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마오의 사하라 사막 생활기(신혼여행기) '사하라 이야기'가 2018년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란 소식을 듣고 너무나 신이 나서 책을 사러 알라딘에 접속했다. 국내에 출판된 싼마오의 책은 모두 사서 본가 어딘가에 있지만 서울에서 읽을 책도 사둬야겠다 싶어 접속한 것이었는데 두둥. 모든 책이 품절이다. 지난 10월 이후 입고 되지 않는 것을 보니 출판사가 문을 닫은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을 지울수가 없다. 원래 1인 출판사라 이런 상황이 두려웠는데 드디어 그 날이 오고 만 것인가 ...ㅠㅠ 잽싸게 중고서점을 검색했지만 알라딘 중고는 하나도 없고, 혹시나 들른 강남 yes24 중고서점에서 사하라 이야기 한 권을 구할 수 있었다. 다른 책들도 다 구하고 싶지만 이 정도만 해도 선방이라 해야할듯.
집에 와서 오랜만에 다시 쭈욱 책을 보는데 어머나. 원래도 좋은 번역이라 생각했었지만 다시 봐도 참 좋은 번역이고, 그냥 본인이 좋아하는 책을 출판하는 1인 출판사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번역자가 바로 그 1인 출판사 사장님이시고, 겨우 서른셋의 나이에 출판사를 차리고 책을 내고 번역자의 글을 쓰셨단 것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제가 오랫동안 팬이었습니다. 사장님. 막내집게는 내가 애정을 가진 단 하나의 출판사였다.
세상이 정말 좋은 것들에게 1등의 자리를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지금까지 너무나도 뼈저리게 경험해 왔지만 이런 일을 또 접하니 마음이 막 착찹해지는 것. 싼마오의 수필은 국내에 출판된 에세이 모두를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들만한 좋은 책이었지만 결국 이렇게 조용히 사라지게 된 것이다. 대형 출판사에서 나왔더라면 달랐을까? 그건 장담하지 못하겠지만 이 책이 요즘 트렌디한 표지와 얇은 두께로 출시되는 일본 여류 작가들의 에세이들 보다 9.5배쯤 낫다는 것에는 그렇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다나베 세이코 여사라 할지라도 에세이의 영역에서는 싼마오의 압승인 것이다. 레베루가 달라버려...! 나 같은 소수의 독자들에게 깊고 진한 사랑을 받았다지만 살아남는 것이 미덕인 이 냉정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2달째 재입고 되지 않는 싼 마오의 책들은 너무 가슴이 아프다. 세상은 좋은 걸 몰라주고, 나는 운 좋게 좋은 걸 알아봤지만, 나 같은 사람이 알아봐야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