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관장이 물었다.
"요새는 작가들도 다 박사더라. 심사 가면 다 박사야."
관장은 힘 빠지는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작가들이 범생이라서 그런가. 스테이트먼트는 그럴듯한데 정작 작업은 재미가 없네."
네네. 정말 그래요. 미루는 장난스럽게 울상을 지으며 그녀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아무도 그 폐해를 모르지 않지만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작가들의 학력 인플레 혀상에 대해 미루도 할말이 없진 않았다. 범생이라서 박사를 따는 게 아니구요, 고령화사회라서요. 작가들이 너무 오래 사는 것 같아요. 20세기에는 마흔 정도만 돼도 죽고 그랬는데 이제는 마흔이 넘고 나서도 먹고 살아야 할 날이 구만리잖아요. - P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