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소설 - 하
미즈무라 미나에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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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도 며느리도 착하니까 나는 괜찮아요. 다만 그쪽이 조금 거북할 테니, 그게 좀 안됐지요. 진짜 할머니가 되기까지는 아직 시간도 있고."
그렇게 말하고는 쓸쓸하게 웃었다. 마치 자기에게 아직 남아 있는 젊음이 부담스러운 듯했다.

"그런데 오이와케에 도착했을 때, 왜, 유리창 너머로 당신 얼굴이 보였잖아요. 그 순간 당신한테만은 이야기해도 괜찮겠다는 마음이 들더군요. 하나님도 용서해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아무리 그래도, 나도 죽을 때까지 입을 다물고 있기는 힘들거든요."
그렇게 말하고 남은 호박색 액체를 단숨에 들이켜고는, 카운터 쪽을 돌아보며 바텐더에게 빈 텀블러를 들어 보였다. 그리고 얼굴을 앞으로 돌리고 말했다.
"이렇게 천박한 이야기...라기보다, 어른의 이야기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런 얘기는 술이라도 먹지 않고는 못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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