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 가벼운 여행 쏜살 문고
토베 얀손 지음, 안미란 옮김 / 민음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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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제일 중요한 건 흥미예요. 흥미라는 건 생기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해요. 처음에는 가만히 있어도 생기는데 내가 알아보지를 못하죠. 그래서 그냥 낭비해 버려요. 나중에는 잘 가꿔 줘야 하는 무언가가 되지요. - P25

우리가 아틀리에를 뭐라고 불렀는지 알 거 같아요? 제비 둥지라고 했어요. 하지만 제비들은 날아가 버렸죠. 그런 옛말이 있죠. 제비가 떠나는 건 집이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라고요. 그리고 제비가 한마리가 왔다고 여름이 되는 것도 아니고요. - P65

"제가 젊었을 때, 도시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배로 여행하는게 비용이 훨씬 덜 든다는 사실을 깨달았지요." 그가 말했다. 나는 그가 하는 얘기에 푹 빠져 다음을 기다렸지만, 그는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나는 지금 경험 많은 여행가와 앉아 있구나. 인생에서 좋은 것들을 누렸고, 그가 하는 말은 다 알고 하는 말이다. 그때 그가 지갑을 꺼내어 가족과 개의 사진을 보여 주었다. 이건 위험 신호다 . 날카로운 실망감이 나를 관통했다. - P84

그의 넓은 어깨가 한숨과 함게 올라갔다 내오는 게 보였다. 집에서는 모든 일이 뜻대로 되지는 않는 게 분명했다. 누구나 다 똑같다. 이렇게 품위 있는 시가를 피우는 여행자, 금으로 된 라이터를 갖고 있고 가족이 자기 집 수영장 앞에서 사진을 찍는 여행자, 그마저도! - P84

가끔 인간이 가진 걱정들은 모두 비슷한 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일상적인 문제들, 그러니까 머리 위에 지붕이 탄탄하고 먹을 것도 있고 직접적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지 않는 사람도 겪는 그런 문제들의 경우에는 그렇다. 실제로 눈앞에 대재앙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내가 관찰한 바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불행한 일들이 아주 단조롭게 계속 반복되는 것 같다. 누군가가 바람을 피우거나 지루해하고, 일에 흥미를 잃고, 야망 혹은 꿈이라는 거품도 모양이 일그러지고, 시간은 점점 더 빨리 가고, 가족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어 두려워지고, 우정은 아무것도 아닌 일 때문에 금이 가고, 중요하지도 않은 일로 바쁜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은 멋대로 자기 갈 길을 가고, 책임과 의무는 우리를 갉아먹는다. 이 모든 것을 뭉뚱그려 공포라고 하는데, 이런 불안한 상태를 제대로 정의하기란 힘들고 이를 시도한 사람도 별로 없다. 나도 잘 안다. 인생이 불행할 수 있는 방법은 수도 없이 많고,나도 접해 보았다 - P88

이들은 끊임없이 돌아오며, 모든 슬픔이 자에게 주어진 작은 자리로 다시 돌아온다. 나는 이러한 현실을 마땅히 알아야 하고, 옳은 대답을 알 때가 됐지만 지금도 모른다. 쓸 만한 대답이 없다. 그렇지 않은가?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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