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이었던 남자 - 악몽 펭귄클래식 76
G. K. 체스터튼 지음, 김성중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0년 3월
장바구니담기


..."정말 그 정도로 현대의 지성과 범죄가 서로 연관이 있다는 말입니까?"
"선생께선 충분히 민주적이지 못하시군요. 우리가 가나한 범죄자들을 잔혹하게 다른다는 것은 맞는 말입니다. 경찰이 무식하고 비참한 사람들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괴롭혔는가를 보면 회의가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일은 아주 다른 겁니다. 우리는 교육받지 못한 사람들이 위험한 범죄인이라는 교만한 영국인의 편견을 거부합니다. 우리는 로마 황제들도, 독살에 능했던 르네상스 시대의 왕자들도 기억하고 있어요. 위험한 범죄자들은 교육받은 자들이죠. 우리는 오늘날 가장 위험한 범죄자는 철저히 무법적인 현대 철학자라고 생각합니다.오히려 도둑이나 중혼자들이 근본적으로는 도덕적이에요. 그들은 동정의 여지가 있죠. 인간의 근본적인 이상은 수용하는데, 단지 잘못 추구할 뿐이니까요. 도둑들은 재산을 존중합니다. 그걸 너무 존중한 나머지 자기 손안에 넣고 싶어 할 뿐이죠. 하지만 철학자들은 재산을 증오해서 개인의 소유라는 생각 자체를 파괴하려고 해요. 중혼자들은 결혼을 존중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렇게 의식적이고 격식을 차리는 중혼의 형식을 따르지 않겠죠.-54쪽

하지만 철학자들은 결혼 자체를 경멸합니다. 또, 살인자들은 인간의 생명을 존중합니다. 단지 자신들보다 덜 중요해 보이는 생명을 희생시킴으로써 생명의 더 큰 충만함을 맛보려는 것뿐이죠. 그런데 철학자들은 생명 그 자체를 증오해서, 다른 사람은 물론이고 자기 생명까지도 증오합니다."
사임은 손뼉을 치며 외쳤다.
"그건 정말 옳은 말씀입니다! 나도 어려서부터 그걸 느꼈지만 그렇게 대립적으로 표현하진 못했어요. 보통 범죄자는 나쁜 사람이긴 하지만 적어도 그들이 처한 조건을 고려하면 사실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요. 어떤 장애물만 제거된다면(돈 많은 삼촌이 있다든가) 이 세상을 받아들이고 하느님을 찬양할 사람이죠. 단지 변화를 원할 뿐이지 무정부주의자는 아니란 말입니다. 현 상태가 더 좋아지길 바랄 뿐이지 파괴하려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사악한 철학자는 바꾸려는 게 아니라 아예 없애 버리려 하니 문제일 수밖에요. 오늘날 경찰이 가난한 사람들을 괴롭히고 불쌍한 사람들을 감시하기도 해서 불쾌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국가를 배반하는 위험한 사람들이나 교회를 위협하는 이단 주동자들을 처벌하는 더 소중한 역할은 못 하고-55쪽

있죠. 요즘 사람들은 우리가 이단자들을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지만, 만일 그렇다면 우리가 다른 사람들은 처벌할 권리가 있는지 자체가 의문이에요."-56쪽

달도 사람이 존재할 때 비로소 시적일 수 있는 법이다.-60쪽

"그래서 당신은 마치 군중이나 노동자들이 문제인 것처럼 말하는군. 당신은 무정부주의가 발생하면 그게 가난한 사람들 때문이라는, 그 영락없이 바보 같은 생각을 품고 있소? 이유가 뭐요? 가난한 사람들이 반란자가 된 적은 있어도 부정부주의자가 된 적은 결코 없소. 그들은 어느 누구보다 올바른 정부의 통치에 관심이 많소. 가난한 사람들은 진심으로 나라가 잘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오. 부자는 그렇지 않지. 부자는 요트를 타고 뉴기니아도 서슴지 않고 갈 거요. 가난한 사람은 부당한 통치에 반대하지만, 부자는 통치받는 것 자체를 반대하오. 남작들의 전쟁에서 볼 수 있듯이, 귀족들이야말로 무정부주의자들이란 말이오."-147쪽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Forgettable. 2010-04-25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랄라님.
저는 이 책 서문만 읽고도 읽는게 아까워져서 참고 있어요-_-;

와, 전 스포땜에 밑줄긋기 잘 안읽는데 언제나 랄라님 밑줄긋기는 정독하고 있다능 ㅠㅠ

LAYLA 2010-04-28 02:3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뽀님이 불러주시는 '랄라'라는 호칭, 봄에 어울리게 살랑살랑거리네요 ^^

아포지 2010-04-26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학자와 살인자에 대한 코멘트는 아주 동감합니다. 읽어 보고 싶은 소설이네요..

LAYLA 2010-04-28 02:31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에선 명성에 비해 알려지지 않은 작가라고 하더군요. 저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어요. 갠적으로 영문판보다 국내판 표지가 더 이뻐요. 그치만 번역이 구리니까 apouge님은 원서로 보셔요..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