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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에 가면 그 여자가 있다
김현아 지음, 유순미 사진 / 호미 / 2008년 3월
평점 :
이 책을 굳이 분류하자면 역사적 기행에세이 라는 긴 문장을
나름 생각해본다.
역사적인 인물, 것도 여자분들만의 자취를 찾아
떠나는 여행답사기다. 나오는 인물로는
.박제상부인, 선덕여왕, 진덕여왕, 허난설현, 신사임당, 매창,
김일엽, 나혜석, 고정희. 나열한 인물들을 보면 너무나 잘난(?)
분들이다. 단지 시대적으로 여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그 빛을 당대에는 보지 못하셨던...그래서였을까?
이 책은 다른 기행문들과는 다르게 흥분되고 설레고 들뜨기보다
그냥 애잔하고, 안타깝다.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조금씩 조금씩 어깨를 적셔오는 가랑비처럼 그렇게 젖어든다..
독일의 낭만주의 시인들은 한 시인의 시를 진정으로 이해하려면
그 시인의 고향을 찾아가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 여자'가 있는 '그 곳을' 꼭 가보아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 책 처음에 등장하는 곳이 경주인데, 경주라면 부산에서 가깝기도
해서 그래도 제법 몇 번 다녀온 곳이다.
왠지 경주는 갈 때마다, 계절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그게 나혼자만 느끼는게 아니였나보다.
저자는 더 확실하게 조목조목 그 느낌과 어울리는 곳을 소개해
주시기 까지 하신다.
" 벚꽃이 눈처럼 흩날리는 봄날엔 안압지와 포석정이 좋고,
토함산과 감포 바다는 여름이, 그리고 쓸쓸한 폐사지들은 가을이
제격이고, 눈발이라도 흩뿌리는 날이면 계림 숲과 반월성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 p. 12 내용중에서 -
다음번에 내가 경주를 다시 찾게 된다면 봄날엔 안압지를
다가오는 가을엔 폐사지들을 보러 가고 싶어질 것 같다.
아마 내가 다시 경주를 찾게 된다면,,아니 그 밖의 이 책에서
소개해준 곳을 찾게 된다면, 그 전과는 다른 여행이 될 것 같다.
좀 뜬금없긴 하지만, 갑자기 모광고 카피가 생각난다.
" 여자라서 행복해요." 한 동안 이 말을 자주 사용하기도 했고,
정말 난 여자라서 행복할까? 하는 의구심에 아주 잠깐 고뇌 비슷한
것도 해봤더랬는데....안타까운 그 여자들과의 만남 덕분에
그 여자들이 행복했을까? 하는 또다른 고뇌에 잠시 빠져본다.
<그 곳에 가면 그 여자가 있다> 딱딱하지 않고 참 따뜻해서 좋았던
책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