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독서의 목적은 한결같이, 오로지 단 하나였다. 나는 통제할 수 없는 외부의 힘에 얽혀드는 주인공의 행보롤 통해 그 모습을 드러내는 대문자 L로 쓰인 Life, 그 삶의 압력을 느끼려고 책을 읽었다. - P13
‘아들과 연인‘을 근래에 다시 읽은 건 이른바 원숙한 장년기에 들어섰을 무렵이었는데, 그동안 잘못 알고 있던 세부 사항도 많았거니와 무엇보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테마에 대한 기억이 아예 틀린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책이 정말로 말하려는 바가 그게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알 수 있었다. 지난 세월 내가 이 책을 그토록 소중히 마음에 간직해온 이유는 엉뚱한 것이었지만,그건 오독 때문이 아니라 앎이 아직 여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책이 오히려 더욱 위대하고 감동적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책 한권의 풍요한 의미를 향해 여행을 해야 하는 쪽은 독자인 나라는 걸 처음 똑똑히 깨닫기도 했다. - P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