internet explorer를 접속한다. 어제 우리 아이들 또한, 편안한 방바닥에 에어콘을 키고, 누워서 유튜브를 보여주었다.

나는 무슨 교육을 하고 있는가?

책의 마지막에 이런 부록이 있다.

'아이들과 여행할 때 필요한 준비물'

거기에는 망원경, 신발, 모기장과 같은 필수품들이 적혀 있다. 하지만 거기에 눈에 뛰는 준비물이 있다. 다른 준비물은 지금이라도 전부 마트에서 사서 준비 가능한 준비물들이었다. 하지만 내가 눈에 뛰던 그들이 제시한 준비물은 나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충분한 시간과 임기응변의 여유'

나는 얼마나 바쁘게 살고 있기에, 이토록 아이들을 망치고 있는가? 반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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