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말을 거는 공간들 - 뮌헨의 건축하는 여자 임혜지의 공간 이야기
임혜지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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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도직입적으로 오랜 의문을 털어놓았다. 건축가는 남의 돈으로 자신의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존재하느냐, 아니면 사용자의 이상을 실현시켜주기 위해 존재하느냐, 장차 그 건물을 사용할 사람이 원하는 바를 건축가가'건축이라면 내가 더 잘 안다'는 미명하에 안 들어줄 자격이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때 휘브너 교수의 대답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그는 단 1초도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건축주가 달라고 하는 걸 주지 말고 그가 원하는 걸 주라" 무슨 뜻일까? '건축주가 원하는 것'은 유리에 붙인 창살, 그 자체가 아니다. 옛날 창살로 연상되는 부드러운 분위기의 아늑한 공간을 원하는 거다. 비전문가는 그렇게밖에 자신의 희망을 표현할 수 없다. 그 말을 제대로 알아듣는 것은 건축가의 몫이다. 그리고 건축주가 원하는 바를, 모조훔이 아닌 품격 있는 디테일로 실현시키는 것도 건축가의 몫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건축가는 전문인으로서 사회의 미관을 책임지는 의무도 수행하고, 서비스인으로서 건축주의 요구를 실현시키는 의무도 수행하는 것이다. -2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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