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판소리 - 조선의 오페라로 빠져드는 소리여행 방구석 시리즈 3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심청가, 하여가, 단심가, 처용가...

학창시절 문학작품으로 만났던 작품들일 것이다. 아이가 요즘 어린이 고전을 읽고 있다. 그래서 더 반갑다. 그러고보니 판소리를 들어본 게 언제였던가, 싶다.

'판구석 판소리'는 출판사 리텍콘텐츠의 '이서희 작가' 글이다. 작가는 문화 예술을 쉽고 재밌게 풀어주는 작가로 활동 중이다. 제목 역시 '방구석 판소리'다. 역사적이고 예술적이면서 뭔가 박물관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혹은 예술의 전장에서 각을 잡고 들어야 할 것만 같은 판소리지만 방구석에서 편하게 들을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있다.

신분을 넘어서는 사랑 이야기나, 부모를 위해 딸이 희생하는 이야기, 인생역전으로 신분 질서를 비틀어 내는 이야기, 왕을 속이는 권력 풍자까지... 우리가 현재 보고 있는 넷플릭스 시리즈나 영화와도 주제가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는 언제고 같다. 아무리 수백년이 지나도 사람 사는 모습은 거기서 가긴가 보다.

책의 하단에는 QR코드가 있다. QR코드를 찍으면 유튜브 영상과 연결된다. 이야기를 글로 읽으며 귀로 듣는다. 요즘 우리 아이들이 '오디오북'을 자주 듣는다. 눈을 허공에 두고 성우가 읽어주는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간다. 그러고보니 '판소리'는 조선판 오디오북이자 실시간 스트리밍 음악이지 않은가. 어쩌면 많은 조선 어린이들도 판소리를 통해 상상력과 문해력을 키우지 않았을까 싶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음악인지 과학 연구팀은 인간의 뇌는 리듬과 스토리텔링이 결합된 음악을 들을 때 감정 공감 능력이 높아진다고 했다. 판소리는 그런 의미에서 복합적 자극제다. 청중은 소리꾼의 이야기에 빠져들고, 북장단은 심장박동의 리듬을 갖는다. 스토리가 북의 리듬을 타고 심장으로 내리 꽂는다. 듣는 사람은 수동적 청자가 아니라 그 이상의 참여를 한다. 고로 판소리는 연극이자 음악이고, 책이자 대화인 셈이다.

이런 문화를 우리 조상들은 아주 예전부터 즐겼다. 많은 이들이 판소리와 오페라를 비교하기도 한다. 실제 판소리는 오페라와 닮은 부분이 있다. 다만 부르는 이와 듣는 이가 누구인가하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서양의 오페라는 왕과 귀족의 극장 속에서 자라났다. 거창한 무대 장치와 웅장한 오페라도 필요하다. 누구나 쉽게 들을 수 없는 위에서의 문화다. 반면 판소리는 평민과 장동뱅이의 입에서 시작했다. 거창한 무대 장치나 웅장한 오케스트라도 필요치 않다. 그저 북 하나면 충분하다. 또한 앞에 앉은 사람들을 관중이면서 대화상대로 인지했다. 수동적인 시청이 아니라 '소통'의 대상으로 두었다. 접근성 면에서 아주 뛰어나다. 본래 문화라는 것은 보존이 아니라 참여로 살아남는다.

요즘 아이들은 고전을 어려워하고 멀리한다. 과거에는 언제든지 쉽고 가볍게 들을 수 있던 이야기들이 점차 거리감이 생기면서다. 조선인들은 시장을 가거나 길거리에서 쉽게 판소리를 들었다. 그런 접근성은 현재 우리 아이들이 손에서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는 정도의 체감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방구석 판소리'는 고전을 우리 방구석으로 들여 오고자 한다.

문학 시간에 잠시 만났다가 평가문제로 받게 되는 고전이 아니라 이야기로 부르고 상상하며 즐기는 고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