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라고 하는 것은 생각보다 얼마쯤 더 깊은 곳에서 진행되거나 정지되거나 한다. 다시말해 '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좋아하지 않으면 안돼.' 라고 생각한다고 이성이 좋아지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얘기다.
'이 사람은 재벌 후계자니까 좋아해야겠다' 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있을지도 모르겠다.
'의사에다 호화 맨션을 가지고 있다고? 으흠, 바로 작업에 들어가야지' 라는 식의 진부한 타입도 꽤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개발도상국형 사고방식이 일본에서는 아무래도 하층계급에 국한되는 일일 것이다.
예를 들어, 이미 언급했던 외국계 금융기관에 근무하는 연봉 1억2천의 스물아홉 살 여성은, 남자가 의사이기 때문에 혹은 재벌2세라는 이유만으로 남자를 좋아할 필요가 없다.
자신이 능력이 있기 때문에 경제력이 절대적으로 작용하지는 않는 것이다. 또 그만큼 폭넓게 좋아하는 남자를 선택할 수도 있다.-30쪽
설사 일자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젊은 여성들은 자신이 일하는 것보다는 결혼 상대를 발견하여 단지에서의 현대적인 생활을 목표로 하는 것이 편했던 것이다. 따라서 젊은 남자들에게 있어서도 결혼 상대를 찾는 것이 그렇게 힘든 문제가 아니었다.
여성은 스무 살이 넘으면 결혼을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결혼관 속에서 연애를 단지 결혼 상대 찾기라고 착각하는 풍조가 생겨났다.
물론 결혼상대를 찾는것에 있어서도 연애는 존재한다.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결혼 상대의 남자가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어도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때문에 결혼했다고 하는 여성도 결코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이 정도 남자라면 참을 수 있으니까 결혼해도 되겠지, 라는 결혼도 드물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을 인정해 버리면 너무 처참하고 쓸쓸해지니까 매스미디어에 의해 연애라고 하는 장식이 덧붙여진 것이다.
단순히 결혼 상대를 찾는 것이 아니라 연애를 하는 것이라고 믿으면 그렇게 처참하거나 쓸쓸해하지 않을 수 있었다.-14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