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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푸트니크의 연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하루키의 소설에서 늘 걸렸던 건 여성독자로선 이해가 가지 않는 느닷없는 섹스로의 전개. 혹은 여성캐릭터와 관계를 맺는 꿈을 꾼다던지 하는 부분이 채식남 같은 남성화자와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 전개라고 생각했기에 개연성은 커녕 읽기가 불쾌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내 이야기를 들은 한 미국친구가 이 책을 말하며 "그런 불편함이 좀 덜한 책"이라 해서 읽어 보았다. 그리고 나는 첫 문장에서부터 빨려들어가고 말았다. 하루키의 에세이만을 좋아하던 내가 두번째로 하루키에게 반한 느낌. 젊은 시절의 그가 쓰는 문장은 지금의 쿨한 문장보단 미문에 가깝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대해서도 이제 조금은 더 이해를 할 수 있을 거 같다. 또, 이 책에서도 남자 주인공은 친구인 여자를 보며 참을 수 없는 강한 성육을 느끼고 발기를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 문맥이 이해가 되고 어찌보면 지극히 현실적인 서술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심지어 한 챕터의 마지막에선 이쯤에선 자위를 해야 할 것 같은데...란 생각까지 하였다.) 그것이 이 책에 한정된 감상인지, 아니면 독자로서의 내가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기 때문인지는 다른 책을 더 읽어봐야겠지만 지금 당장의 감상이라면 하루키가 스물아홉에 쓰기 시작한 그의 소설을 나는 스물아홉이 되어서야 겨우 이해를 하는건가 싶은. 어쨌든 그의 모국어에 가장 가까운 언어가 나의 모국어인 탓에, 원문에 가깝게 그의 글을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을 하였다. 뉴요커 친구가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문판은 분명 내가 읽은 하루키와는 다른 작품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