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페 일기 - 행복이란 분명 이런 것 다카페 일기 1
모리 유지 지음, 권남희 옮김 / 북스코프(아카넷)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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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이 외출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나는 집 안에서 유유자적하게 지내면스 내일도 모레도 오늘처럼 순탄하고 평범한 하루가 되게 해주세요, 하고 기도한다. 모래밭을 걸어도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가 하나한 다르듯이, 순탄한 매일도 분명 조금씩 다를 것이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면, 밀물이 가득 들어와 바다 모양이 달라지듯이, 평범한 매일도 느릿느릿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 터. 그 하나하나의 파도를 나는 앞으로도 계속 찍고 싶다. 텔레비전이 귀했던 시절에 부품만 사 와서 직접 조립하셨던 할아버지, 벗겨진 머리에 베레모를 쓰고, 초등학생인 내게 매주 손수 그린 그림 엽서를 보내주셨던 할아버지, 내가 세 시간이나 늦게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는데도 "할미도 지금 막 왔어"라고 말씀하셨지만, 실은 한참 동안 날 기다리셨던 할머니, 초등학교 수영 대회에 나가기 싫어서 내가 꾀병 부리는 걸 알아차리고, "물속에서 걸어도 좋아. 남자라면 도전을 해!"하고 밀어넣으셨던 어머니, 대학에 들어갈 때 공항에서 "유지, 사랑을 하고 오너라"하고 당부하셨던 아버지. "할아버지 자리는 여기가 좋아요?" "요리는 생선으로 할까요?" -0쪽

"돌아갈 때는 차로 태워다 드릴까요?" 무엇을 물어도 대답은 모두 "좋아, 좋아"였던 친척 할아버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모두 평범하고 모두 열심히 살았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될 평범할 날들을 아내와 사이좋게 지내기도 하고, 가끔 토닥거리기도 하면서, 나 나름대로 열심히 보내고, 바다와 하늘이를 잘 키우고, 그날들을 찍고, 일기에 쓰고, 언젠가 친척 할아버지와 같은 나이가 되었을 때 바다와 하늘이와 그 손자들이 뭔가를 물으면 "좋아, 좋아, 그거면 돼"하고 웃고 싶다. 그런 흐름에 몸을 맡기고 그저 느긋하게 떠다니고 싶다.-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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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7 12: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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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8 02: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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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8 10: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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