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누피의 글쓰기 완전정복 - 세계 유명 작가 32인이 들려주는 실전 글쓰기 노하우
몬티 슐츠.바나비 콘라드 지음, 김연수 옮김 / 한문화 / 2006년 10월
구판절판


언젠가 아버지는 나에게 재능이 없는 사람들을 대신해 삶의 슬픔과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게 시인의 재능이고 책임감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실연 당한 이는 시집을 통해 위안을 받고, 낯선 땅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이전에 그 곳에 갑본 사람들의 여행기에서 몰랐던 길을 찾아낸다. 우리는 이런 목소리를 듣고 뭔가를 배우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 -7쪽

유명한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타고난 예술가로 살아가는 데에는 그 어떤 지름길도 없다는 사실을 아버지는 확신했다. -17쪽

"이 한 권의 책을 쓰게 하려고 출판사들은 그토록 내 원고를 거절했구나."-37쪽

배경 묘사가 있어야만 독자는 소설 속으로 빠져들 수 있어. 배경을 잘 묘사하면 독자들을 등장인물들이 살고 있는 상황 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지. 배경이 온두라스라면, 독자들은 더위와 습기와 갈증을 느껴야 해. 마을 광장으로 내리쬐는 뜨거운 햇살과 교회당 옆에 묶어놓은 작은 당나귀의 엉덩이에서 솟구치는 더운 김을 볼 수 있어야 하지. 물고기 머리와 바나나 껍질로 만드는 토속 음식인 조조가 숯불 위에서 지글대는 소리에서 그 냄새를 맡을 수 있어야 해.
배경을 정교하게 묘사하면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을 정확하게 알려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사건처럼 믿게 만들 수 있어. 이를 두고 '핍진성'이라고 해. 그래야만 안 믿으려고 드는 독자들을 놀라게 할 수 있지. 배경을 정교하게 묘사하려면 어디까지 묘사하고 어디까지 독자들의 상상력에 맡겨야 할지 결정해야 해. 독자들은 풍부한 상상력을 동원해서 책을 읽기 때문에, 소설가가 가구는 어떤 것들이 있고 서랍 속에는 무엇이 들었고 하는 식으로 하나한 일일이 다 설명해주면 마치 남의 물건을 빌려 쓰는 세입자 같은 기분을 느끼면서 더 읽고 싶어 하지 않아. -91쪽

모든 사실은 당신이 사랑해야만 진실이 된다.-107쪽

이야기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이제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는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절정에 이른다. 이야기의 결말이 꼭 영화처럼 멋진 키스씬이나 격렬한 자동차 추격씬으로 끝날 필요는 없다. 이야기의 절정은 조용하며, 심지어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평범하다. 그런 결말의 대가로는 체홉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헤밍웨이도 예외는 아니다. 그들의 소설이 좀 예스럽긴 하지만, 지금 다시 읽어도 여전히 놀랍다. 단편소설을 쓰겠다면 그들이 소설을 어떻게 끝맺었는지 공부하는게 좋겠다.
피츠제랄드가 그게 곧 플롯이라고 재치 있게 말한 것처럼 제일 먼저 인물들이 필요하다. 행동하는 등장인물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훌륭한 도입, 전개, 결말. 이 모든 것을 한데 묶는 구조를 넘어서는 뭔가가 또한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왜 이 이야기를 써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 말이다. 행동하는 등장인물들이 풀롯에 필적하는것이라면 목적이 있는 플롯이 바로 주제가 될 것이다. 주제 따위는 치워버려라. 그걸 교묘하게 감추기 위해서 글을 쓰는 거니까.-151쪽

...그 다음 2주 동안 나는 숨도 안 쉬고 울프를 읽어 마침내 시로 점철된 마지막 책 <그대 고향에 가지 못하리>에 이르게 됐지. 진절머리를 치며 나는 베이커 교수님께 달려가 하소연을 했어.
"이제 누가 작가가 될 수 있겠습니까? 토머스 울프가 이미 다 썼는데!" 백발이 성성하던 교수님은 짐짓 놀라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지.
"스코트, 스물두살이 되면 다시 찾아오게나"
그리고 퍼킨즈에 대한 전기물을 찾다가 나는 누군가 퍼킨즈에게 보낸 편지에서 토머스 울프가 오랫동안 읽힐 만한 작가인지 묻는 부분을 발견했어. 퍼킨즈는 이렇게 대답했더군.
"대학 2학년 학생들이 있는 한."
그렇니까 좀더 노력해봐, 스누피야. 네 경박한 반응을 보니 꼭 루시가 비글 목에 진주 목걸이를 걸어준 것만 같구나. 평소엔 깨물었다면 그 입을 좀 더 크게 벌려서 물어뜯으려고 노력해보지 않으련? 루시와 나와 수많은 대학교 2학년 학생들과 함께 울프의 작품 속에 담긴 즐거움을 찾아보자꾸나. 그 다음에는 더 많은 작가들이 나올거야.-1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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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9 09: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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