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녀의 사랑에 대해 확신했다. 또한 그녀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감자와 우유를 팔아 댄 덕분에 내가 대형 강의실에 앉아 플라톤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듣고 있다는 그 부당함에 대해서도.-66쪽
내가 집에 도착할 때면 그녀는 판매대 겸 계산대 뒤에 있었다. 손님들이 뒤를 돌아봤다. 어머니는 약간 얼굴을 붉히고 미소를 지었다. 우리는 마지막 손님이 떠나고 나서야, 부엌에서 키스를 나눴다. 여행과 학업에 관한 질문들. 그러고는 <빨랫감이 있으면 내놓으렴>, <네가 떠난 뒤로 신문들 다 모아 놨다>.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것은 더 이상 함께 살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보이는 친절, 거의 수줍음이라고 할 만한 것들. 여러해 동안 나와 그녀의 관계는 떠났다가 돌아감의 반복에 머물렀다.-67쪽
어머니는 자기 자체로는 사랑받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며, 자신이 주려는 것으로 사랑받기를 받았다. 우리 학업이 끝나는 마지막 해에는 재정적으로 우리를 도우려고 했고, 나중에는 우리가 무엇을 받으면 좋아할지에 대해 늘 염려했다.-72쪽
그녀는 자신이 살고 있는 삶이 아닌 삶을 꾸며 냈다. 파리에 가기도 했고, 금붕어 한 마리를 사기도 했고, 누군가 자신을 남편의 무덤으로 데려다 주기도 했다. 하지만 가끔씩 인식했다. <내 상태가 돌이킬 수 없게 될까봐 두렵구나> 혹은 기억했다. <나는 내 딸이 행복해지라고 뭐든지 했어.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걔가 더 행복한 건 아니었지>-102쪽
가공의 존재로서의 어머니가 실질적 부재로서의 어머니보다 더 강하게 다가오는 그 느낌이 아마도 망각의 첫 번째 형태이리라.-1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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