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여자들
설재인 지음 / 카멜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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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의 마음은 두 살배기와 큰 차이가 없어서, 자주 보이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종종 착각하고는 한다. 그래서 그렇게 수많은 캠퍼스 커플이 삼사월에 활짝 피고 오뉴월에 바득바득 싸우다 칠팔월쯤 땀 같은 눈물을 흘리며 멀어지는 것이다. - P1

밖에 나오면 다 돈이야. 가장 싼 커피를 파는 카페를 골라 아메리카노를 시키곤 테이블에 앉았다. 학원비, 교통비, 커피 값. 토익 단어장을 펼쳐들고 열심히 따라 쓰며 혀를 굴렸다. conglomerate, 거대 기업, 간절히 가고 싶은 곳. trustee, 임원, 나를 떨어뜨리는 사람들. demote, 강등시키다, 세상이 내 삶에 저지르는 짓. be in the red, 적자이다, 내 하루하루의 값. deadlock, 막다름, 자꾸만 성큼 다가오는 것... 투명한 사전적 의미에 덕지덕지 삶의 더께를 발라 칙칙하게 만들었다. 이 단어들이 본드나 실리콘처럼 내 하루의 헐거움을 단단히 붙여줄 수 있을까. 볼펜에 잉크가 없어, 자꾸만 글씨가 뚝,뚝, 끊겼다. 아...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차라리 진짜 지금 이 순간 이 카페가 아래로 푹 꺼졌으면, 하고 바라기도 했다. 볼펜을 사야 한다. 또 돈이다. - P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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