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산도르 마라이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아흔 살이 지나면, 오십대나 육십대와는 다르게 늙는다. 서글픔이나 원망 없이 늙는다.

그들은 서로 좋아했기 때문에, 서로의 원죄, 부와 가난을 용서했다.

-그 인간에게서 무엇을 원하세요?
-진실
-이미 알고 계시잖아요.
-아니, 모르네. 나는 바로 그 진실을 모르네.
-하지만 현실은 알고 계시잖아요.
-현실은 진실이 아닐세. 현실은 일부에 지나지 않아. 크리스티나도 진실은 알지 못했어. 콘라드가 알고 있을 걸세. 그래서 지금 그에게서 알아내려는 걸세.

사람은 행위가 아니라 행위 뒤에 숨어 있는 의도로 죄를 짓는 것일세.

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 괴로운 수치심, 자신을 살해하려는 사람의 눈을 보게 되었을 때 희생자가 느끼는 수치심이 있어.

마침내 그날 사물들이 내게 말하기 시작했고, 무슨 일인가 일어났으며, 삶이 내게 귀띔을 하고 있다는 것을 예감하지. 그러한 순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나는 혼자서 생각하네. 모든 것이 상징이고 암시지. 다만 그것을 이해하기만 하면 되네.

제 아무리 변화무쌍하다 할지라도 정열은 감출 수 없는 법일세.

말이 실제 삶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사람은 극히 적네. 아마 세상에서 그것보다 드문 것은 없을 걸세.

...인간이 아무리 진실을 찾고 경험을 축적해도 타고난 천성은 바꿀 수 없다는 말을 하는 걸세. 이 변하지 않는 근본, 타고난 천성을 현명하고 신중하게 현실에 적응시키는 것밖에 다른 도리가 없어.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일세. 물론 그렇다고 우리가 더 현명해지거나 상처를 덜 입는 것도 아닐세. 아니고말고...

인간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네. 늘 자신의 욕구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그러면서 무의식적으로 어쩔 수 없이 자신을 드러낸다네. 인간이 거짓말을 인식하여, 사람들이 생각하고 실제로 원하는 것과는 항상 다르게 말하는 것에 흥미를 가지고 주의하기 시작하면, 삶이 자못 흥미로워지지....그렇게 언젠가는 진실을 인식하게 되고, 그러면 나이가 들어 죽음을 코앞에 두었다는 뜻이네. 그러나 그것도 더 이상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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