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소설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절판


뭐라고 하면 좋을까...
굳이 말로 표현할 필요는 없었다.
중요하고 소중한 일은 약하디 약한 얼음조각 같은것이고, 말이란 망치 같은것이다.
잘 보이려고 자꾸 망치질을 하다 보면, 얼음 조각은 여기저기 금이가면서 끝내는 부셔져 버린다.
정말 중요한 일은, 말해서는 안된다.
몸이란 그릇에 얌전히 잠재워 두어야 한다. 그렇다, 마지막 불길에 불살라 질때까지.
그때 비로소 얼음조각은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며 몸과 더불어 천천히 녹아흐른다.-46쪽

"이상하게 여길지도 모르지만 난 지금 행복해."
그는 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내 기억은 그녀로만 가득하니까. 나를 계란처럼 반으로 탁 깨면 그녀하고의 추억만 흘러나올거야."
-54쪽

도서관에서 예의사건이 있은 후, 나와 우에하라 아야코는 급속도로 친해졌다.
연애라고 하기에는 그저 일방통행인 관계였지만 그런건 내 알바가 아니었다.
그녀 곁에 있을수 있다는 것만으로 나는 행복했다.
학부 건물 바로 옆에 있는 육상경기장 관람석에서 나와 그녀는 거의 매일점심을 같이 먹으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끝없이 나누었다.
그녀의 가치관이 나를 인도해주었다.

그녀가 별볼일 없다고 하는일은 웃음으로 날려보내고 ,
화를 내는 일에는 침을 뱉었다.

그녀가 권하는 것은 무엇이든 받아들였다.
그녀가 인권변호사 지망이라는 것을 알고 나도 인권 변호사가 되기로 했다.

그렇다. 그녀는 바다고 , 나는 파도사이로 떠다니는 나뭇조각 같은것이었다.
언젠가는 바다속으로 가라앉아 깊은곳에서 받아들여질 것이라 믿고 떠다니는 나뭇조각.
그러나 나뭇조각은 가라앉지 않는다.-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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