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아 아, 사람아!
다이허우잉 지음, 신영복 옮김 / 다섯수레 / 2011년 4월
구판절판


"내 결론은, 한마디로 살아야겠다는 것이었어. 그 이후로는 두 번 다시 죽음을 생각한 적이 없지. 인생은 우리들에게 공정하지 않을 때가 있지만 우리들은 자기에 대해서 공정하지 않으면 안 돼. 자기를 왜 그런 우두머리와 비교할 필요가 있단 말인가. 나와 그의 가치가 두 사람의 관계로 결정되어 버린다는 것처럼 멍청한 이야기는 없어. 설령 죽어서 뼈가 되더라도 내 뼈의 함유량이 그의 것보다 많아서, 귀신불도 그의 것보다 밝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지"-77쪽

"자네는 그다지 많은 경험을 쌓은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토록 여러 가지 문제를 생각할 수 있나?" 그의 답은 나를 놀라고 기쁘게 했다.
"자기 자신의 경험에서밖에 세계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동물뿐이죠. 저는 인간입니다. 그리고 우리 조국과 인민의 자식이죠. 조국과 인민의경험은 즉 제 경험이기도 합니다"-119쪽

우리들은 어쩌면 이렇게 비슷한가. 나도 곧잘 혼잣말을 한다. 그런 버릇이 언제생겼는지 모르겠지만 누구나 마음속의 '자기'는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자기'와 또 하나의 '자기'가 늘상 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고독한 사람일수록 마음속의 '자기'가 많다. 그것이 그 사람과 힘을 합해서 고독을 이겨나가는 것이다. -125쪽

"허 선생님의 개성은 말이지, 인생이나 사물에 대해 독자적인 견해를 갖고 독특한 태도를 취하는 것을 말하지. 자기가 옳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목표를 열심히 추구해 마지 않아. 허 선생님은 인간이란 것이 무언인지를 알고 계신다. 인간의 가치를 중요시하시지. 강렬한 자존심과 자애와 자신가을 갖고 계시는 거야."-180쪽

"모르겠어. 하지만 나는 동정이나 연민의 대상이 되고 싶지는 않아. 하물며 시혜를 받고 싶은 생각은 없어. 내가 걸어온 한 걸음 한 걸음은 모두 내가 선택해 온 거야. 그 선택이 나의 애정이나 의지를 그대로 표현하지 못하기도 했고, 때로는 나의 의사에 반하기도 했었지만 그것은 결국 내 인생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니까. 나는 나 자신의 발자국을 지우고 싶지도 않고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서 지우고 싶은 마음은 더구나 없어. 발자국은 나를 괴롭히고 부끄럽게 만들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소중하기도 해..."-190쪽

"제가 선생님이라면 '나를 사랑해 주겠느냐?'고 묻겠어요. 그리고'나만이 당신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 그리고 당신만이 나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고 하겠어요" 씨왕이 언젠가 그렇게 가르쳐 준 일이 있었다. 그는, 내가 사랑을 말할 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그의 '지도'에 대해서 나는 그저 웃기만 했다. 우리 나이의, 우리 같은 경력의 소유자들은 '사랑해 주겠느냐'따위의 문제에는 이미 흥미가 없다는 것을 그는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들은 말에 의한 고백이라든가 맹세는 필요로 하지 않으며 믿지도 않는다. 자기의 눈과 마음을 믿을 뿐이다. 애정은 느끼는 것이지 말하는 것이 아니다. -228쪽

그녀는 울기 시작했다. 그래, 우는 것이 좋아. 그녀에게 만일 경건하게 신봉하는 것이 없었더라면, 만일 열렬하게 추구하는 것이 없었더라면, 그리고 만일 진지하게 사색한 일이 없었더라면 울 리가 없는 것이다. 스이가 갖다주는 것이 기쁨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경박한 인간들뿐이다. 그래, 승리는 자주 고통까지도 갖다준다.-234쪽

"당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물론 당신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겠지. 내가 알 리가 있나. 그러나 자기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스스로도 모르겠다는 말은 난 믿지 않아. 자기의 필요에 의심을 갖는다든지, 두려워한다든지, 자신감이 없다든지 하는 것이라면 이해하겠지만"-239쪽

"그러나 역사의 무거운 짐은 도대체 누가 져야 하는 겁니까. 다음 세대인가요?"
"다음 세대가 지고 잇는 책임의 무게는 이미 충분해 역사의 수레바퀴는 자네들이 중심이 되어 움직여 가야지"
"그렇지만 현실은 우리세대에도 부모 세대의 고난을 나누어 갖게 하고 있어요. 우리들은 쭉 이런 말을 들어 왔습니다. 너희들은 앞 세대의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지 않으면 안 된다. 부모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야 한다고. 하지만 앞 세대는 다음 세대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주었나요? 부모는 자식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주었습니까?"
뭘 그렇게 흥분하지? 나를 자기와는 다른 세대에다 집어넣고서는. 이상한 사람! 하지만 말하고 있는 것은 옳다고 생각한다. 우리들 아이들에게는 아이들의 괴로움이 있는걸. "아직 어린 주제에!"엄마는 언제나 내게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엄마가 열다섯 살이었을 때를 생각해 봐요. 내가 부딪히고 있는 것과 같은 이런 복잡한 문제에 부딪혀본 일이 있어요? 책에는 오이씨를 뿌리면 오이가 나고 콩을 심으면 콩이 난다고 씌어있었다. 나는 무엇을 뿌렸지? 아무것도 뿌리지 않았어. 어른을 따라서 걸어온 것뿐이야. 그런데도 내 바구니에는 벌써 쓴 -344쪽

오이만 가득해. 너무 무거워서 들 수조차 없어. 모두 어른들이 심은 것인데. 역사란 무엇이지? 본적도 없고 사귀어 본 일도 없어. 그런데도 갑자기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우고 있는 거야. 마치 내가 역사에 대해 나쁜 짓이라도 한 것처럼, 이걸 공평하다고 할 수 있는 거야?-344쪽

나는 알고 있다. 고통은 다른 모든 감정과 마찬가지로 예술과 철학과 사상으로 승화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청춘과 애정을 잃었지만 무의미하게 잃어버린 것은 아니다. 나는 열정이 불타고 난 뒤의 숯불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나를 따뜻이 데워 주고 내가 나아갈 길을 비춰 주기에 충분하다. -368쪽

"얼굴 가죽이 두꺼운 것도 행복이야""
"커다란 행복이지. '행복 중의 행복'이란 거야. 인간의 자존심과 인격은 언제 상처받게 될는지 모르는 것이지만 그럴 때에 얼굴 가죽이 두꺼우면 자존심과 인격을 지킬 수 있잖아. 지식인의 얼굴 가죽 같은 것은 얇은 법이야. 체면 때문에 긍지를 버리는 일도 있어. 그러나 인간으로서는 긍지 쪽이 체면 쪽보다 중요한거야. 긍지가 인격과 존엄이라면 체면은 허영에 불과해. 특히 이번의 10년의 동란 덕택에 거의 모든 지식인이 냉혹한 시련을 견뎌 냈어. 그 시련의 성과 중의 하나가 얼굴 가죽이 두꺼워졌다는 거지. 덕택에, 비난을 당해서 체면을 엉망으로 만드는 일 같은 건 이제 하나도 무섭지 않아. 그리고 그럼으로써야말로 사람들이 진리를 지킬 용기와 의지를 강이낳게 할 수 있는 거지. 비판할 건가? 좋지요! 목에 표찰을 걸 거야? 뭐? 안건다고?급료도 공제하지 않고? 그거 참 한참 봐 주는군! 얼마나 행복해! 하하하!"-419쪽

인생이란 얻는 것과 잃는 것 외의 아무것도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얻는 것을 좋아하고 잃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나 잃는다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때로는 잃지 않으면 얻을 수도 없는 법이다"-4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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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행복 2007-10-11 0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도 좋았고, 신영복씨는 더 좋았던 책!
오랜만이예요. 이사하느라 오래 인터넷을 못했어요.
이제 자주 봐용~

LAYLA 2007-10-11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뜸하시다 했어요 ^^ 반가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