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알랭 드 보통 지음, 이강룡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5월
절판


돈이 없어서 좋은 점은 돈을 벌면 모든 게 잘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을 수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일단 부자가 되고 나면 오히려 자신에 대한 불만만 많아질 것 같아요.-67쪽

다른이의 삶에 대해 알고 싶을 때 간단한 방법은, 그가 좋아하는 음악 밴드 세 개를 파악하는 일이다.-148쪽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냉장고에 커드 치즈를 다시 집어넣으며 이사벨이 말했다.
"침대로 끌어들이기 전에 서로에 대해 좀더 친밀해질 수 있는 과정을 거쳐야 하겠지"
"이를테면?"
"음, 질투를 갖게 된다든가 맹세하는 것, 솔직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거나 토하기, 코 후비기, 발톱 깎는 모습까지 보여주는 것?"
"왜? 당신 발에 뭐가 있나?"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어보았다.
"그게 아냐"
"그러면?"
"발톱을 깎는다는 것은 아주 사적인 일이잖아. 발톱이 발가락 위에 놓여 있다면 아무렇지도 않겠지만 일단 깎이고 나면 쓰레기가 되잖아. 그 순간 사적인 것이 되는 거지. 그냥 누군가의 머리칼을 보는 것과 욕실에서 그의 머리카락을 발견하는 것의 차이라고 할 수 있지"
"발톱 깎는 일이 섹스보다 더 친밀한 행위라고?"
"앞에서 태연히 발톱을 깎아도 민망하지 않을 정도가 됐을 때 섹스를 해야 한다는 말이야"
이사벨은 사적인 자아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요소들의 정의를 환기해 주고 있었다. 그것은 조금 미묘했지만 분명 중요한 말이었다. 이사벨이 열거한 것들은 현대 전기 작품과는 분명 일치하진 않지만, 그 적나라한 기준에 견주어보면 아주 훌륭한 -156쪽

것이었다. 그 적나라한 기준에 견주어보면 아주 훌륭한 것이었다. 사생활이라는 이름으로 격리된 삶은 과연 어떤 기반 위에 서 있을까? 아마도 다른 사람에게 폭로됐을 때 어떤 모습으로 비쳐지고 얼마나 상처를 주는가와 연관된 문제일 것이다. 발톱 깎는 것은 사적인 행위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유쾌하지 못한 행위며, 지켜보는 사람에게 이해심이 요구되는 성질의 것이기 때문이다. 화장이나 몸단장을 하지 않은 채로 아침 식탁에 나타나도 된다는 믿음 같은 것이다.
따라서 친밀해지는 것은 유혹과는 정반대의 과정을 거친다. 친밀함을 보인다는 것은 상대방으로부터 비호의적인 판단-사랑할 가치가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이 초래될 수 있는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혹이 자신의 가장 멋진 모습 또는 가장 매ㅗㄱ적인 정장차림을 보여주는 것 속에서 발견된다면, 친밀함은 가장 상처받기 쉬운 모습 또는 가장 덜 멋진 발톱 속에서 발견된다. 복잡한 과정이다. -157쪽

아이들에게 비밀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은 그들이 낯선 것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는 것이고, 그들이 행동하고 느낀 것들을 아주 개인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인생의 끝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전에는 비정상적이고 부끄러운 행동처럼 보였던 것들이 인간이기 때문에 그랬던 것임을 깨닫게 되며 비밀을 훌훌 털어버린다는 것을 상항할 수 있다.-164쪽

책은 여행하지 못한 이국으로 우리를 데려간다고 하는데, 역설적으로 보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장소-그곳과 여행지는 일치하지 않는다-를 계속 떠올리게 할 뿐이다.-233쪽

이사벨은 플로 할머니의 외향적 성격이나 지성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상냥하고 친절한 것에만 중점을 두어 이야기하고 있었다. 낯선 누군가를 알고자 할 때 어떤 것에 초점을 두는지 살펴보면 그의 보헤미안적 혹은 자유 성향을 밝혀낼 수 있다.-279쪽

인간 속성을 전기의 세 가지 범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중요도 순으로 정리한 아래 목록을 살펴보자
1) 비범한 동기가 평범한 결과로 (의자에 앉기, 아이 출산)
2) 평범한 동기가 비범한 결과로 (살인, 복권당첨)
3) 평범한 동기가 평범한 결과로 (감자칩 먹기, 우표사기)-3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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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0-02-17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에- 왠지 맛있을 것 같은 책입니다.(웃음)

LAYLA 2010-02-17 16:34   좋아요 0 | URL
사실 좀 지루했어요 ^^; 뭐. 질렸다고 싫어하는 분들 많던데 전 그래도 아직 알랭드보통 좋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