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사람에 대한 갈망이 크지 않았다. 새로운 만남이 기대되지 않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서 재미를 찾지 못했다. 그는 관계 안에서 기쁨과 만족을 얻는 부류가 아니었다. 그의 관심은 늘 외부가 아닌 내부로 향했다. 그는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이어가는 일에 소질이 없었다. 늘 어려운 숙제처럼 느껴지는 그 일을,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그 일을, 그럼에도 그는 그럭저럭 해왔다고 생각했다.
아내가 죽었을 때, 그는 낙담했지만 자신의 남은 삶을 걱정하지 않았다. 대체 불가한 관계를 잃었다고 생각했지만 남은 관계를 염려하지느 않았다. 그는 중요한 것을 상실했고, 그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안다고 믿었지만 여전히 모르는게 틀림없었다. 자신이 누구를 잃었는지, 무엇을 잃었는지, 자신이 잃은 게 아내인지, 자기 자신인지, 그와 아내가 공유했던 것인지. 생각이 갈팡질팡하며 그의 마음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 P78
그 시기, 애실에게 삶은 손에 잡히는 무엇이었다. 하루하루를 끌려다니듯 허비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삶의 고삐를 단단히 쥐고 있다는 느낌. 원한다면 고삐를 바짝 당길 수도, 느슨하게 풀 수도 있다는 믿음. 그건 지금껏 그녀가 가져본 적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그녀는 자기가 그런 것을 갖게 되리라고 상상한 적이 없었다. - P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