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옛날 느낌이 돌아오기 시작한다. 냄새가 밴 손수건을 서랍장 깊숙이 넣어두면 냄새가 안 나지만, 꺼내서 흔들거나 문지르거나 털거나 하면 냄새가 다시 나기 시작하는 것과 비슷하다.
가게에서 서너 건물 더 가면 나오는 `따끈따끈 도시락`집에서 메뉴판을 보면서 메뉴를 고르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야마무라, 집에 그런 거 가져가서 먹을 거면 내가 밥 사줄게. 갈래?" 라고 말했더니 또 입술이 오자 모양으로 벌어지며 "정말요...?" 라고 말하며 눈이 휘둥그레진다. 내가 알고 지내는 올드미스들은 젊은 남자를 꼬일 때는 무조건 먹는 거야, 라고 말햇다. 젊은 스님을 애인으로 둔 애는 기쓰네 우동 여섯 그릇이면 됐다고 말했고, 자위대 대원을 애인으로 둔 애는 처음에 "햄버거 드실래요?"로 낚았다고 했다. 그들에 비하면 나는 계절 요리니까 나름 고상한 편이다.
어차피 나는 그 정도로 말발이 좋지도 않았고, 게다가 솔직히 말해서 지식도 부족했다. 경험이 많은 것도 아니고 횟수가 많지도 않았다. 나는 남자가 먼저 "옳지, 옳지. 살결 참 곱다. 몸매도 유연하고...그럼 이렇게 한 번 해볼까" 라며 리드해주는게 좋지, 내가 먼저 "너 몸이 아주 탄탄하네. 그래, 그래. 잘한다. 옳지"라고 말하긴 싫다. 그럴 수 있을 정도로 경험이 많지 않아서라기 보다는, 나에겐 아직 그 정도의 `기량이 없다`라고 보는 편이 맞을 거다. `기량`이란 단어는 고승의 담력이나 깨달음, 정권 장악을 목표로 한 정치가에게만 쓰는 것이 아니다. 침대 위에서 상대를 리드할 때에도 그에 못지 않은 기량이 필요하다.
"자네들, 미모랑 건강도 마찬가지야." 전무는 우리에게 말한다. "없는 미모에, 없는 건강이겠지만..." "없는미모라니요. 너무해요." 우리가 항의하면 전무는 당황해서 "아, 그게 아니라 미모도 한도가 있다고 할까. 이건 어쩔 수 없이 신에게 받은 것으로만 승부를 봐야 해. 그걸 차례차례 잘 변통해서 쓰는 수밖에 없어. 적은 자본으로 큰걸 얻는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거든. 건강도 마찬가지. 1년 건강했다면 그 다음 1년도 버틸 수 있어. 그 건강함으로 어떻게든 1년 더 버틸 수 있고, 이런 식으로 어찌어찌 살아가는 거라고."
우메모토는 참 칭찬도 잘한다. 정말 감동했다는 듯 말한다. 나도 서른한 살이다. 나이를 겉으로만 먹은 게 아니라고. 남자가 진심으로 감동한 건지 그냥 하는 말인지 후각으로 구별해낼 수 있는 연륜 있는 여자란 말이야.
나는 우메모토가 바지런하게 요리하는 모습을 보고 `어머, 쓸모있는 남자네`라며 이런 남자가 내 남편이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시자키 규타처럼 물건 만드는 취미가 있는 사람을 보니 `참 쓸모 있는 존재야`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요즘에는 남자도 돈을 잘 번다는 것, 한 가지만으로는 세일즈 포인트가 될 수 없다. 보금자리를 꾸릴 능력 외에도 뭔가 한 두 가지 장점이 더 있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신랑감으로서 메리트가 없을 것이다. 신부 수업이란 것이 있듯이, 신랑 수업이란 것도 있으면 좋지 않을까? 남자도 요리, 수공예, 뜨개질, 육아 등 각자 특기를 가진다면 더 빨리 결혼할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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