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하면서 살 생각입니까?" 남자가 두 번째 수프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질문했다.
"그냥 살려고요." 엘런이 답했다. 드문 일이었다. 엘런은 항상 불안감에 시달리는 사람이라,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이번 만남은 영원할지, 자신이 아들을 지나치게 사랑하는 것은 아닌지, 두 사람이 탄 자동차 바퀴가 갑자기 튀어 나가는 바람에 반송장이 되어 길가이 널브러지지 않을지 걱정하곤 했으니까.
"현명해지는 거로군." 남자가 말했다. "나이가 드는 거죠." 엘런은 전보다 행복했고, 만족했고, 그러니 젊어진 셈이었다. - P32
"다들 결혼하잖아요." 엘런은 다소 씁쓸한 듯 말했다. "습관적으로."
"난 세 번 했어." 시드니가 말했다. 자축하는 듯했다. "기억나는 결혼 있어요?" 엘런이 물었다. "첫 번째 결혼은 기억하지. 아내는 과학자였어." ...
시드니는 회상에 잠겨 천천히 이야기를 이어 갔으나 엘런은 일찍이 관심을 잃었다. 엘런은 식사와 돈과 일상의 걱정으로 더럽혀진 나날들에서 잘 선별해 낸 특별한 것, 특별한 순간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 P117
"남편은 좋은 사람이었어?" 귄이 말했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니까." 기분이 상한 엘런이 대꾸했다. 결혼 이야기는 자세히 하고 싶지 않았다. 지위를 획득하려고 아내가 되었을 뿐, 심문받기 위해 결혼한 건 아니었다. - P136
"엘런은 또 아이를 갖게 될 거야" 바비가 말했다. "아니면 다른 걸 갖게 되겠지?"
"무슨 말이야?" 엘런이 말했다. 바비는 잠자리를 목적으로 엘런을 찾아온 걸까?
"엘런도 알잖아." 바비가 말했다. "슬럼가와 찌꺼지 더미와 똥무덤에서도 무언가가-예쁜 것이-탄생하는 걸 그간 많이 봤잖아. 저 거대하고 경박한 나무 보여?" 바비가 탈의실 뒤로 보이는 야자수를 가리켰다.
"정말 경박해" 엘런이 울다가 말했다. "무슨 일이든 일어날 거야." 바비가 말했다. - P184
"내일 아침에 피우게 한 개비만 남겨 줄래요?" 엘런이 부탁했다. 휴느ㄴ 한 갑을 통째로 남겼다.
"하나면 되는데." 엘런이 말했다. "난 가는 길에 사면 돼요." 휴는 용서의 의미로 살짝 미소지었다. 잘생긴 남자였다. 성급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세상에는 사랑하기 좋은 여자가 12월 하늘의 별만큼 무수했다. 엘런은 이 모든 것이 어찌나 공허한지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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