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고재운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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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노골적인 꿍꿍이는 간파할 수 있습니다만 약간 조심스럽게 유도하는 함정에는 손쉽게 빠지고 맙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당신이 자신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일을 하면서 현실을 경험했지만, 그 세월을 장난으로 보내 버린 어린애에 지나지 않습니다. 당신은 끝없이 도망칠 수 있는 시대에 살았습니다. 이리저리 도망쳐 온 당신에게는 어느 직장이니 직급이니 하는 것이 세상의 전부였습니다. 그런 뜨뜻미지근한 물에 있다가 밖으로 내던져지자 바로 감기에 걸리고 만 것입니다.

품격이란 어떠한 달콤함에도 어떠한 회초리에도 결코 굴하지 않고, 자신이 비록 틀렸더라도 권위나 권력에 아양을 떨지 않는 의연함 그 자체입니다. 내 생각으로 판단하고, 혼자일지라도 행동할 때에는 행동한다는 독립된 한 인간에게만 적합한 말입니다.

점점 다가오는 죽음의 시기는 당신이 최후의 최후까지 진정한 당신으로 있을 수 있는지 없는지를 시험하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년퇴직하기 직전까지 당신은 일을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먹고살 수 없다, 가족을 부양할 수 없다는 강박관념에 내몰려 독립된 인간이라면 갖고 있어야 할 갖가지 조건을 남김없이 잘라서 팔아 왔습니다. 긍지, 자존심, 자유, 존경 등과 같은 인간으로서 갖고 있어야 할 보물을 몽땅 다른 사람과 조직에 싼값에 팔아 온 것입니다. ...당신이 갈피를 못 잡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당신은 늘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어린아이의 정신 그대로 살아왔습니다. 자신을 단련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느닷없이 노후의 세계로 끌려 들어온 것입니다. ...당신은 강한 사람이 아닐지 모릅니다. 그러나 당신이 생각하는 정도로 약한 사람도 아닙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떠넘기며 살아온 오랜 세월의 계산서를 깔끔히 정산만 하면 거기에서 본래의 진정한 당신이 분명 떠오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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