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와 비밀의 부채 1
리사 시 지음, 양선아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06년 12월
구판절판


시댁에서는 그들의 발 모형을 보내왔다. 우리는 남편들을 만난 적이 없기 때문에 그들의 키가 큰지, 얼굴에 마마자국이 있는지 알지 못했지만, 남편들의 발 크기만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우리는 어린 처녀들이었고 그 또래 처녀들처럼 충분히 낭만적이었다. 우리는 발 모양을 보고 장래 남편들에 대해 온갖 상상을 했다.-175쪽

야오족 사람들이 딸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은 다 거짓이었다. 나는 그것을 잘 알고 있다. 나 또한 한 여인의 딸이었고 내 딸의 어미이기도 하니까.
그들의 말대로 딸들은 쓸모없을지도 모른다. 딸들은 웃자란 가지처럼 거추장스럽고, 쓸데없는 걱정거리이며, 다른 가족을 위해 기르는 자식일지도 모른다.
많은 어머니들은 주문을 걸듯 그렇게 독한 말을 스스로에게 되풀이한다. 딸을 위해 어떤 감정도 갖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사랑은 물론 동정, 가여움. 희생, 귀여움 등등의 그 어떤 감정도 배제하려 한다. 될 수 있드면 독하고 쌀쌀맞은 어미로 남기를 원한다. 그래야 멀리 남의 집으로 시집간 딸이 더 이상 친정 생각을 하며 눈물짓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무슨 소용인가? 아무리 사랑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친정식구들은 딸을 사랑하고 아낄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다면야 누슈로 쓴 여자의 은밀한 편지에 "나는 아버지 손 안의 진주였다" 같은 구절이 왜 그렇게 자주 등장하겠는가?
어쩌면 부모들이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애써 사랑하는 딸을 외면하고, 남들이 보는 앞에서 딸을 구박하지만 그들의 마음속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다. 친정 부모들의 가슴 아픈 구박은 사랑을 빼앗기는 것이 두려워 사랑을 주지 않으려는 연약한 몸부림에 불과할 뿐이다.-1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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