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패배자에게 끌린다 - 내 취향대로 살며 사랑하고 배우는 법
김경 지음 / 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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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 같은 가장 최소 단위에서 인가느이 육체를 분석하자면 우리는 사실 책상 다리나 다름없는 존재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를 타인과 다르게 만드는가? 자아? 나는 자아라는 말이 버겁다. 영혼? 솔직히 그걸 부정하지는 못하겠다. 내 몸뚱아리를 보고 나라는 인간 전부를 파악할 수는 없을 테니까. 하지만 영혼은 들을 수도 만질수도 냄새를 맡을 수도 맛을 볼 수도 없다. 증명할 길이 없다. 그렇다면 취향이다. 내 영혼의 풍향계가 그 많고 많은 티셔츠 중에서 어느 하나를 고른다. 아무 계산도 없이 즉흥적으로. 그리고 한 인간의 인생이란 그런 선택의 연속으로 이루어진다. 그 때문에 톨스토이가 어딘가에 '취향이란 인간 그 자체다'라고 쓴 문장을 읽으면 우리는 그냥 공감할 수밖에 없는 게 아닌가 싶다. -11쪽

사랑은 당신이 받고자 하는 것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당신이 주고자 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 뿐이다. -캐서린 헵번-17쪽

새로운 것 없는 관계를 맺는 것은 타성 때문만은 아니다. 새로운 경험에 앞서 오는 두려움과 수줍음 때문이다. 모든 걸 감수할 준비가 된 자만이 살아 있는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 -33쪽

가만히 생각해봤다. 가난 그 자체가 미덕일 수 없는데 왜 구태여 가난한 남자만 좋아하는 건지. 혹시 부자이거나 성공한 남자가 나 같은 여자를 좋아할 가능성이 완전 전무하다는 판단 아래 아무짝에도 필요 없는 피곤한 기대와 희망에 놀아나고 싶지 않아서? 틀리지 않다. 게다가 부유한 남자는 가난한 남자만큼 개인적인 혹은 인간적인 매력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돈이 있으니까, 구태여 매력 있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필요가 적다고 할까? -89쪽

사랑이 상대를 알아보는 것이라면, 결혼은 알아본 그 사람을 시간을 두고 천천히 더 알아가는 거다. -103쪽

"아니 검은색이 너한테 전혀 안 어울린다는 말은 아니야. 다만 검은색은 지친 사람을 더욱 지쳐 보이게 하는 것 같은데 니 일이 그렇잖아."

..그의 말에 따르면 검정은 매우 엄격한 색이라 생기 넘치는 사람이 가장 질 좋은 소재와 물 흐르듯 날렵하게 재단된 실루엣으로 입을 때만 그 어떤 색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멋지고 아름답게 그 진가가 발휘되는 색이란다. -131쪽

"우는 여자만큼 예쁜 건 없어. 울지 않는 여자는 바보야. 현대 여자들이 그렇지. 남자 흉내를 내느라고 울지 않는 바보가 됐으니까."-151쪽

사랑하는 사람만이 창조한다.
사랑해본 사람은, 사랑을 경멸해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사랑한 것을 경멸해보지 않으면, 사랑을 알지 못한다.
오직 사랑한 것을 경멸해본 사람만이 진정으로 창조할 수 있다. -153쪽

루소는 세계의 역사가 야만에서 출발하여 유럽의 훌륭한 작업장과 도시로 진보해온 게 결코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소박하게 살기는 했지만 우리의 요구가 매우 정확하고 단순했던 원시시대의 자연인 상태로부터 우리 영혼이 진짜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 이 시대의 풍요로운 생활방식들에 선망을 느끼는 상태로 퇴보해왔다고 말한다.-190쪽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어야 한다. 복식이든 행동이든 삶의 패턴이든. 그 모든 게 멋대가리가 없으면 무슨 소용이랴.- 톰 포드 -215쪽

내 머리는 내 다리와 함께 움직인다. -루소-317쪽

나는 패션지 에디터로 무려 15년 동안이나 도시에서 가장 화려한 곳을 누비며 온갖 종류의 유명인을 만나 인터뷰해온 마흔즈음의 닳고 닳은 여자였고, 그는 시골에서 6년째 은둔생활을 하며 자기만의 그림을 그리는 무명의 화가로 동네에서 성범죄 사건이 나면 용의자로 지목될 수도 있을 만큼 남루하고 고독한 남자였다. 사는 곳이나 직업적 환경의 격차로 보자면 그런 두 사람이 만나 사랑에 빠질 확률은 복권에 당첨될 확률보다 조금 더 낮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결국 내 취향이 그를 찾아냈다. -9쪽

당대 최고로 잘 팔리는 유명화가였지만 사교계를 좋아하지 않았고 화려한 자신의 그림과는 달리 희거나 검은 옷만 입는 이 아웃사이더(조지아 오키프)에게 어느 날 스물여섯 살의 청년 존 해밀턴이 찾아온다. 오키프가 여든다섯 살 되던 해에 와서 친구이자 연인이 되었다는 존이 하는 말이 인상적이다.

"자기 또래들과 제대로 된 우정도 나누지 못하는 바보 같은 사람들이 예순 살도 더 많은 사람과의 우정을 어떻게 이해하겠습니까?"-344쪽

중요한 문제는 결국 언제나 전 생애로 대답한다. -산도르 마라이 '열정'-379쪽

스타일을 논하는 것은 어떤 예술작품의 총체성을 논하는 한 가지 방법이다. 소재나 주제가 외부 문제이고 스타일이 내부 문제인 것이다. 콕토가 지적한 바 있듯이 장식적인 스타일이라는 것은 없다. 스타일이 곧 영혼일진대, 안타깝게도 우리는 그 영혼을 형식이라는 몸뚱이쯤으로 추정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우리의 겉모양새가 사실상 우리의 존재방식이다. 가면이 곧 얼굴인 것이다. -수전 손택-399쪽

저마다의 일생에는 그 일생이 동터오는 여명기에 모든 것을 결정짓는 한순간이 있다. - 장 그르니에 '섬'-470쪽

한가지 재미난 사실은 자전거에 돈을 쓰는 일은 백화점에서 옷이나 화장품을 사는 것과는 좀 다른 만족감을 준다는 것이다. 더 좋은 자전거로 바꾸겠다고 무리해서 돈을 쓰는 순간 (하다못해 안장이나 흙받이를 바굴 때도) 죄책감은 커녕 왠지 소비자 무리 중에서 가장 고상한 부류가 된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540쪽

감히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감히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감히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감히 용감한 사람도 가보지 못한 곳으로 가며, 감히 닿을 수 없는 저 밤하늘의 별에 이른다는 것. 이것이 나의 순례이며 저 별을 따라가는 것이 나의 길이라오. 아무리 희망이 없을지라도, 또한 아무리 멀리 있을지라도. -돈키호테-560쪽

작가에게 양심만큼 중요한 건 없다. 하지만 절대로 위선을 떨면 안 된다. 글로 누군가를 동요시키고 싶다면 괴물이 웅크리고 있는 자기 자신의 저 맡바닥까지 내려가 써야만 한다. -590쪽

"저기 제일 빛나는 별처럼 보이는 게 목성이랬지? 어때? 보여?"
"응, 보고 있어. 앞으로는 날씨가 사나온 날에도 가끔 목성에게 말을 걸 것 같은 기분이야."
"오~ 낭만 쩌는데?"
철학자 러셀이 그랬다. 어쨋든 좋은 삶, 행복한 삶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자기보다 큰 어떤 것에 유대감을 느끼며 자신이 우주의 작은 점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큰 어떤 것의 일부임을 깨닫는 것이다 라고. -6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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