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우리는 천박한 생각은 진실이라고 부르면서, 모든 풍요로운 이상은 환상이라고 부르는 거죠? 언젠가부터 그런 용어를 받아들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사교계를 비난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나요? 저 역시 실버턴의 나이였을 때 그런 명칭을 거의 받아들일 뻔했죠. 그리고 그런 명칭이 믿음의 색깔을 얼마나 바꾸어놓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160쪽
한동안 릴리는 얼이 빠진 채 벨벳 깔개 위에 놓인 하얀 사파이어를 쳐다보며 서 있었다. 에비 반 오스버그와 퍼시 그라이스라고? 그 이름들이 어지럽게 그녀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에비 반 오스버그? 못생기고 멍청하기로 소문난 딸 넷 중에서도 가장 어리고, 멍청하고, 못생긴 그녀 말인가? 그런데 반 오스버그 부인은 어느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기민함으로 그런 딸들을 차례차례 모든 사람이 가장 부러워하는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고 있었다. 아, 어머니의 사랑 속에 보호를 받으며 자라는 아가씨들은 얼마나 행운이란 말인가! 어머니란 호의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숱한 기회를 만들어낼 줄 알고, 익숙함 때문에 관심이 시들해지지 않도록 하면서도 가까이 있을 수 있는 기회를 십분 활용할 줄 아는 법이다! 반면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아가씨라도 자신의 이익이 달려 있을 때는 잘못된 판단을 내리고, 어느 순간에는 너무 지나치게 앞서가다가 또 다른 순간에는 너무 멀리 물러나기도 한다. 그러므로 딸들을 부유하고 합당한 신랑감의 품에 안전하게 안겨 주기 위해서는 어머니의 결코 방심하지 않는 경계심과 통찰력이 필요한 것이다.-19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