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잘하는 아이, 수학도 잘하는 아이 - 20년간 수학을 가르치며 깨달은 것들
오선영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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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헬스트레이너 선생님께서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

"회원님, 의사는 사후 관리를, 트레이너는 사전 관리를 하는 사람들입니다."

다시 말해서 건강을 잘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건강한 사람들은 의사를 만나지 않는다. 고로 의사와 헬스트레이너의 공통점이라면 건강을 관리한다는 것이고 차이점이라면 전자는 문제가 발생한 후에 만나는 사람들이고 후자는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관리하는 사람이란다.

그 예시가 꽤 적절해서 마음속 깊이 담고 있었다.

다만 사람들은 '트레이너'보다 '의사'를 더 자주 만나며 한 번 만나게 되면 꽤 오랫동안 고생하기도 한다. 사전 관리라는 것은 불확실성을 맞이하는 것이라 건강이 나빠질지 알 수 없는 상태로 만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건강에 있어서는 낙관적인 편이라 관리없이 지내다가 '병'을 마주하면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다급하게 '의사'를 찾는다.

'관리'에는 '목적'보다는 '유지'가 중요하고 '치료'에는 '유지'보다 '목적'이 중요하다.

이런 맥락으로 볼 때, 교육도 비슷하다. 교육은 일정 소양을 채워 넣는 일이다. '관리'의 입장에 '문제가 발생하기 전'까지 대부분은 일상을 살아간다. 트레이너를 찾아 본 적 없는 이들이 곪을대로 곪은 상처가 덧나기 시작하여 병원을 찾는 것처럼 말이다.

곪은 기간이 길어질수록 '환부'는 깊어진다. 어떤 구간에서 '의사'는 포기해야 하는 구간을 설정하기도 한다. '한쪽 발'을 포기하거나 '시력'을 포기하거나, 때로는 '난치'라는 이름으로 '완치'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진료를 하기도 한다.

교육도 아주 비슷하다. 건강에 있어서 언제나 보기 좋은 '웨이트'만 중요한 것이 아니듯, '유산소'가 필요한 이들과 '웨이트'가 필요한 이들이 있다. 기본적으로 '유산소'는 기초 체력을 길러주는 일이다. 기초체력이 없으면 대부분의 다른 운동에서도 지속성을 갖지 못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부터 유난히 사탕을 좋아하는 아이가 고학년이 되어 '비만'이나 '충치' 등의 문제로 병원을 들락날락 한다고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너진 식습관'을 개선하는 것이다.

우리의 교육도 꽤 '학원'에 의존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선행해아 하는 것은 '일상 습관'이지 않을까 싶다.

아침에 간단히 조깅을 하고 건강한 식단으로 아침식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질병에 대한 예방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하루 10시간, 20시간씩 헬스장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간단하게 하루 1시간 이내의 꾸준한 습관 만으로도 상당한 육체적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거기에는 나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얼마나 바쁜지를 가늠할 필요도 없다. 그저 하면 건강해지는 것이고 하지 못하면 그렇지 못할 확률이 높아질 뿐이다.

아이는 매일 일어나면 수학 문제집 두 장과 6급 한자를 몇자 공부한다. 당연히 강제로 하진 않는다. 모든 운동이 강제할 때 노동이 되듯, 공부도 스스로 할 때, 학습이 되지 그렇지 않으면 세뇌일 뿐이다.

아이가 이런 습관을 유지한지 벌써 3년이 넘었다. 지난 시간이 쌓여 어느순간 수학영재가 된다고 느끼진 않는다. 조깅의 목표가 '마라토너'가 아닌 것처럼 그저 의사를 만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기초체력을 기르는 일이다.

독서와 수학은 운동에서 '유산소'와 굉장히 닮았다. 독서와 수학이 무너지면 기본적으로 단숨에 좋게 만들기 힘들다. 어쩌면 거의 불가능하다. 기초체력이 튼튼한 경우 특정한 식단관리와 규칙적인 운동 습관이면 1년만으로도 어떤 이들은 눈에 띄는 변화를 만들어낸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 부수적인 공부에 앞서 '글을 읽고, 수를 읽는' 기초체력은 교육에서 반드시 중요하다.

강사는 어떤 의미에서 '의사'와 같다. 진단하고 개선하는 '사후처리'를 돕는 일을 한다. 그 말은 유능한 의사와 유능한 강사를 만난다고 건강해지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이미 문제가 발생한 뒤에 만나야서 보통의 수준으로 다시 돌아가게 도울 뿐이다. 그렇다면 공부에 있어서 '트레이너'의 역할을 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안타깝지만 이런 일을 하는 방법이란 기껏해봐야 '구몬, 빨간팬 등의 학습지' 혹은 '책' 밖에 없다.

수학은 나선형으로 교육과정이 이뤄진다. 기초를 모르고서는 그 위에 성을 쌓을 수가 없다.

적분을 하려면 복잡한 분수식을 다뤄야 한다. 분수를 다루기 위해서는 통분을 알아야 한다. 통분을 위해서는 최소공배수를 알아야 하고 최소 공배수를 알기 위해서는 약수와 배수를 알아야 한다. 약수와 배수를 알기 위해서는 곱셈과 나눗셈을 알아야 하고 곱셈과 나눗셈을 알려면 구구단을 알아야 하고, 구구단을 알려면 덧셈과 뺄셈을 알아야 한다.

미분을 배우려면 함수를 알아야 하고, 함수를 배우려면 방정식을 알아야 하고, 방정식을 알려면 사칙연산의 규칙을 알아야 한다.

이렇게 초등학교 시절부터 차근차근 쌓아 올린 재료가 무너지지 않는 성이 된다. 그러니 초등 수학이 쉽다고 덜 중요한 것은 아니다. 나중에 어느 순간이 되서는 어디가 구멍인지 모를 환부가 발생하고 꽤 진지한 '의사'의 판단처럼 극단적으로는 아예 어떤 환부는 포기해야하는 진단이 나올 수도 있다.

교육이나 건강이나 기본적으로 습관 쌓기의 문제다. 바늘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막는다고 나중에가서 고액과외와 명문학원을 찾아 다닐 것이 아니라, 저렴한 학습지라도 매일 꾸준하게 푸는 습관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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