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파니에서 아침을
트루먼 카포티 지음, 공경희 옮김 / 아침나라(둥지) / 2003년 11월
품절


그녀는 낡아빠진 붉은 벨벳 의자에 주저앉더니, 양반 다리를 하고 방을 둘러봤다. 눈을 더 가늘게 뜨고서.
"이런 방을 어떻게 견디죠? 공포의 방인데."
"아, 뭐든 적응되기 마련이죠."
나는 대꾸하면서도 좀 짜증스러웠다. 내 아파트를 자랑으로 여기던 참이었으니까.
"난 안 그래요. 아무 것에나 적응하지 않을 거에요. 그런 사람은 죽은 거나 마찬가지죠."-31쪽

사람의 성격은 자주 변하기 마련이다. 우리 몸도 몇 년에 한 번씩은 변한다. 바람직하든 아니든, 변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그런데 여기 변하지 않을 두 사람이 있었다. 마일드레드 그로스먼과 할리 골라이틀리. 둘의 공통점이 그것이었다. 그들은 변하지 않을 터였다. 너무 일찌감치 개성을 얻었으니까. 그렇게 되면 벼락부자처럼 균형 감각이 없어진다. 한 사람은 머리가 큰 현실주의자로 몰입했고, 다른 사람은 균형 감각이 없는 낭만주의자로 빠졌다. ... 그들은 왼쪽에 있는 낭떠러지도 쳐다보지 않는 단호한 걸음으로 인생을 시작해, 똑같은 걸음으로 인생의 끝에 다다르리라. -92쪽

야성적인 것은 사랑하지 마세요, 벨 씨. 그게 그이의 실수였어요. 그는 늘 집에 야생 동물을 데려왔어요. 날개에 상처 입은 매 같은 거요. 한 번은 다리가 부러진 살쾡이를 데려왔어요. 하지만 야생 동물한테는 마음을 줄 수 없는 법이죠. 마음을 쏟을수록 그것들은 더욱 강인해져요. 강해져서 숲으로 달아나죠. 나무 위로 날아가거나. 그 다음에는 더 높은 나무로 가고. 결국 하늘로 날아가죠. 마침내 그렇게 끝나고 만다니까요, 벨 씨. 야성적인 것을 사랑하면 결국 하늘을 쳐다보는 것으로 끝나고 말아요.-116쪽

따분한 말이지만, 결론은 착한 사람에게만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거예요. 착하다는 거요? 정직함이라고 해야겠지요. 법을 잘 지키는 의미의 정직함은 아니고- 난 그날의 즐거움에 도움이 된다면 보석이라도 훔치겠어요. 25센트짜리 동전이라도 훔칠 거에요. 내 자신에게 정직한 걸 말하는 거예요. 겁쟁이, 허풍쟁이, 감정 이상자, 창녀만 아니면 뭐든 되겠어요. 정직하지 않은 심장을 갖느니 암에 걸리겠어요.-1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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