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왜 이래, 나 이대 나온 여자야"
...오전에 나는 동료들로부터 회의 자료를 취합해 복사해서 붙여 넣고 각 자료의 폰트를 하나로 통일하는 작업을 했다. 회의에 들어가서 팀장님에게 지난주 매출과 이번 주 매출의 차이를 보고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내가 한 가장 중대한 의사결정은 맑은고딕체와 휴먼명조체 중에서 맑은고딕체를 선택한 것이고, 가장 어려운 사고행위는 지난주 매출액 빼기 이번 주 매출액을 계산해낸 것이었다. 오후에는 전년도 세금계산서를 누락시킨 건으로 감사실에 불려가 꾸지람을 들었다. 터벅터벅 사무실로 돌아오니 차장님께서 내가 혼나는 소리를 들었다며 업체에서 받은 마우스를 선물로 주셨다. 불쌍하다고.
그 마우스를 보고 있으려니 서러움이 밀려온다. 이거 왜 이래. 나 이대 나온 여잔데. 커뮤니케이션 이론도 배웠고 실존주의도 사색했고 푸코도 들뢰즈도 읽었는데....이런 감정은 자기애 과잉이라고, 쪽팔리는 미성숙의 징표라고 이성적으로 분석해보지만 마음은 쉽사리 진정이 안된다.-1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