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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싫어, 떠난 세계여행
홍균 지음 / 하움출판사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평가? 평가 할 수 없다. 아이들과 키즈 카페를 갔다. 키즈 카페를 와서야 겨우 책을 읽을 수 있겠다 싶었다.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마음 깊을 곳으로 가라앉히는데 수 분을 사용한다. 창 밖을 바라보면서, 차분해지길 기다렸다. 차분해진 마음으로 파란 표지의 책을 들어 집었다.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옆에 끼고 책을 폈다. 말레이시아에서 부터 베트남으로 여행의 공간을 이동할 때 쯤...
'이런 책이구나...'
책을 읽어보다가, 그냥 무심코 책의 뒤를 책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출판 수익금의 50%는 초록우산 어린이 재단에 기부됩니다.' 내가 감히 평가 할 수 있는 책일까? 책을 한 권 쓰는 일은 참으로 고생스럽다. 작가는 자신의 노력과 경험을 팔고, 그 수익을 '기부'한다. 그것으로 모든 선행이 마무리 되는 것도 아니다. 무려 이 책을 구매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선행을 시켜준다.' 본의아니게 사람을 도운 사람은 반드시 그 찜찜함을 가슴에 두고 언젠가 그 선행을 본의로 실천한다.
이 책은 빳빳하고 반들거리는 재질 위에 적혀있다. 여행에서 찍은 사진과 매일 일기 형식처럼 작성된 듯한 글...
꾸밈이 없다. 상호나 이름, 상표도 거침 없이 언급한다. 누가봐도 사촌 동생이나, 친구 녀석의 여행 중 쓴 일기장을 들쳐 본 느낌이다.
그가 다녔던 여행지 중 일부는 내가 방문했던 적이 있는 곳이기도 했다. 나 또한 여행지를 방문할 일기와 메모 그리고 사진을 꼭 남겨 놓는다. 하지만, 그렇게 남겨놓은 외장하드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모든 자료가 사라졌다. 그런 이유로 여행지를 다녀온 사진이나 글은 반드시 온라인으로 남겨놓고나, 출판을 통해 책으로 남기는 것이 나로서도 좋고, 읽는 독자들로서도 좋다고 생각한다.
다낭의 핑크 성당은 실제로도 매우 아름다웠다. 다만, 나는 날씨가 좋지 않은 날 갔던 터라 날씨가 좋은날 방문했던 작의 사진을 보고 다시 감탄하게 되었다. 핑크 성당을 나와서의 시장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 또한 매우 낮이 익다. 그 뒤로도 계속 따라 나오는 사진들 또한 이미 내가 겪었던 사진이라 매우 반갑다. 작가와 내가 여행한 시기도 비슷하기도 했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 여행 중 마주쳤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가벼운 상상을 해본다.
그의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지역은 베트남이다. 그의 책 또한 세계를 돌다, 결국은 베트남의 이야기로 마무리한다.
'베트남'
요즘은 베트남이라는 나라를 두고, 여러가지 시선이 있는 듯하다. 박항서 감독과 삼성전자로 대한민국과 베트남이 어느때 보다 가까워지던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로 베트남 측의 입국금지 조치에 따라 많은 대한민국 사람들이 베트남이라는 나라에 배신감을 갖는 듯하다. 베트남의 역사는 참으로 기구하다. 기원전 111년 중국 한나라의 침입으로 중국에 병합된 뒤, 자그마치 939년 간 중국의 지배를 받는다.
근 1000년의 지배를 받던 베트남은 939년 중국의 지배에서 겨우 벗어났으나 다시 1406년 중국의 속국이 된다. 그러다 1883년에는 베트남의 전 국토가 프랑스의 식민지가 되고, 2차세계대전 때 프랑스가 독일의 침공을 받으면서 세력이 약화되자, 다시 베트남은 일본의 보호국으로 전락된다. 그 뒤로 1945년에는 남북전쟁이 발발하고, 미국과 전쟁을 하며 겨우 독립국의 지위를 얻어냈다.
베트남인들의 자존심은 상당하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얼마나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가?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대한민국의 GDP는 지금의 베트남 GDP와 같다. 그 뒤로 30년이 흘렀다. 대한민국은 그 후로 국가 전체가 9배의 성장을 이루었다. 30년만의 기적이다. 베트남의 인구는 우리나라의 대략 2배에 가까운 나라이다. 만약 1인당 GDP가 대한민국과 같은 규모를 갖게 된다면, 베트남의 전체 GDP는 독일, 영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을 정도이다.
어찌됐건, 우리와 참 공통점이 많은 나라이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여기가 경기도인가 싶다는 작가의 그 마음이 너무 공감되었다. 너무나도 닮은 우리의 어느 곳과 같은 베트남을 이토록 잘 표현할 수 있나 싶다. 사실 여행이라는 것은 '산업'형이 된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다. 여행(旅行)은 나그네(여)에 길(행)을 사용한다. 나그네의 길을 이야기한다. 나그네는 자기가 살던 고장을 떠나 방랑하는 이를 말한다. 이는 고단한 여정이다. 우리가 오늘날 하고 있는 관광코스를 돌며 휴식을 취한다기 보다, 목적지로 가는 길 수 일, 수 달을 이 마을 저 마을에 들리며 쉬는 일이다.
예전 유학길이나, 여행길은 '고난'과 '고생'의 길이었다. 그 먼 길을 떠나느라 병을 얻는 이들도 있었다. 이런 여행이 '산업'의 모습을 갖춘다. 지금의 여행객들은 목적지로 가는 길에 머무는 사람들이 아니다. 가는 그 길 자체가 목적이 되곤 한다. 불과 100년 전 만 하더라도, 목적을 위한 그저 고단한 과정일 뿐이던 여행이, 이제는 돈을 들여서라도 행하고 싶은 여가 생활이 되어버린 일은 참 아이러니다.
목적지없는 여행, 여행 자체가 목적인 여행. 아마 수 백 년 전, 누군가가 우리의 삶을 본다면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까? 이제는 세계여행이라는 말이 있다. 세계를 돈다. 예전 여행객들의 최종 목적지는 도착지였다. 여행 후 도착지에 자리를 잡고 수 개월, 수 년을 정착하고 살았다. 하지만 우리는 여행의 계획을 짤 때, 가장 마지막 날은 '집'이다. 우리 여행의 목적은 결국 '집'이자 '제자리'이다.
그렇게 힘든 여정을 통해 다시 도도리표처럼 제자리로 돌아오는 현대인들...
우리는 이토록 제자리를 제대로 찾아오기 위해, 세계를 돌다 오기도 하고, 유럽이나, 아시아, 아프리카 등을 돌기도 한다. 결국은 그 자리가 내가 있을 곳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결국, 우리 인류는 깨닳은 것이다. 어디를 가도 거기서 거기라는 말을 말이다.
나는 뉴질랜드에서 살고 있었다. 어쩌면 한국에 돌아올 생각을 안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처럼 한국.. 그리고 고향인 제주로 돌아왔다. 지옥과 천국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있는 곳에서 이쪽 면을 바라보면 지옥문이 보이고, 저쪽 문을 바라보면 천국의 문이 보인다. 내가 자리를 옮겨도 항상 내 눈에 볼 수 있는 코 끝처럼, 지옥과 천국은 나에게 매달려 떨어져 있지 않다.
세계를 돌아도, 결국은 어디나 같다. 나도 지금 생각해보니 꽤나 많은 나라를 다녔던 것 같다. '뉴질랜드, 호주,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일본 등 등' 그렇게 싸돌아다니더니 결국은 나고 자란 제주다. 360도를 돌면 제자리라고 한다. 하지만, 분 침이 12라는 숫자에서 시작해서 12라는 숫자로 마무리 지었을 때, 누군가는 허탈함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분침이 제자리에서 멀리 움직이더라도,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으면, 시침은 움직이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지만, 우리는 분명 진보하고 있다.
앞으로 나아가는 듯 하면서, 항상 제자리에 머무는 듯한 것이 인생이다. 어쩌면 잘 될듯 하면서, 도돌이표이고 앞으로 나아가는것 같지만 다시 그자리인게 인생이다. 하지만, 우리가 인생의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 우리는 다른 분침이 움직이지 못하는 시간을 움직이는 존재들일 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