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 역사 3 : 자기 배려 - 제3판 나남신서 138
미셸 푸코 지음, 이혜숙.이영목 옮김 / 나남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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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 푸코다. 현대의 전통과 규범을 뒤집기 위해, 고대의 전통과 규범을 샅샅히 뒤지는 모습은 광적이기까지 하다.

전작 '성의 역사2 - 쾌락의 활용'은 고대 양생술과 관련된 자기절제적 성행위를 탐구했다. 반면 이 책은 보다 넓은 맥락에서, 특히 고대 철학자들의 세계관적 담론 안에 자기절제적 성행위를 위치시킨다. 그래서인지 전자와 후자의 주제가 겹치는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확실히 다른점이 있다. 전자는 성행위를 개인의 건강과 덕성을 관리하는 내용에만 할애한다. 이에 반해 후자는 개인 뿐만 아니라 성행위 주체간의 상호성, 공동체와 나아가 국가와의 관계 속에서 성행위를 어떻게 보았는지 파헤친다.

그의 글은 항상 서술적이다. 그리고 전복적이다. 다시 말해, 그의 글에는 가치평가가 없다. 그러나 그의 글을 읽고나면 가치관이 흔들리고 만다. 자신의 목소리 없이 독자를 뒤흔드는 것. 얼마나 비선동적이면서 선동적인가. 그의 탁월함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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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푸코, 1926~1984 그린비 인물시리즈 he-story 1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 그린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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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푸코의 삶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뜨거워졌다. 그의 소아성애 문제 때문이다. 지난 3월말 프랑스 철학자 기 소르망이 푸코의 소년 성착취를 폭로한 것이다.

사실 푸코의 기행과 엽기성은 예견된 일이었으리라. 그는 인생 후반부에 사법체제를 불신했다. 쉽게 말해 형벌과 교도소 자체를 반인륜적이라 보았다. 누구나 위험인물이 될 수 있으며, 형벌과 교도소는 교화에 효과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의 주저 감시와 처벌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그런 그가 68혁명 이후 들뢰즈를 비롯한 좌익인사들과 "소아성애도 사랑으로 인정해야된다"는 성명서에 사인한것도, 어찌보면 그의 사고체계 안에선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걸 행동으로 옮겨서 문제였지.

여하튼 이 책은 푸코의 삶을 캐내어, 어떤 배경에서 어떤 영향 아래 글을 썼는지 조목조목 살핀다. 물론 그의 흑역사 얘기는 별로 안나온다. 소아성애 얘기는 아예 없다.

이 책을 읽고나서 다시 그의 주저들을 보시라. 마치 자서전 같은 느낌을 받을 것이다. 이 책의 묘미는 바로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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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심리학 - 마음과 행동을 결정하는 사회적 상황의 힘
로버트 치알디니.더글러스 켄릭.스티븐 뉴버그 지음, 김아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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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무엇이 옳은 것인가 혹은 무엇을 해야하는가 묻는다면, 심리학은 왜 그러한가 혹은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묻는 학문이다.

이 책은 출판사의 평대로, 학문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췄다. 아니, 솔직히 너무 술술 읽혀서 학문성이 평가절하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다. 서문에 쓴대로, 저자들은 학제간 대화에 충실했으면서도 어려운 말을 일체 쓰지 않는다. 사례 역시 놀라울 정도로 피부에 와닿는 것만 골라냈다.

한국사회는 아직 갈길이 멀다. 정치인과 평론가가 매체에서 떠드는 것을 보면 느껴진다. 이 사람들이 뭔가 읽고 생각은 하는 것 같은데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가 많다. 가치와 가치실현을 구분 못하는 듯하다. 평등, 공정, 정의, 자유 등은 누구나 외치지만, 그것을 실현하는 과정이 너무 미숙하다. 심리적 기제를 외면한 탓이다. 책 한권만 읽은 사람이 가장 무섭다지만, 그들이 굳이 한권만을 읽어야 한다면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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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의 이해 : 인간의 확장 (양장)
W. 테런스 고든.허버트 마셜 매클루언 지음, 김상호 옮김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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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클루언은 언론정보학, 커뮤니케이션학, 신문방송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등반해야할 산이다. 이 책 "미디어의 이해"는 특히 그렇다.

그는 미디어 안에 들어있는 내용에는 딱히 관심없다. 그가 "미디어가 하는 일"에 대해 말할 때는 내용에 관한 얘길 하고자 하는게 아니다. 중요한건 미디어 그 자체, 미디어의 형식이 무얼 하는지 말하는 것이다. 그의 말을 압축하자면, "미디어는 곧 메시지이고, 미디어는 곧 인간의 확장"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을 읽다보면 다소 단편적이고 산만하게 나열된 주제 때문에 당혹스러울수 있다. "아니 이걸 이렇게 연결한다고?"하는 탄식도 나올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다. 맥클루언 의하면 책은 정세도가 높고 수용자 참여가 낮은 핫미디어지만, 그의 기발한 발상이 책을 쿨미디어화 했다. 그야말로 신박함을 넘어 경이롭기까지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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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와 동성애 - 혐오와 억측을 넘어, 성서 다시 읽기 오봄문고 1
김진호 지음 / 오월의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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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의 대표적인 동성애 반대구절에 관한 고대 정치사적 비평이다.

문자 그대로 성서를 받아들이려는 근본주의 입장에선 역사비평 자체로 거부될 것이고, 성서가 인생에 아무 상관없는 비종교인한텐 고대 문서에 관한 고리타분한 고증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반면 성서를 신의 말씀으로 받아들이고자 하면서도, 성소수자에게 좀 더 환대의 손길을 내밀려는 사람에게는 유용한 내용일 듯 하다. 그리고 이런 사람이 조금씩 늘고 있다는게 저자에겐 반가운 소식 아닐까 싶다.

그런데도 여전히 마음 한켠이 답답한 이유는 무엇일까? 성소수자가 자신의 인권을 주장하는데 꼭 성서의 동의가 필요한가? 만일 훗날 성서비평이 더 발달하여 "성서는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해석이 학계 주류가 되면 그땐 어쩔것인가? 이런 이유로 나는 교회와 정치가 더욱 명확히 분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회가 정치참여의 주체가 될 수는 있어도, 정치가 성서의 동의를 받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이는 경제민주화를 외치며 성서적 토지공개념을 주장하는 일부 개혁적 기독교인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이 책은 분명 보수적 성서관을 지닌 이들한텐 새로운 도전이다. 그리고 이런 식의 성서비평에 익숙한 독자들에겐 내용정리 측면에서 유익할 것이다. 아울러 미셸 푸코의 '성의 역사2'를 함께 읽길 권한다. 고대 그리스 문헌에 관한 계보학적 비평의 정수를 또한 맛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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