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다감 18 - 완결
박은아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파라다이스 키스가 떠올라 초조한 심정이 되었다. 새드엔딩이라도 그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겠지만 이 만화만큼은 초기의 그 발랄함을 잊지 말고 (그냥) 해피엔딩이 되어주길 바랬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 감수성이 10대와 맞닿아 있는 시절에 보는 마지막 순정만화일지도 모르니까요. 제발. 근데, 해피엔딩인거 같은데 새드엔딩일때보다 더 아픈 내 마음은 뭘까요.

십대의 성장기와 연애담을 버무린 순정만화야 차고 넘친다. 이때까지 그런 류의 만화는 아주 많이 보아왔다. 그 중에 뛰어난 작품도 많았다. 근데 유독 다정다감만큼 슬프게 느껴지는 작품은 없었었다. 어리버리하고 외모도 평범한 여주인공이 잘생기고 돈 많은 남자 주인공 둘의 사랑을 받는다는, 이 진부하고도 비현실적인 스토리의 결말이 왜 그렇게도 내 이야기 같던지, 왜 슬프다 못해 서럽기까지 하던지.

십대에서 이십대로, 시간은 흐르고 모든 것은 변한다. 모든 것이 변하는 그 순간을 작가가 참 잘 그려내었다. 모든게 변해가는데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고, 알지 못하는 사이에 시간은 지나가고 언제나 함께 하던 누군가와는 멀어질수 밖에 없고 앞만 보고 달리던 날만 계속될 줄 알았는데 어느새 과거를 그리워하고 있다.

"넌, 미래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 있어? 직업 같은 건 둘째치고 앞날에 대한 풍경을 머릿속에 떠올려 본 적이 있냐구. 니 옆에 누가 있을지, 누구랑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예를 들어 5년 후의 생일날에. 일찍 결혼했을지도 모르지. 누군가와 맛있는 걸 먹고 수다를 떨고. 그렇게 보내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네가 생각하는 그 애들은 그 자리에 없는 거야. 모두 네가 앞으로 알아가야 할 사람들이라고 상상해본 적 있냐구. 그런 풍경을 구체적으로 생각하면 씁쓸해지지만-. 미래에도 어떻게든 연이란 걸 이어가겠지- 하는 생각은 들어."

성장만화에서 주인공들이 모두 각자의 꿈을 찾아 환하게 웃으며 희망을 얘기하는 바로 그 '공식'과 대조적으로 다정다감은 성장의 결과로 찾아오는 쓸쓸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젠 더 이상 하루종일 붙어었을 수 없는거야. 각자의 길을 향해 발걸음을 내 딛는다는 건 다른 한편으론 이별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과거에 아파하고, 과거의 사람을 잊지 못해 하루하루를 보내는 주인공. 변할 수 없어. 변할 수 없는 게 바로 내 모습이니까.

아이러니하게도 - 변할 수 없는 주인공이기에 변화에 슬퍼하느라 발랄하고 헤헤거리며 웃던 모습을 잃고 만다. 두 남자주인공 사이에서 조마조마해하고 눈물흘리고 애간장 태우던 그 여자아이가 이젠 어느정도 담담하고 차분한 사람이 되는구나.

하지만 해피엔딩이니까, 그 긴 방황의 끝에 행복을 만나는 주인공.

판타지일테다. 판타지래서 좋다.

 

 

이 책은 너무도 적나라하게 '우리의 십대가 얼마나 반짝거리고 아름다웠는지. 그리워서 미치겠습니다. 눈물이 나도록 그립습니다.'라고 말한다.

압니다. 알아요. 그런데 자꾸 후벼파주신다. 젠장. 친절하게 반짝이는 10대와 쓸쓸한 20대의 모습을 어쩜 그리 자연스럽게 연결해주시는지. 너무 아프잖아요.

99년부터 07년도까지 작가도 많이 변했겠지. 어색하던 펜선은 이제 간 곳이 없다.

이런 구질구질한 리뷰는 다 그냥 내 감정의 찌끄러기일 뿐이고. 혹 만약 바그너님이 이 리뷰를 보신다면 - 당신의 재능에 감사합니다. 당신의 바람대로 제 추억을 이야기 할 때 다정다감을 빼 놓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 되었지요. 지금처럼 열심히 좋은 작품 많이 해 주세요. 고마워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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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리풀말미잘 2007-09-24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완결이 나왔군요. ^^ 9권까지는 열심히 읽어주셨던것 같은데 말이죠. 완결도 나왔으니 재도전한번 해 봐야겠어요. 라일라님 평점도 좋고.

LAYLA 2007-09-26 21:44   좋아요 0 | URL
저도 한꺼번에 쭈욱 보고 싶네요. 그럼 또 느낌이 다를거 같아요. 이런식으로 끝낼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은근 바그너님은 새드엔딩, 이런 쪽을 좋아하는거 같아요 ^^

marryAlice 2009-08-19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점에서 주인공이 마지막에 행복을 찾았다고 여기시는지 궁금하네요.... ㅠㅠ 전 결말을 보고 완전 가슴 아파서요..... 물론 완전 새드앤딩인건 아니지만 결코 행복을 찾았다고;; 말하진 못하겠어요 ㅠㅠ 물론 훌훌 털어버리고 열심히 살아갈거라 믿지만요 ㅠㅠㅠ 아 ㅠㅠㅠ 신새륜의 결혼을 진짜 이해할 수가 -_-; 없어요;;; 진짜 말도 안된다는 생각만 드네요..... 아무리 할아버지 때문이라지만 그게 말이 되는지;;; 그렇게 둘이 절절매면서 이혼은 왜 안하는지;;; 부인에게도 실례인데....!!!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