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 방 2 - 사람과의 관계가 어려울 때 내게 힘이 되어줄 그곳
언니네 사람들 지음 / 갤리온 / 2007년 3월
품절


모든 사람들은 자신만의 여신을 가지고 있고, 그 여신들이 영혼의 성장을 돕는다고 믿는다. 우리가 상처를 알고, 상처를 치유하는 매 순간마다 우리들의 여신이 우리를 인도할 거다. -43쪽

솔직히 말해, 십년지기 친구만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사람과의 관계를 한순간에 끊는 것이 아까웠다. 내 인생에서 그가 빠져버리고 나면 나와 함께 채워온 시간 만큼의 공백이 생길 것 같았다. 그게 싫어서 나는 그와 어떻게든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애인에서 친구로 관계가 바뀌면, 이별 때문에 아파하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어 좋고 새로운 친구를 얻어서 또 좋다. -64쪽

그 전에도 남의 결혼식에 가본 건 두세 번밖에 없었지만, 나는 3년 전 여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한 것을 마지막으로 아예 누구의 결혼식에도 가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장례식에 가서는 돈을 내지만, 결혼식 부조는 하지 않는다. 결혼은 축하할 마음도 안 들고 부조 역시 회수할 수 없는 돈 임을 알기에 내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사실, 비혼 여성인 내가 품앗이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주변의 비혼 친구들이 아플 때 병문안을 가는 것이라든가, 건강을 챙기기 위해 이런저런 정보를 나눈다든가, 비혼 친구들이 월세나 전셋집을 마련할 때 새로운 터전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든가 하는 것들 말이다. 비혼 여성에게 경조사는 기혼자의 그것과 다를 수 있다.-76쪽

우리가 친해진 과정을 생각하면 좀 우스꽝스럽다. 나는 팔 굵은 사람이 너무나 섹시하다고 외쳤고, 그러면 독실한 기독교인인 그 애는 내게 회개하라고 했다. 나는 반항이라도 하듯 내 성적 모험과 충동에 대해 적나라하게 읊었고, 그 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1학년 때 나는 수업을 모조리 빼먹고 맥주에 빨대를 꽂아 마시며 건들건들 돌아다니곤 했는데, 그 애는 일찍부터 학점 관리에 충실했다. ... 독특한 스타일 때문에 그 애는 일찍이 동기들 사이에 꽤 얼굴이 알려졌다. 다소 엽기적인 외모와 안 어울리게 기독교 동아리에서 찬송가를 부르고 있는 그 애를 본 다음 친구들은 어김없이 나에게 달려와 그애의 새로운 면모를 보고하고는 했다. 나는 으흥 하고는 웃음지었고 그애에게 다른 친구드르이 놀라워하는 반응드를 일러주고는 함께 즐거워했다. 그리고 우린 여러날을 같은 이불 덮고 잠이 들었다. 안티 크리스트였던 나와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술, 담배를 일체 거부했던 그 애가 어쩜 그리도 친할 수 있었을까. 우리는 직관이 일치했다. 심미관이 상당히 비슷했다. 그리고 '멋지다'내지는 '구리다'고 평하는 대상이 늘 같았다 -1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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