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헌법의 풍경 - 잃어버린 헌법을 위한 변론, 개정증보판
김두식 지음 / 교양인 / 2011년 12월
평점 :
이 유명한 책을 이제와서 읽은건 법에 대해 숨이 막힐것 같은 거리감을 어릴 적부터 본능적으로 느껴왔기 때문일 것이다. 법학교양서도 읽기 싫을 정도로. 법원 앞의 몰개성한 변호사 간판들이 너무 싫었고 멋을 안 부려도 너무 안 부리는 법조인들의 블랙앤화이트 차림새는 돈 벌어 뭐하누 하는 감상을 자아냈고 게중에서도 최악이라면 음주운전이라던지 행인과 시비가 붙어 폭행을 했다던지 하는 찌질한 짓을 저질러 놓고서 판사앞에 무릎꿇고 선처를 바라는 피고인들을 봤을 때였다. 그런 피고인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서류만 뒤적거리는 뽀얀 피부의 젊은 판사를 봤을 때 - 기미나 점이 하나도 없는 그 새하얗고 깨끗한 피부를 통해 그/그녀가 그간 얼마나 공부만 하고 살아왔는지 짐작할 수 있는- 법에 대해서는 아무리 양보해도 좋은 인상을 가지기 힘들었던 것이다. 저런 꼴을 보고 근무하다니 판검사가 건강한 정신건강을 유지하는게 가능한 일인가? 한번씩 터지는, 일반인의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판검사.판검사 출신들의 인성수준 스캔들이 아무 설명 없이도 참 잘 이해되었던 것. 뭐 어쨌든 그런 심리적 거부감을 넘어 법을 조금이라도 알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시작하게 되었고 어느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기도 했다. 그래도 법인데, 조금은 헤비한 내용이 아닐까 짐작하며. 음 그런데 사실 이 책을 읽고나서 보니 그런 마음의 준비 따윈 전혀 필요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일반독자 대상으로 눈높이를 조금 낮춘 수준이 아니라 아예 무릎까지 꿇고 앉아 있는 수준이라 (서술 형태가 대화체이다) 이해하는데 어려운 내용이 전혀 없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이 책은 헌법 그 자체보다는 헌법이 지키고 수호하려고 하는 기본적인 인권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법학의 딱딱함보다는 인문학의 소프트함으로 느껴지는거 같다. 이에 대해, 으흠 한국에선 그다지 별 파워도 없고 효용도 없는 헌법이 사실 이런 것이었군 하는 정도의 감흥은 있었는데 솔직히 기대했던 수준의 '깊이'있는 글은 아니었기에 다소 실망스러웠다. 냉정히 말하자면 이런 종류의 순수한 글들은 대학 저학년 시절에 충분히 읽었던지라...저는 정말로 헌법에 대해서 알고 싶었단 말입니다. 법학 교양서 정도로 라이트 하게 읽으시려는 분들에겐 좋은 책일듯 하다. 여러 사례와 예시를 풍부하게 제시하고 있으며 설명도 했던 말 또 계속 하시며 독자들 눈 높이에 엄청 맞춰주신다. 학부생이 읽으면 더 좋을거 같고. 김두식 교수는 교양법학에 관심이 많다 하시는데 이미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은 헌법의 풍경 독자들을 위해 이것보다 한 단계더 높은 수준의 책을 써주셔도 참 좋을거 같다. 뭐랄까. 이 책은 헌법에 대한 개념은 비유를 통해 마치 전래동화 들려주듯 친절한 어조로 가르쳐 주지만 이것만으로 독자들이 어떤 유의미한 액션을 취하기엔 너무 라이트하단 느낌이다. 결국 마지막에 하게 되는 질문, 헌법을 지키고 수호하기 위해 우리는 무슨 일을 해야 하는가? 에 대해 독자들이 스스로 답을 내릴 수 있도록 김두식 교수가 좀 더 도와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과격하거나 급진적으로 풀 수도 있는 소재이지만 김두식 교수라면 풍부한 해외 사례를 들어 한국 사회의 부족한 점과 해결과제에 대해 특유의 부드러운 어조로 꼼꼼하게 풀어내 주실 수 있을 거 같다. 조금 더 난도가 있는 교수님의 다음 권을 기다린다.
한번 궤도를 이탈해보고 나니 남과 다르게 사는 자유를 알게 되었고, 그 자유에 기초한 선택은 이전보다 훨씬 더 수월했습니다.
검사는 범죄를 수사하여 공소를 제기하고 형을 집행하는 사람이지, 결코 우리나라의 도덕과 윤리를 지켜주는 파수꾼이 아님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도덕, 윤리, 사회적 책임까지 판단하고 가르쳐 달라고 검사들에게 월급을 주고 있는 게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