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리는 사람의 다이어리 - 좋은 관계를 만드는 21가지 비밀
이민규 지음 / 더난출판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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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의 구조화

첫째, 알아차린다.

둘째, 선택한다.

셋째, 실행하고 기록한다. 

결국 습관은 반복이고, 반복은 구조화 속에서 이루어진다.

행위를 반복 할 수 있는 구조가 짜여지면 습관이 형성되고, 습관이 형성되면 반드시 사람은 바뀐다.

기록을 생활화하면 가장 체감할 수 있는 것은 '같은 고민을 두 번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령 무언가를 하기로 할 때, '할까, 말까'를 수십번 수백번 고민할 때가 있다.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가도, '굳이 해야하나...' 생각이 들 때가 있고, '하지말자'라고 생각을 했다가도, '그래도 하는 게 좋지 않을까...'하는 갈팡 질팡하는 마음.

이런 마음이 드는 이유는 단순하다.

'확실하지 않아서 그렇다.'

마치 막연하게 세자리 숫자 두 개를 곱하기 할 때, 머리를 잘쓰면 정답을 찾아 낼 수도 있다. 다만 그게 정확한 답인지는 아리송하다.

정확한 정답이라는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에 이미 했던 계산을 다시 머릿속으로 굴린다. 불확실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머릿속으로 다시 계산하고 암산한다.

며칠이 지난 뒤에, 내가 내린 계산이 모호해지만 다시 그것을 계산한다.

이 무한대로 소모하는 불필요한 에너지를 해소하는 단 하나의 방법은 이렇다. 연필과 종이를 꺼내어 그 위에 계산식을 적고 오류가 없는지 검토한 뒤에 주머니 속에 넣어두는 것이다.

계산식은 오류가 없음을 증명하고 확실성을 보장한다. 주머니속 종이는 머리속 메모리 공간을 최소화 시켜주고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하게 도와준다.

이것이 어쩌면 쓰기의 힘이지 않을까 싶다.

어떤 상황이던 '좋은점'과 '나쁜점'은 반드시 있다. 하물며 로또 1등 당첨에서도 단점이 분명하게 있다. 세상만사가 장단이 모두 섞인 다면적인 모양을 하고 있으니 그것의 다면을 다 적어보고 가시화하여 판단하는 것은 몹시 중요하다.

예전 '힐링캠프'에 프로듀서 박진영이 나와 했던 말이 있다. 전자기기를 사더라도 사용설명서를 꼼꼼하게 살피고 사용해야 하는데, 정작 우리는 '자신'에 대한 사용설명서를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장점과 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메타인지능력이 무엇보다 주요하다. 그것은 단순히 걸어가면서 머릿속으로 계산하고 기억해두는 수준이 아니라 어딘가에 기록하고 가시화하여 그것을 소장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런 행동을 반복하면 습관이되고 습관이되면 사람은 바뀐다.

이것이 일기쓰기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일기는 나의 메모리를 대신해주고 나의 계산에 '확실성'을 보장해준다. 어쩌면 그런 이유로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무수한 연산연습'을 해왔는지 모른다.

우리의 뇌가 여타 동물과 어떤 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의 지능 중 '기억력'이라는 것은 때로 일부 침팬지와 같은 다른 영장류에 비해 뒤떨어져 있으며 공간 형상과 거리 움직임을 감지하는 능력은 돌고래나 박쥐보다 떨어진다. 철새나 바다거북에 비해 방향감각은 엄청나게 떨어지고 어떤 경우에는 직관적 공간 감지력이나 자연 환경 적응력 등이 비교불가할 정도로 뒤쳐져 있다.

우리가 여타 동물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 지적 영역이란, 언어, 추리, 계획수립 정도다. 우리의 장점을 잘 알지 못하고 삶을 사는 것은 어쩌면 침팬지나 돌고래보다 떨어지는 지능을 가지고 삶을 대하는 바와 같다.

그러나 어찌 이것을 실천하는 것이 쉽겠는가.

반대로 말하면 이렇다. 그것을 실천하기 쉽지 않다는 것은 반대로 함께 우리와 사회생활을 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낮지 않은 장벽이 된다는 의미이며, 우리가 먼저 그것을 넘어서는 순간 여타 인물들과는 비교불가한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지 않을까,

글쓰기는 그런 의미에서 아주 완전한 자기계발 방법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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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개의 말·프라하, 사라져 가는 시
밀란 쿤데라 지음, 김병욱 옮김 / 민음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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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는 1929년 체코에서 태어났다. 음악 교수의 아들로 태어나 어린 시절에는 문학보다 음악에 더 큰 열정을 가졌다. 이후 이십대 중반이 되면서부터 문학과 철학을 공부한다. 그의 고향은 체코지만 공산 정부가 그의 책을 금지하면서 결국 그는 프랑스로 망명을 가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소설로 세계적인 작가로 인정받는다. 책은 '사랑, 자유, 삶의 이유'에 대한 사유가 들어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정말 진지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꾸준하게 던지며 '실존, 정체성, 자유' 등의 주제에 대해 깊이 탐구했다. 그는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삶의 무게'와 '가벼움' 운명과 우연', '기억과 망각'에 대한 철학적 주제를 다뤘다. 특히 문장과 문장, 단어와 단어 하나에도 깊은 사유를 담고자 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언어의 정밀함'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다. 또한 번역에 대해서도 예민했다.


좋은 번역이란 무엇일까. 읽을 때, 깔끔하게 떨어지는 번역을 말하는 것일까.

"좋은 번역이라면 번역임을 알아야 한다."

그는 되려 자연스러운 번역이 오히려 작가의 목소리를 지우는 일일 수 있다고 믿었다. 의미를 다른 언어로 전달하는 일에까지 아주 세세하게 신경을 쓰는 그의 글이야 말로 '장인'이 한땀한땀 했던 바느질처럼 느껴진다.

그의 글쓰기는 그가 남긴 89개의 말에 따르면 단순히 이야기를 짜내는 일이 아니다. 언어의 결을 맞춰 사유를 짜 맞추는 매우 섬세한 작업이다. 말과 말 사이의 침묵까지도 의미 있는 여백으로 남겨야 하는 아주 디테일한 표현의 흔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의 사유는 이후 다시 고향 체코와 도시 프라하로 향한다. 그에게 프라하는 단순한 도시가 아니다. 프하하는 문학과 시의 숨결이 살아 있는 도시였다. 다만 전쟁과 정치, 이념의 충돌 속에서 '밀란 쿤데라'는 자신이 사랑한 도시가 점차 시로서의 얼굴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사실을 느낀다.


그가 보기에 프라하는 더 이상 '시'를 말하지 않는 도시가 되어 버렸다. 거리에는 기억대신에 망각이 쌓이고 사람들의 말에는 감성이 아닌 이념이 먼저 자리를 잡게 된다. 그토록 아름다웠던 프라하가 사유의 깊이, 언어의 품위, 문화의 고유함 같은 것들을 잃어가는 모습에 그는 슬픔과 분노를 동시에 느낀다.

그는 프라하가 더이상 '문학의 도시'가 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 이야기 한다. 물론 도시는 지금도 존재하지만 그 속에 있던 시가 살아졌다는 말을 통해 상실감을 토로 한다.

그는 프라하를 아틀란티스로 비유했다. 사라졌지만 어딘가에는 존재했으며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아틀란티스는 한 때 풍요롭고 이상적인 도시였다. 고대 철학자 플라톤이 말한 전설속의 아틀란티스는 지금은 바닷속에 잠겨 사라졌지만 이제는 사람들의 기억과 상상속에서 존재한다. 쿤데라가 본 프라하도 마치 그와 같다고 봤다.


프라하는 카프카, 하셰크, 차페크와 같은 거장들이 활동하던 문학과 시의 도시이자 상징이었다. 도시의 골목마다 철학과 예술이 숨겨져 있고 거장들의 흔적이 녹아져 있으며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는 깊이가 있었다. 이 모든 것을 집어삼킨 전쟁과 독재, 정치 선전으로 모든 것을 상실한 프라하는 과거의 프라하와 완전히 다른 도시가 되어버렸다.

그는 말과 도시 그리고 인간의 기억을 통해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단어 하나가 잊혀지거나 도시 하나가 변화할 때, 우리가 잃어버리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어려운 이념이라던지 역사를 말하지 않아도 '문학'이 사라지는 이유에 대해 충분히 생각할 수 있게 한다.


그는 자신의 삶과 문학을 압축한 개인 사전을 통해 말을 지키는 일로 정신과 문화를 지키고자 했다. 단어가 가진 색과 냄새, 뉘앙스가 사라지지 않게 마지막 유고작에 담아내고자 했다.

그것이 바로 '89개의 말, 프라하, 사라져가는 시'다. 이 책은 밀란 쿤데라가 생전에 썼던 산문들과 사전을 담고 있다. 그거 직접 선택한 89개의 단어에 대한 이야기와 그가 사랑했던 프라하가 더이상 시를 품지 않는 도시가 됐다는 사실에 대한 애통한 기록을 담았다.

그에게 단어는 정체성에 가깝다. 사람들이 더이상 쓰지 않는 말, 사라져가는 단어들을 죽기전까지 붙잡고자 글을 썼다.

단어는 그에게 단순한 기호가 아니었다. 정체성이었으며, 기억이고, 사유의 흔적이었다. 89개의 말은 사라져가는 단어들을 통해 사라져가는 도시와 사라져가는 인간의 정신을 필사의 노력으로 붙잡고자한 기록이다. 시를 잃은 도시와 말을 잃은 시대에서 그는 자신이 아끼는 단어 몇가지를 끝까지 붙잡고 저항하고자 했다. 그 흔적들은 짧게나마 느낄 수 있다.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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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 (200쇄 기념 스페셜 에디션)
이민규 지음 / 더난출판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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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넷플릭스에 '강하늘 배우'가 자주 나온다. '오징어 게임'부터 시작해서 '84 제곱미터', '스트리밍'까지 연달아 모든 작품이 흥행을 하고 있다. '강하늘 배우'를 시작부터 언급한 이유는 '미담'이 많은 배우라 그렇다.

사람들은 요즘 '능력'보다 '사람됨'을 먼저 본다. 워낙 경쟁이 치열한 사회다보니, '능력'이라는 것이 어느 순간 상향 평준화 되어 있어 그렇다. 경쟁력이 이제는 능력보다 '인성'에서 갈라진다.

말하자면, '일 잘하는 사람'보다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훨씬 귀한 세상이다.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는 바로 이 지점을 지적한다. 기술이나 배경, 스팩도 아닌 바로 '태도'라는 보이지 않는 차이가 '존재'의 가치를 입증한다는 것이다.

수치로 평가 할 수 없는 겸손, 자신감, 감정 조절능력, 주도적 자세 등 일상 속에서 실행 가능한 행동 방식이 어떻게 사람들로 끌려오게 하는지 짚어낸다. 단순한 자기계발형 나열식 조언이 아니라, 실제 사회생활 속 인간관계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갈등과 오해를 말하고 이에 대한 해결 방식을 제시하기도 한다.

과거 첫 리더의 위치에 서게 되었을 때, 상관의 지시 사항은 '업무 처리'가 아니라 '목소리'와 '전달능력'에 관한 것이었다.

물음에 급하게 답하지 말 것.

묻지 않은 사족을 달지 말 것.

실무에 지나치게 관여하지 말것.

이런 내용이었다. 커피를 만들어 파는 회사나 자동차를 만들어 파는 회사나 컴퓨터를 만들어 파는 회사도 결국에 확장이 되면 '사람관리 능력'이 가장 상위에 있다. 고로 아무리 뛰어난 실무자라고 하더라도 '인간적 매력'이 없다면 그들은 어떤 영역에서도 인정 받기 쉽지가 않다.

이 책이 유의미한 이유는 이미 100만 독자에게서 선택을 받았고 200만 쇄를 찍어낸 입증된 계발서이기 때문이다. 특별히 어떤 타겟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다움'을 이야기 하고 있기에 그 포용성도 넓다. 인간적 매력이라는 것은 단순히 '인간관계'에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리더십, 영업, 교육, 서비스, 팀워크, 사업, 가족관계까지 우리가 '사람'을 상대로 하는 모든 환경에서 실질적 해결책이 된다.

아들러의 말처럼 세상 우리가 가진 거의 모든 문제는 '인간관계'로 부터 시작한다. '나'를 기준점으로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나는 어떻게 매력적인 사람으로써 그 역할을 수행할 것인가. 또한 그 매력이라는 것은 또한 나를 매개체로 하는 수많은 네트워크를 활성화 시킬 것인가. 그 활발한 네트워크를 나는 어떻게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할 것인가. 현대 사회처럼 더 더 넓고 촘촘하게 쌓여가는 네트워크는 '인공지능'이나 '알고리즘'의 도움을 받아 더 크게 확장될 수 있다. 그리고 때로 그러한 인간적인 매력은 '인플루언서'라는 형태로 이미 사회에서 입증 받고 있다.

감정을 통제하는 훈련이나 말의 선택을 신중하게 하는 습관, 패드백을 기회로 만드는 사고 방식은 단순히 매력적인 사람을 넘어, '지속 가능한 사람'이 되는 길을 제시한다. 물론 책은 다소 반복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부분도 있다. 같은 메시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거듭 강조하기 때문이다. 고로 속도감이 있는 독서를 원하는 독자들에게는 어쩌면 다소 '루즈'하게 느껴질 수 도 있다. 다만 오히려 그 점이 이 책이 가진 의도가 아닐까 싶다. 중요한 메시지는 언제나 반복해야 익숙해지고, 익숙해져야 실천이 가능하다.

결국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는 '되는 사람'이 되는 법칙이 아니라 '되게 하는 사람'들이 가진 '태도'에 관한 책이다. 내면의 인격을 가꾸로 일상 속 작은 선택들을 다르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주변에 긍정적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

사실 앞서말한 강하늘 배우, 유재석 MC와 더불어 훌륭한 인격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지게 하는지를 보여주고 우리 사회에서 그런 인물들이 일류가 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해야 실력이 아니라 인격을 먼저하는 문화가 생겨냐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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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석산의 서양 철학사 - 더 크고 온전한 지혜를 향한 철학의 모든 길
탁석산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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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

어쩌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 중에 이와같은 호기심을 가진 '종'이 '인간'말고 또 있었을까.

아마 없지 않을까 싶다. 대부분의 '종'들의 특징이라면 '생존'에 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할 것이고 어쩌면 '안전'과 '먹이'에 관한 고민이 그들 '생'에 가진 거의 모든 고민이지 않을까 싶다.

동물종은 기본적으로 '생존'을 위해 산다. 먹고 자고 도망치고 짝짓기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자신의 유전자를 안전하게 후대에 넘길 수 있을지가 그들의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실제로 생물학적으로 그들은 자연선택에 따라 '생존'에 가장 적합한 이들만 살아 남으며 신체적 특징이 환경에 최적화 된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인간도 초기에는 비슷했을 것이다. 그리다 불, 도구, 농사와 같은 각종 기술과 문명이 발전하면서 '생존'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해방되어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졌을지 모른다

남는 시간 즉, 잉여 시간을 가진 사피엔스 종은 '객체의 생존'이 아니라 '존재'에 대한 의문을 품었다. '왜 존재하는가', '왜 사는가', '죽음 이후에는 무엇이 있는가'

이는 매슬로우의 5단계 욕구와도 연결된다. 생리적, 안전 욕구가 채워지면 그 상위 욕구인 '자아실현의 욕구'로 나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즉 인간은 문명을 만들어내면서 '철학'과, '예술', '종교' 등의 것들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할 수 있었다.

고대 그리스에서 아테네 시민들은 '노예제' 덕분에 거늬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탈레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철학자들이 탄생했다.

개인적인 경험을 빗대어 생각해 보자면, 잊어야하거나 극복해야 하는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잡생각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육체적 운동'을 하는 것이다. 극도로 고된 운동을 하고 신체의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고 나면 꽤 깊은 잠을 잘 수 있기도 하고 어지러웠던 머릿속 잡생각들이 말끔히 사라지기도 했다.

즉 다른 말로 하자면 인간의 '뇌'에 공급될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하고, 무언가를 고민할 물리적 시간을 갖고 있으며 신체 에너지와 나눠 쓰지 않아도 될 정도의 사회적 지위를 갖고 있다면 분명 인간은 그 잉여 에너지를 '생산성'과 무관한 것에 사용할 것이다.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1년 간 생존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가치를 '팔목'에 착용하는 장신구에 쓰거나 때로는 벽에 걸어두는 그림 정도에 쓰는 것처럼 말이다.

본래 풍요에 가까워지면 '생산성'이라는 것의 가치는 더이상 '가치'를 만들어내지 않는 어떤 지점에 한없이 가까워지며 그 초과하는 것에는 '명목적 가치'를 만들어내어 자신의 잉여생산력을 과시하곤 한다.

그렇게 고대 철학의 시작은 '존재'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했다. 그러다 중세 유럽으로 넘어가면 그 철학적 고민이 '종교'에 맞닿는다. 집단이 만들어낸 여러 상상의 매개는 '신용', '종교', '국가' 등을 만들어내며 '무의미'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한다.

쉽게 말해 '애당초 가치가 없는 일에 가치를 부여하여 그것을 가치 있다고 공동으로 믿는 것'이다. 단순히 축구공을 복숭아를 담는 바구니에 넣는 게임으로 시작한 공놀이가 '농구'라는 이름이 붙고 거기서 엄청난 산업과 스타가 만들어지는 것처럼 인간은 고대에는 스스로를 고민에 빠뜨렸던 '존재'를 창조해 낼 수 있는 발명품으로 여겼다. 그렇게 스스로 문화와 국가를 만들어내고 군대를 만들어내고 세금을 만들어 내면서 그들은 조금더 본질적인 고민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만물은 누가 만들었는가'

중세 유럽이 되면서 교회는 세속적 질서를 보호하고 사회는 일정 수준의 안정성을 갖게 된다. 사람들은 조금더 본질적인 고민을 할 수 있게 됐으며 자신들이 만들어낸 무언가들에 경이감을 가지며 이 모든 것을 창조해 낸 '창조주'로부터 더 큰 경이감과 두려움을 갖는다. '신학'의 탄생이다. 중세가 되면서 인간은 신과 존재의 성찰을 시작하고 철학은 신학의 하위로 기능하게 된다.

그런 고민들은 시간이 지나며 어떤 경우에 '신'의 영역이라고 여길 수 있는 것들에 대한 발견을 하게 된다. 과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의식주'와 '질병'을 통제하게 되고 '존재란 무엇인가'에서 '창조주란 누구인가'로 그리고 결국 '자신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다. 윤리와 정치, 자아와 자유라는 개념이 생겨나면서 인간의 철학은 근대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고도 산업화의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 우리 사회에서 철학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철학은 실존과 해체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AI나 로봇이 모방한 '인간다움'에 인권이 존재하는가. 그들과 우리는 어떻게 다른가.

이처럼 현대에서도 철학은 '자연선택'에 맞게 진화해 나가며 우리의 사회와 개인의 사고방식을 바꿔낸다.

서양철학에 대한 강의와 연구를 수행했던 '탁석산 박사'는 이처럼 철학이 인간 문명의 발전과 어떻게 맞물려 진화되어 왔는지, 시간순서로 나열해가며 꽤 현실적인 언어로 풀어낸다.

철학은 과거에도 그 사회화 문화, 환경에 맞게 진화해 왔다. 그 사회를 살던 이들이 가질 수 밖에 없었던 성찰과 고민들을 보여준다. 고로 그저 과거 어느 시점에만 존재했던 어떤 생각들의 흔적이 아니라 중세와 근대를 거쳐 AI와 로봇이 만들어지는 지금 현재까지 꾸준히 멈춰있지 않고 생물처럼 움직이며 진화해 나가는 중이다.

과거에 묻혀 있던 유물을 캐어내듯, 그의 서양 철학사의 첫장부터의 시작은 점차 시간과 역사를 따라 이동해오다가 현재까지 이른다. 즉, 철학은 사실상 유물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하나의 실타래처럼 연결되어 있는 살아 움직이고 있는 생물과 같아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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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의 미술관
최정표 지음 / 파람북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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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모습을 알기 위해 서는 곳은 어디인가. 손을 눈앞에 대고 한참을 바라봐도 결코 자신을 볼 수는 없다. 촛점을 최대한 가까이 당긴다고 해도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콧끝'이 전부다. 그렇다면 '자신'을 자세히 보기 위해 우리가 봐야 하는 곳은 어디일까. 바로 유리 뒷편에 있는 얇은 금속층, 거울이다. 거울을 뚫어져라 보면 '금속'이 아니라 실제 '자신'을 더 잘 볼 수 있게 된다.

아마 '미술관'을 표현하는 가장 은유적인 비유이지 않을까. 한 국가, 사람, 문화의 수준을 알기 위해 최선이라면 그 국가에 살아보는 것이다. 그것이 어디 말처럼 쉬운가. 그것은 마치 보이지 않는 스스로를 보기 위해 촛점을 콧끝에 두려는 노력처럼 보인다. 콧끝은 겨우 볼 수 있겠으나 결코 전체를 볼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미술관'은 국가와 국민, 시대가 무엇을 남기고자 하는지, 자신들의 정체성은 무엇이고 자신들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수준인지를 보여주는 '거울'과 같다. 

흔히 말하는 '스칸디나비아 반도'는 사실상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이다. 가장 풍족한 지역이며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 더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할 시간이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 이 지역 사람들은 무엇을 남기고자 했고 무엇을 보여주고자 할까. 그 흥미로운 관찰을 '백야의 미술관'이라는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덴마크의 루이지아나 미술관'은 바닷가 언덕에 지어져 있다. 이곳은 미술관이라기보다 철학을 담은 산책로에 가깝다. 거장들의 조각과 회화가 바다와 숲 사이에 놓여져 있다. 건물은 조용히 자연과 하나처럼 묻혀 있다.

초록색 병에 담긴 '칼스버그 맥주'는 내가 유학시절 적잖게 즐겼던 맥주다. 여기서 '칼스버그 맥주'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칼스버그 맥주'의 창업자가 만든 '카르스베르 미술관'의 이야기다. 이곳에서는 프랑스 인상주의를 만날 수 있다. '소유'가 아니라 '기증'의 방식으로 건축된 이 미술관의 면면은 덴마크 사회가 자본을 어떤 식으로 순환시키는지 보여준다.

세상에서 가장 고요한 나라 중 하나일 것 같은 '노르웨이'에서도 역설적인 작품이 있다. 뭉크의 '절규'다. 고요한 외면과 달라 내면에는 스스로가 얼마나 불안정한 존재인지를 떠올린다. 이곳 조각상은 대부분 벌거벗어 있다. 노르웨이는 굉장히 차가운 나라로 알려져 있다. 어쩌면 이곳에서는 '노르웨이 사람들'의 정서적인 외로움을 표현하고자 하지는 않았을까.

스웨덴 국립미술관에서는 유럽 왕정의 권위를 볼 수 있다. '우리가 유럽이다'라는 자긍심을 듬뿍 가지고 있다. 피카소, 달리, 앤디워홀 등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예술가들의 작품이 시대를 대표하며 비추고 있다. 왕실의 전통과 근대라는 모호한 경계 속에서 나름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투쟁이 보인다.

마지막으로 러시아다. 러시아의 에르미타주 미술관은 '황실'이 수집한 작품들이 잔뜩 있다. 쉽게 말해 유럽 예술의 금고다. 정교한 궁전 내부에 마티스와 렘브란트가 나란히 걸려 있다. 몇 걸음을 옮기면 트레챠코프 미술관도 있다. 이곳에서는 농민의 삶, 혁명, 전장에서 죽은 수많은 러시인들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미술관은 그저 유명한 작품을 벽에 걸어두고 입장료나 판매하는 곳이 아니다. 시대와 사람들이 무엇을 남기고자 했는지 했던 수많은 고민의 흔적이다. 국가는 스스로의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거울'을 두지 않는다. 때로는 스스로를 나타내기 위해 타국가의 그림을 걸어두기도 한다. 그림을 핑계 삼아 보여주고 남기고 싶은 모습을 저장하고 전시한다.

예술의 '아름다움'은 그저 미적인 표출이 아니라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덜어내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적 '흔적'이다. 어쩌면 미술관에서 우리가 봐야 하는 것은 빨간색, 파란색 물감의 배열이 아니라, 그 '철학적 고민'과 시대와 사람들이 무엇을 어떻게 남기고 보여주고자 했는지 했던 수많은 고민과 시간들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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