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부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6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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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들면 문득 시간이 사라진다. 그러므로 시간의 경과가 고통이 될 때는 자는 게 최고다. 죽는 것도 아마 같은 이치일 것이다. 하지만 죽는 것은 쉬운 일 같아도 그리 간단하지 않다. 우선 평범한 사람은 죽는 대신 수면으로 임시변통하는 것이 간편하다.

아무리 기분이 좋지 않아도, 번민이 있어도, 영혼이 달아날 것 같아도 배만은 어김없이 고파오는 법이다. 아니, 그보다는 영혼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밥을 바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적당할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사람의 생각만큼 들락날락하는 것도 없는 것 같다. 있구나 하고 안심하고 있으면 이미 없다. 없어서 괜찮다고 생각하면 아니, 있다.

정리되지 않은 사실을 사실 그대로 기록할 뿐이다. 소설처럼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설처럼 재미있지는 않다. 그 대신 소설보다 신비하다. 모든 운명이 각색한 자연스러운 사실은 인간의 구상으로 만들어낸 소설보다 더 불규칙적이다. 그러므로 신비하다.

"당신은 날 때부터 노동자는 아닌 것 같은데..."
한바 책임자의 말을 여기까지 들었을 때 나는 갑자기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나는 그 후 이런저런 일을 겪었고 또 울고 싶어진 일이 몇 번이나 있었지만, 닳고 닳은 지금의 눈으로 보면 대체로 울 것까지는 없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그때 머릿속에 고인 눈물은, 지금도 그런 처지가 된다면 또 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힘들고 괴롭고 분하고 불안한 눈물은 경험으로 지울 수 있다. 고마움에 흘리는 눈물은 흘리지 않아도 된다. 다만 전락한 자신이 여전히 예전의 자신이라고 다른 사람에게 인식되었을 때 흘리는 기쁨의 눈물은 죽을 때까지 따라다닐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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