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다자이 오사무 컬렉션 3
다자이 오사무 지음, 전규태 옮김 / 열림원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웹상의 표지 이미지가 너무 깜찍해서 구매한 것이지만, 정말로 받아보고서 모양새가 예뻐서 요리보고 조리보고 사진도 찍어보고 한참을 즐거워했다.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최근의 소세키 전집 디자인에도 심드렁하였는데(내가 그 시리즈를 구매한 건 출판되지 않은 소세키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는 이유 하나였다) 이 책은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아직 출간되지도 않은 근간 목록까지 훑으며 이 시리즈를 모아 놓으면 얼마나 예쁠까 상상을 하였다. 이건 사야지 이건 말고 가늠을 해 가며...일반적으로 한국에서 출판되는 책보다 작은 판형인데 일본의 문고판 느낌을 내려 한 것인가 싶다. 양장도 아니고 겉의 띠지를 벗겨내면 마치 헐벗은 듯 빈약한 모습인데 그래도 예쁘니 다 용서된다. 이 만듦새로 13000원은 너무 비싸다 싶지만 예쁜애 앞에서 내가 뭘 할 수 있겠는가. 카드나 긁을 뿐. 흠이라면 곳곳에 눈에 띄는 오타들. '그래서 웬지 느끼하다'같은 오타를 보며 예쁜얼굴과 백치미는 진정 한 세트로 묶일 수밖에 없는 것인가 싶어 한숨이 나온다.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은 인간실격만을 읽어 보았는데 너무 깊어서 감당하기 힘들었던 자기혐오가  이책에선 무척 옅어진 모습이다. 수록된 단편들의 화자가 모두 여성이다 보니 그에 맞추어 여자들이 어떻게 자신을 돌이켜 보고 세상의 추함에 반응하는지를 그려놓았는데, 이들의 자기혐오란 인간실격에 비하자면 발을 동동거리는 귀여운 수준이다. 여자들은 자신을 파괴하는데 있어서도 남자만큼은 되지 않는다는 마초이즘일까? 김승옥의 강변부인을 읽을 적엔 아니 남자가 여자를 어찌 이리 잘 안대 싶어서 소름이 끼쳤는데 여성독자가 보기에 이 글은 그렇게 여자로서 간파당한다는 느낌보다는 다자이 오사무란 사람이 만들어 낸 여자란 이런 모습이구나 하고 읽는 재미가 있었다. 


...여자란 이런 것이다. 누구나 입 밖에 낼 수 없는 비밀이 있게 마련이다. 사실 그건 여자의 '타고난 운명' 같은 것이다. 여자란 누구나 '진흙탕'을 하나씩 가지고 있게 마련이다. 확실히 그렇다. 여자에게는 하루하루가 전부니까. 남자와는 다르다. 죽은 다음의 세계는 생각지 않고 제대로 사색할 줄도 모르는 속물, 시시각각의 아름다운 완성만을 소원하고 있는 속물, 생활을, 생활의 감촉에만 탐닉하는 바보! 여자가 찻잔이나 예쁜 옷을 사랑하는 것은 그것만이 삶의 참보람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진정 찻잔이나 예쁜 옷만으로 해결될 것이라면 21세기의 여자들이 이 책을 쥐고 있지 않을테지만 저 바보!란 말이 너무 귀여워 분한 마음은 들지도 않는다. 


남은 일곱 권의 책도 예쁘게 예쁘게 만들어 주시길. 오자 한 번만 더 봐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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