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튀어! 2 오늘의 일본문학 4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장바구니담기


아버지의 인터뷰는 열기가 대단해서 그 큰 목소리가 한참 떨어진 지로 일행의 귀에도 들어왔다
"그 자들이 우타키를 부순다면 나는 그 답으로 야스쿠니 신사에 불을 질러주지. 일이 그렇게 되면 죄다 케이티 책임이오. 그만큼 우타키는 우리야에야마 사람들의 정신적 뿌리 같은 것이야!"
무슨 끔찍한 소리를 하는 건가. 이러다가 또 다시 공아닝 들이닥치는 건 아닐가. 리포터 까지 곁에서 아버지를 슬슬 부채질하고 있었다
"우에하라 씨의 삶을 반권력적인'슬로 라이프'의 실천으로 생각해도 될까요?"
"흠. 그렇지 마침 좋은 말을 하시는군.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참된 슬로 라이프요"
분명 이것으로 세무서도 적으로 만들었다.
-204쪽

우익과는 요란하게 한바탕 벌렸다. 가두용 차량을 집 가까이 들이대고
"야스쿠니 신사에 불을 지르겠다니 무슨 망언이냐!"라고 마이크로 꽥꽥거리는 얼룩덜룩한 군복 차림의 아저씨에게 양동이로 물을 퍼부은 것이다,
"대기업 건설사에 빌붙어서 먹고사는 이 우익 놈들! 너희는 야스쿠니를 놓고 떠들 자격이 없어!"
당장 몸으로 들이박는 싸움이 벌어져서 경찰이 달려와 필사적으로 떼어놓았다. 결국 폭력은 쓰지 않겠다는 규칙을 정한 끝에 메스컴이 지켜보는 앞에서 일대 설전을 펼치게 되었는데 무슨 영문인지 삼십여 분 뒤에는 서로 어깨를 두드려 주는 사이가 되었다.
"우에하라씨, 당신은 어떻든 단독으로 행동하는 사람이니까 참 대단해"
우익은 마지막에는 그런 말을 남기고 떠났다. 주의나 주장의 차이보다 '폭력적 성향의 연대감'이라는 공감대가 더 컸던 것 같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동질의 인종을 구분해내는구나, 라고 지로는 생각했다.-222쪽

아버지는 말 없이 공안을 쏘아보았다. 잠시 틈을 두더니 입을 열었다
"나는 낙원을 추구해. 단지 그것뿐이야"
"허어 낙원이라. 멀쩡한 어른이 그런 걸 믿어?"
"추구하지 않는 놈에게는 어떤 말도 소용없지"-232쪽

"요코, 그런 얼굴 하지마라. 아버지와 엄마는 인간으로서 잘못된 일은 하나도 하지 않았어." 어머니가 배에서 부두로 내려와 누나 앞에 앉아 말했다. "남의 것은 훔치지 않는다, 속이지 않는다, 질투하지 않는다, 위세부리지 않는다, 악에 가담하지 않는다. 그런것들을 나름대로 지키며 살아왔어. 단 한가지 상식에서 벗어난 것이 있다면 그저 이 세상과 맞지 않았던 것뿐이잖니?"
"그게 가장 큰 문제 아냐?"
"아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주 작고 작아. 이 사회는 새로운 역사도 만들지 않고 사람을 구원해주지도 않아. 정의도 아니고 기준도 아니야. 사회란 건 싸우지 않는 사람들을 위안해줄 뿐이야"-287쪽

지로 전에도 말했지만 아버지를 따라하지마라. 아버지는 약간 극단적이거든. 하지만 비겁한 어른은 되지 마. 제 이익으로만 살아가는 그런 사람은 되지 말라고. 이건 아니다 싶을 때는 철저히 싸워. 져도 좋으니까 싸워. 남하고 달라도 괜찮아. 고독을 두려워하지 마라. 이해해주는 사람은 반드시 있어.-288쪽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LAYLA 2006-12-29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순한 말들인거 같은데 하나하나 다 좋아요. 남하고 달라도 괜찮아. 고독을 두려와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