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기초 : 연인들 사랑의 기초
정이현 지음 / 톨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의 의도가 정이현을 읽으며 알랭 드 보통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면 성공했다고 말하고 싶다. 소설 속 캐릭터들은 야근, 모텔, 요양병원의 할머니 등 지극히 한국적인 소재를 징검다리 처럼 밟아가며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알랭 드 보통에게 바치는 오마주처럼 클로이와 앨리스의 연애를 연상케 하는 구석이 있다. 운명이라고 믿는 시작, 폭풍같이 서로에게 빠져들고, 이유없는 시작처럼 이유없이 사그라드는 애정과 열정. 


알랭 드 보통이 소설의 형식을 빌어 연애에 대한 사변적이고 철학적인 분석을 하였다면 정이현은 보통이 파헤친 그 전형적인 연애가 한국에선 어떤 모습일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담백하게 그려내고 있다. 부모와 함께 살고, 섹스하려면 모텔을 찾아야 하고, 전세집을 찾아보다 통장 잔고를 확인하고 좌절하는 한국 젊은이들만의 연애를 디테일하게 포착했다는 점에서는 한국작가의 강점을 살렸다고 평하고 싶다. 알랭 드 보통과 꼭 한짝으로 갈 때 그 여운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이 작품의 장점과 단점 모두 될 수 있을 듯 하다. 기획의도를 생각하면 파트너의 그림자를 절묘하게 녹여낸 작품이지만, 정이현만의 개성을 찾고 싶은 독자들에게는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 말이다. 정이현의 팬보다 알랭 드 보통의 팬들에게 더 재미있는 작품으로 읽힐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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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2012-06-13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담백한 LAYLA님의 리뷰. 추천 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