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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를 위한 비트코인과 화폐의 역사 - 청소년이 꼭 읽어야 할 과거·현재·미래 사회의 돈 이야기
김지훈(제이플레이코) 지음, 김혜원 그림 / 체인지업 / 2025년 6월
평점 :
아이가 태어나기 몇해 전, 서점을 갔다가 굉장히 독특한 제목의 책을 봤다. '코인'이라고 적혀 있었다. 독특하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열어 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며칠 후, 강연장에서 강연을 마치고 정리를 하고 있었다. 정리를 하며 퇴장하시는 분들과 인사를 했다. 그때 한 중년의 여성이 다가왔다. 겉보기에 굉장히 비싸 보이는 밍크코트를 입고 계셨다.
'굉장히 열심히 사시는 것 같은데, 제가 중요한 정보 하나 알려 드릴까요' 하시고 '비트코인'을 말씀하셨다.
'속는 셈치고 비트코인을 500만원 너치만 사 놓으세요'라는 말을 하셨다. 금방 잊어버렸다. 다음날 호기심에 지갑을 만들었다. 며칠이나 지났을까. 코인은 아래로 아래로 움직였다. 얼마를 더 입금하고 잊어 버렸다. 다시 열어 봤을 때 코인은 엄청나게 올라 있었다.
그해, 주변에서 '비트코인'이라는 용어를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났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비트코인 방송을 했다. 심심찮게 뉴스에 비트코인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정치인 출신 작가와 과학자가 '비트코인'에 대한 설전을 벌이기 시작했고 법무부 장관의 여러 발언이 뉴스에 나왔다. 이렇게 레거시 미디어나 정부가 공식적으로 언급하는 '코인'이라는 것에 되려 신뢰감이 생겼다. 이후 세계적인 투자자와 세계 최고 부자가 부정적인 미래를 말했다. 다시 얼마 계속되는 거래소 해킹 문제가 발생했다. 그때마다 비트코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약간의 확신을 쌓아갔다.
그렇다면 과연 '비트코인'이란 무엇일까.
지나가는 그 많은 이벤트들이 본질을 흔드는데, 비트코인은 500만원에서 1억5000만원까지 상승했다. 무려 3,000%나 상승했다. 도대체 왜 비트코인의 가격은 올라가는 것일까. '돈이나 벌어보자'는 투기성 투자가 아닌 그 근본을 궁금해야 한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은 무엇일까.
비트코인은 디지털 코드다. 그 실체 없는 것에 돈을 투자하는 건 얼마나 멍청한 일이냐고 물는 사람도 있으나 그렇지 않다. 본래 화폐는 '명목화폐'라는 것이 존재한다. 인간은 좀더 편하고 가벼운 가치 저장 수단을 발견해내며 지금의 경제를 만들었다. 쌀보다는 은이 낫고 은보다는 명목화폐인 지폐나 낫다.
'실체가 없다는 것'은 굉장히 선구적 개념이다.
본래 '신용'이라던지, '금리', '대출'이라는 것도 모두 실체가 없다. 우리는 그 실체 없는 것을 담보로 '대출'도 받고 계약이나 거래를 한다. 꼭 토지나 주식이 아니더라도 '신용'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조금더 깊게 들어가보면 토지가 자신의 소유라는 것또한 실체없는 '법'이라는 공동의 허구적 상상으로 만들어진 개념이다. '중국'에는 '토지'는 개인이 소유할 수 없다. '개인'이 소유한다는 개념 또한 꽤 최근에 만들어진 개념이다. '비트코인'도 크게 다르지 않다.
비트코인 비관론자들의 가장 큰 논리는 '실체 없는 코드'라는 것이다. '실체'라는 것은 굉장히 모호한 개념이다. '대한민국'에는 실체가 있을까. '종교'나 '기술', '회사', '특허', '법' 따위도 실체는 없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 따르면 인간의 '인지혁명'은 허구를 믿는 능력 덕분에 일어났다.
인간은 보이지 않는 것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믿으며 협력한다. '국가', '법', '종교', '회사', '주식시장' 모두가 허구다. 실체가 없다. 다만 수십억 인구는 이 허구를 믿고 협력하며 지금의 문명을 만들어왔다. 종이 위에 유화를 발라 놓은 것에 '예술'이라는 실체를 부여하면 그것은 모나리자가 되고 명작이 된다. 사람들이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실체와 가치를 부여한다.
비트코인도 같은 원리다. 그것은 단순한 컴퓨터 코드다. 다만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이 코드가 가진 희소성, 탈중앙성, 신뢰성을 믿는다. 고로 가치는 발생한다. 모든 화폐는 결국 '신뢰'에서 출발한다.
원화의 가치를 믿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원화의 가치는 올라간다. 단순하다. 어떤 경우에는 '원화'의 가치보다 '비트코인'의 가치를 믿는 사람이 더 많아지면 비트코인의 가치가 '원화'의 가치를 넘어 설 수도 있다. 모든 가치는 그렇게 형성된다.
'금'이나 '은'도 그저 빛나는 광물일 뿐이다. 사람들이 거기에 가치를 부여하면 가치가 생길 뿐이다. 결국 모든 화폐는 결국 '신뢰'에서 출발한다. 과거에는 금이 없었다. 금은 채굴이 어렵고 희소하다. 인간은 거기에 가치를 부여했다. 그 광물 덩어리가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원화'보다 더 가치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사람들은 '원화'와 '금'을 바꾼다. 상대적 가치가 발생하는 것이다.
비트코인의 미래를 이야기 할 때, 항상 빠지지 않는 것이 '워렌버핏'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다만 워렌버핏은 '가치투자'를 하는 사람이다. 적정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있을 때 그는 투자를 실행한다. 다시말해서, 그는 '주식'에 투자를 하는 사람이다.
과거 워렌버핏은 '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금은 아무 것도 생산하지 않는다. 금을 사서 금고에 넣어두면 그 금은 거기서 그대로 있다. 땀을 흘리지도 않고, 아기도 낳지 않고, 이자도 내지 않는다.'
무엇이 떠오르는가.
바로 워렌버핏이 '비트코인'에 대해 한 말과 같다.
'비트코인은 근본적으로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다. 지구상의 모든 비트코인을 25달러에 판다고 해도 사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비트코인의 투자 철학이 그렇다. 고로 비트코인과 워렌버핏을 연결 시키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그렇다면 과연 '금'은 투자에 적합하지 않은 광물일까. 그렇지 않다. 금은 교환이 꽤 불편한 가치저장 수단이다. 현재의 명목화폐는 금세공업자들에게 '금'을 맡기고 받은 영수증을 주고 받는 개념으로 시작했다. 금세공업자들은 현재 은행이 됐고 영수증은 화폐가 됐다.
기존 화폐에 대한 불편함이 생기면 점차 화폐는 진화하는 것이다. 조개껍데기에서 은으로 은에서 금으로, 금에서 달러로.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팬데믹, 각국 정부의 돈 찍어내기에 의해 기존 통화시스템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미국의 달러도 무한대로 찍힌다. 희소 자원이던 '화석연료'도 거의 무한대에 가깝게 채굴된다. 그렇다면 무거운 영수중이 아니라 금세공업자가 내어 준 영수증으로 교환 방식을 바꾸었던 것처럼 금태환 폐지에 의해 달러가 독립해 낸 것과 같은 인류의 화폐 개혁이 일어나지 않을까.
비트코인은 총 2100만개라는 발행량 한도를 내새운다. 누구도 초과발행 할 수 없다. 중앙은행도, 정부도, 기관도, 그 누구도 주체성을 갖지 않고 오직 수학과 알고리즘, 분산된 네트워크 위에만 존재한다.
이 탈중앙화는 누구도 이 시스템을 조작할 수 없고 파괴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블록체인 위에는 모든 거래가 남고 전 세계 수 많은 컴퓨터가 이를 동시 검증한다. 고로 이 시스템을 조작하기 위해서는 전체 컴퓨터의 51%를 동시에 해킹해야 가능하다.
간혹 거래소 해킹와 같은 이슈는 있으나 '비트코인'은 역사상 단 한번도 해킹된 적이 없다. 또한 어떤 의미에서 '양자컴퓨터'가 개발된다면 어떠한가를 물을 수도 있다. 다만 양자컴퓨터가 개발되어 비트코인을 해킹한다고 하더라도 그때는 비트코인을 포함한 달러, 원화를 비롯해 모든 신용 시스템이 다 무너진다고 봐야 한다.
전쟁과 각 세계 간의 분쟁, 경제재제 속에서 비트코인은 아마 더 발전할 것이다. 수많은 거래소 해킹, 규제, 정치적 발언, 부정적 뉴스 속에서도 시스템은 단 한번도 넘춘 적 없다. 2009년 첫 블록이 생성되고 2025년까지 참여자는 꾸준히 늘었다. 기관 투자자도 늘었고 일부 국가는 법정통화로 채택한다.
비트코인이 흥미로운 이유는 그것이 굉장한 돈벌이 수단이기 때문이 아니라, 거기에 꽤 흥미로운 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비트코인의 미래가 너무나 기대된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