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는 눈 앞에 늘어서 있는 여섯 개의 빈 맥주병을 바라보았다. 병 사이로 제이의 뒷모스이 보였다. 지금이 은퇴할 적당한 시기일지도 모른다고 쥐는 생각했다. 이 술집에서 처음으로 맥주를 마신 것은 열여덟 살 때였다. 수천 병의 맥주, 수천 개의 감자튀김, 주크박스에 있는 수천 장의 레코드. 모든 것이 마치 작은 배에 밀려드는 파도처럼 왔다가는 사라져갔다. 나는 이제 맥주를 마실 만큼 충분히 마신 게 아닐까? 물론 서른이 되든 마흔이 되든 맥주는 얼마든지 마실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마시는 맥주만은 다르다고 그는 생각한다. 스물다섯 살, 은퇴하기에는 나쁘지 않은 나이다. 감각이 있는 인간이라면 대학을 나와서 은행의 대부계에서라도 일하고 있을 나이다.
테네시 윌리엄스는 이렇게 썼다. 과거와 현재에 대해서는 있는 그대로. 미래에 대해서는 `아마도`이다, 라고. 그러나 우리가 걸어온 암흑을 되돌아볼 때, 거기에 있는 것 역시 불확실한 `아마도` 뿐인 것 같았다. 우리가 확실하게 지각할 수 있는 건 현재라는 한순간에 지나지 않지만, 그것조차도 우리의 몸을 그냥 스쳐 지나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