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엽 감는 새 1 - 도둑까치 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199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흐름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힘들지. 하지만 기다려야 할 때는 기다려야 한다구. 그동안은 죽은 셈치면 돼.

-옛날부터 용기가 없었어요?
-옛날부터도 없었고 앞으로도 아마 그렇겠지.
-호기심은 있어요?
-호기심이라면 조금 있지
-용기와 호기심은 비슷한 게 아닐까요? 용기가 있는 곳에 호기심도 있고 호기심이 있는 곳에 용기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글쎄, 분명 비슷한 점은 있을지도 모르지. 그리고 네가 말하는 것처럼 경우에 따라서는 호기심과 용기가 하나가 될 수도 있겠지.
-몰래 남의 집에 들어간다든지 할 경우에는요
-그렇지. 몰래 남의 집 정원에 들어간다든지 할 때는 호기심과 용기가 함께 행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그리고 때로 호기심은 용기를 불러일으키고 북돋워 주기도 해. 하지만 호기심이라는 것은 거의 대부분의 경우 금방 사라져 버리지. 용기 쪽이 훨씬 먼 길을 가야 한다구. 호기심이라는 것은 신용할 수 없는, 비위를 잘 맞춰 주는 친구와 똑같지. 부추길 대로 부추겨 놓고 적당한 시점에서 싹 사라져 버리는 거야. 그렇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혼자서 자신의 용기를 긁어 모아 어떻게든 해나가야 한다구.

인간의 운명이라는 것은 지나가 버린 후에 되돌아보는 것입니다. 앞질러서 보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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