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그리고 또 다른 <재즈 시대 이야기들>, 펭귄 클래식 펭귄클래식 11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박찬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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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부서지기 쉬운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부서진 조각들은 남아 있다.' 입술을 맴돌던 말들, 어쩌면 입 밖으로 내어 말할 수도 있었던 말들, 새로운 사랑의 언어들, 새롭게 배운 부드러움, 그런 것들은 다음의 연인을 위해 고이 간직해 두리라. -132쪽

갑자기 검둥이 숙소의 입구 전체가 산산조각이 나더니, 그곳에 늘어서 있던 주랑들 아래에서 불꽃이 솟구쳐 올라오며 엄청난 양의 부서진 대리석 조각들이 날아올라 멀리 호숫가까지 던져졌다.
"오만 달러어치의 노예가 저렇게 사라지는군" 키스마인이 말했다.
"그것도 전쟁 전 가격으로. 자산에 대해 존중을 할 줄 아는 미국사람은 드물다니까"-236쪽

분주한 가게들을 지나, 노예시장을 지나- 그 사악한 순간, 버튼 씨는 그의 아들이 차라리 흑인이었다면 하고 간절히 바랐다. -255쪽

...제프리의 창백한 얼굴, 이런 것들이 그녀를 억눌렀고 , 그녀를 되돌릴 수 없이 늙게 만들었다. 의사들은 희망을 약혹했지만, 그게 다였다. 오랜 휴식과 안정, 그들은 말했다. 그리하여 모든 책임은 록센에게 돌아왔다. 그녀가 모든 비용을 지불했고, 그녀가 그의 은행 통장을 들고 씨름했으며, 그녀가 그의 출판사들과 연락했다. 그녀는 계속 부엌에 있었다. 간호사에게 그의 음식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배웠고, 첫 달이 지난 후 그는 환자를 돌보는 일을 혼자서 전적으로 맡았다.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간호사를 내보내야 했던 것이다. 동시에 흑인 가정부 둘 중 한 사람도 그만두게 했다. 록센은 그들의 삶이 단편소설에서 단편소설로 이어지고 있음을 깨닫고 있었다.-361쪽

그가 손목시계를 보았다.
"늦었어요. 저는 가봐야겠어요. 내일 동부로 갑니다."
"꼭 가셔야 해요?"
그들은 한동안 층계 바로 아래에 머무른 채 눈으로 가득 찬 것처럼 보이는 달이 저 멀리 호수가 있는 곳으로부터 떠오르는 것을 바라보았다. 여름은 가고 이제 인디언서머다. 잔디는 차갑고 안개도 이슬도 없었다. 그가 떠나면,그녀는 안으로 들어가서 덧문들을 닫을 것이고, 그는 길을 내려가 마을로 갈 것이었다. 이들 두 사람에게 삶은 빨리 와서 빨리 지나갔으며, 씁쓸함을 남기지는 않았지만 연민을 남겼고, 환멸을 남기지 않았지만 오직 아픔만을 남겼다. 벌써 달빛이 가득했다.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누었다. 서로의 눈에 담긴 호의를 서로가 볼 수 있었기에.-3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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