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 위화, 열 개의 단어로 중국을 말하다
위화 지음, 김태성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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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가슴 가득 격정을 품은 채 밤하늘 아래서 소리 높여 국가를 부르고 있었다. "우리의 피와 살로 새로운 만리장성을 세우자! 중화민족에게 가장 위험한 시기가 찾아왔을 때, 억압받는 모든 사람이 마지막 함성을 외친다. 일어나라! 일어나라! 우리의 하나같은 마음으로 적군의 포화를 용감히 뚫고 전진하자..."
그들은 손에 아무 무기도 들고 있지 않았지만 신념만은 대단히 확고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피와 살이 움직이면 군대와 탱크도 막아낼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그들이 한데 뭉쳐 있으니 거센 열기가 솟아올랐다. 모든 사람이 활활 타오르는 횃불 같았다.
이는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그 전까지 나는 빛이 사람들의 목소리보다 더 멀리 전달된다고, 또 사람의 목소리는 사람의 몸보다 에너지를 더 멀리 전달한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스물아홉 살이던 그 밤에 나는 내가 잘못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민이 단결할 때 그드르이 목소리는 빛보다 더 멀리 전달되고 그들 몸의 에너지가 그들의 목소리보다 더 멀리 전달되는 것이다. 마침내 나는 '인민'이라는 단어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39쪽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마오쩌둥 시대를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런 사람들 대부분이 막연한 그리움 때문에 그렇게 느낄 뿐, 정말로 그 시대로 돌아가고 싶은 것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마오쩌둥 시대는 비록 생활이 궁핍하고 인간 본성에 대한 압박이 심했지만 보편적인 잔혹함이나 생존경쟁은 없었다. 단지 공허한 계급투쟁이 있었을 뿐이다. 사실 당시의 중국에는 계급이 존재하지 않았다. 때문에 이런 투쟁은 그저 구호로 그칠 수밖에 없었다. 그 시대 사람들은 의식주를 절약하면서 함께 어울리며 무난하게 지냈다. 모두 조심스러워하긴 했지만 대체로 평안하게 일생을 보낼 수 있었다.-56쪽

문화대학명 시기에 사람들은 대자보를 쓰는 데 열을 올렸다. 오늘날의 사람들이 인터넷 블로그에 글을 쓰는 데 열을 올리는 것보다 더 심했다. -114쪽

사실 그런 시대에는 한 개인의 운명을 결코 자기 것이라고 할 수 없었다. 모든 사람이 정치 상황의 파도에 따라 흔들렸고 자기 앞길에 행운이 기다리고 있는지 불행이 기다리고 있는지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 -124쪽

30년 전에 나는 중국 남부의 작은 마을 병원에서 치과의사로 일하고 있었다. 손에 강철로 된 집게를 들고 매일 여덟 시간씩 사람들의 치아를 뽑았다. 나는 하루 종일 남들이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아야 했다. 그곳은 이 세상에서 가장 볼 것이 없는 공간이었다. 나는 판카즈 미시라에게 내가 이런 일을 무려 5년 동안이나 했고 직접 뽑은 치아가 만 개도 넘는다고 말해주었다.
내 나이 스무 살이 갓 넘었을 때였다. 오후 휴식시간이 되면 항상 거리가 내려다보이는 병원 창가에 서서 눈 아래 펼쳐지는 소란스러운 거리의 풍경을 바라보며 두려움에 떨었다. '내가 이 자리에 평생을 서 있을 수 있을까?'

바로 그 순간에 나는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135쪽

나중에 젊은이들이 종종 내게 묻곤 했다.
"어떻게 해서 유명한 작가가 될 수 있었나요?"
나의 대답은 하나이다. 바로 '글쓰기'덕분이었다. 글쓰기는 경험과 같다. 혼자서 뭔가 경험하지 않으면 자신의 인생을 이해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직접 써보지 않으면 자신이 무엇을 쓸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137쪽

나는 글쓰기가 사람의 심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되고 인생을 더욱더 완전하게 만들어준다고 믿는다. 또는 글쓰기가 사람들에게 두 갈래 인생의 길을 갈 수 있게 해준다고 할 수도 있다. 하나는 현실의 길이고 다른 하나는 허구의 길이다. 이 두 가지 길은 건강과 질병의 관계와 같아서 하나가 강대해지면 다른 하나가 필연적으로 쇠약해진다. 내 현실에서의 삶의 길이 갈수록 평범해지는 것은 허구에서의 내 삶의 길이 갈수록 풍부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147쪽

모든 위대한 작가들은 위대한 독자를 필요로 한다. -177쪽

중국인들은 허풍을 떠는 데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말한다. 어차피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면 최대한 크게 허풍을 떨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3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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