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8월
절판


정수가 소주와 안줏거리를 사들고 돌아왔다. 우리가 술 한 병을 따서 절반쯤 마셨을 때에 인호가 나타났다. 벌써 계단 저 아래쪽에서부터 인호의 십팔번인 '별이 빛나는 밤에'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정수는 오페라곡을 음악으로 치지 않았는데 남녀 모두 멱따는 소리라는 것이 그의 결론이었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이태리 쪽에서는 차라리 베냐미노 질리의 민요나 아니면 독일 가곡이 훨씬 근사하다는 것이다.
저 봐라! 저게 어디 마지막 처형 직전의 소리냐? 오 나의 태양이나 그게 그거지. 걔들은 에스프레소 베비거든. 시에스타 타임에 낮거리를 잉태된 아해들이란 말야. 밤이라든가 절망, 고뇌, 그런 거 잘 모를걸?-97쪽

세상만사가 다 우연인데요, 가치를 부여하면 필연이 되겠지요. -112쪽

나중에 준이에게도 얘기한 적이 있지만 나는 그때 돌아오는 어느 길목에선가 죽어버리리라 작정했었다. 글쎄, 우리 나이에 죽음은 그저 단순해 보인다. 쌓여 있는 과거가 희박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에잇 썅, 하고 나면 그냥 장면이 쉽게 바뀔 것만 같았다. -119쪽

나는 나중에 베트남에 가서 산과 바다의 아름다운 경치가 얼마나 밋밋하고 의미가 없는지 알게 되었다. 어디에서나 기억은 거기 있는 사람과 함께 남는다. -1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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